금감원, 이미 연초에 '손태승 민원' 우리은행에 알렸다
지난해 연말 구체적 부정대출 내용 제보돼
내부조사 마치고도 '금융사고 아니라'며 미보고
-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 관련 민원에 대해 이미 올해 초 우리은행 측에 내용 확인을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우리은행은 내부조사로 부정대출 의심 사례를 자체 발견해 조치하던 중 금감원으로부터 검사를 받게 됐다고 해명한 것과 배치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연말 손 전 회장과 관련한 민원을 접수하고 우리은행 측에 올해 초 내용 확인을 요구했다.
당시 민원에는 손 전 회장의 처남 김 모 씨가 자녀의 명의로 오피스텔 건물을 20억원 인수하면서 매매계약서상 가격을 30억원으로 위조해 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구체적인 건물 주소도 명시됐다.
더불어 해당 민원에는 김 씨가 우리은행 인사에도 관여했으며 손 회장이 대출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담겼다.
앞서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부정대출 사건과 관련해 퇴직을 앞두고 있던 A 본부장의 여신 실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A 본부장은 김 씨 관계 회사에 집중적으로 대출을 내준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A 본부장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가 취급했던 기업대출 중 부적정 취급 건이 발견됐고 이 중 일부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혀왔다.
또 우리은행 측은 3월까지 1차 자체검사를 마치고 4월에 A 본부장을 면직했으며 추가적인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의 수시검사가 시작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우리은행은 금감원에 보고를 하거나 수사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A 본부장과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고발한 것은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 9일이었다.
우리은행은 금감원 보고나 수사기관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부조사에서는 여신심사 소홀 이외에 뚜렷한 범법 행위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은행 측의 확인이 이뤄지지 않자 지난 6월 우리은행 지방지점에서 발생한 180억원 금융사고 건에 대해 현장검사를 진행하면서 손 전 회장 건을 함께 검사했다. 금감원 측은 민원 접수 이후 곧바로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검사로 인력이 부족했고 제보만으로 현장 검사를 실시하긴 어려웠다고 밝혔다.
현재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내부적으로 조사를 마치고도 당국에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더 빨리 감독당국에 보고를 하든지 수사 당국에 고발을 했어야 했다"라며 "단순 대출 부실이라 금융사고가 아니라서 보고를 안 했다면 추후에 고소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논리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서 "지난해 가을경 임종룡 회장, 조병규 행장이 손 전 회장의 대규모 부당대출에 대해 보고 받은 정황을 확인했다"며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이 "법상 보고를 제때 안 한 것에 대해선 명확하게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전 경영진에서 벌어진 문제지만 새로운 경영진이 취임한지 1년이 지나서야 수습하는게 감독당국에선 신뢰하기 어렵다. 숨길 수 있단 전제하에 진상규명을 해야된다"고 말했다.
potgu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