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높아지는 우리은행 횡령 검사…"임종룡 책임져야" 목소리도

금감원, 본점 책임까지 묻는다…인원 늘려 2주째 검사 중
강민국 의원 "금감원이 임종룡 회장 책임 물어야"

우리은행 전경(자료사진)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100억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조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사고가 반복된 만큼 최고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서 본·지점에 대하 수시검사를 2주째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우리은행 경남 김해 지역 지점의 대리급 직원이 경찰에 자신의 100억 원대 횡령 사실을 자수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1일 사고 발생 11일 만에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사고 내용을 공시했다. 공시 내용에 따르면 사고 금액은 105억 2000만 원이며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9월 6일부터 올해 5월 28일까지다.

은행은 사고 직원이 지난해 9월부터 부당대출 등을 통해 은행 자금을 편취해 오다가 5월경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적발이 됐고 사실 확인을 추궁받자 경찰에 자수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측은 자체적인 점검을 통해 사고를 잡아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범행이 장기적으로 이뤄졌고 사고자가 지역 지점의 대리급 직급 직원임에도 피해액이 상당한 만큼 그동안 내부통제가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해당 직원이 불법 대출을 통해 은행 돈을 빼돌리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7월 우리금융그룹이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며 혁신 방안을 발표한 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이에 금감원은 사고가 발생한 지점뿐만 아니라 우리은행 본점까지 조사 범위를 넓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본점에 문제가 있을 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최대한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기존의 검사인원을 6명에서 9명을 늘렸다. 7월 초까지로 잡고 있는 검사 기한도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도 반복되는 금융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고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금감원을 통해 우리은행 임직원 횡령 사고 관련 내역을 받아본 결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3건의 횡령 사고가 터졌다"며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금감원이) 금융업권의 횡령에 대해 반드시 철저한 관리·감독과 CEO(최고경영자)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특히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최고 책임자인 임종룡 회장에게 강력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에 따르면 내부통제가 매우 취약해 중대한 금융사고가 빈발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크게 야기한 경우 '기관경고'를 받을 수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2022년에 발생한 700억대 금융사고로 올해 1월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연관된 임원들은 주의·견책 처분을 받았다.

규정상 기관경고를 받고도 동일 또는 유사한 위법·부당행위를 반복하는 경우 '영업·업무 일부에 대한 정지' 조치도 가능하다. 이복현 원장이 '최대한 엄정한 처분'을 예고한 만큼 업계에서는 업무 일부 정지까지 적용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현재 제도 내에서 임종룡 회장 등 고위직에 대한 강도 높은 처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련 규정상 임원에 대해서도 고의성 여부와 위법성 정도에 따라 해임 권고, 업무집행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의 제재가 가능하지만 금융사고에 대한 임원들의 책임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통해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이유 중 하나도 내부통제 미흡에 대한 임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다음 달부터 책무구조도가 시행되면 금융사들은 임원별 내부통제의 책임을 명시해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사실 관계가 다 나오지 않아 지금 단계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가정일 뿐"이라며 제재 내용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