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매물'도 없는데…'종토방'부터 만든 우리금융지주

투자정보 플랫폼 '원더링' 서비스 출시…"증권사 인수 포석" 공식화
비은행 확대 의지 피력에도…증권사 매물은 없고 경쟁자는 늘고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2020.3.2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증권사 인수를 염두에 둔 우리금융지주가 투자정보 플랫폼을 먼저 구현해 출시까지 해낸 것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5일 투자정보 플랫폼 '원더링(Wondering)' 출시를 알리면서 밝힌 포부다.

증권사 인수는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매각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우리금융지주의 숙원 사업이다. 하지만 정작 증권사를 사겠다는 원매자만 늘어나고 정작 팔겠다는 매물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업체들이 이미 선점한 종목토론방(일명 종토방)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증권사 인수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노골적으로 밝힌 우리금융지주에 대해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용자 기반 확보가 관건인 종토방의 경우 후발주자로 진입장벽이 높은데다, 시장에 마땅한 증권사 매물도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 투자정보 플랫폼 '원더링' 서비스…"증권사 인수 포석"

우리금융은 5일 투자정보 플랫폼 '원더링'(Wondering)의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원더링은 MZ세대가 자유롭게 소통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투자정보 플랫폼으로, 핵심 서비스는 주식 관련 쉽고 유용한 투자정보와 커뮤니티다. 고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투자 중심의 게시판과 특정 주제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클럽으로 구성됐다. 개인 투자자들을 모으는 주식 종토방과 유사한 서비스다.

당장은 독립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고객 호응을 먼저 검증하고 서비스와 콘텐츠는 엄선해 향후 새로운 WON뱅킹(뉴WON)에도 탑재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원더링은 PC와 모바일 인터넷 주소창에 URL(wondering.so)를 입력해 접속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PWA로 개발해 앱스토어를 따로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 주소창에서 바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은행, 카드 등 자회사가 있지만 투자에 관심이 높은 MZ세대를 유입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어 투자 중심의 MZ 플랫폼을 별도로 구현하기로 했다"며 "MZ플랫폼 태스크포스팀(TFT) 구성 후 시장조사 등을 거쳐 방향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이 서비스를 증권사 인수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증권사 인수를 염두에 둔 우리금융이 투자정보 플랫폼을 먼저 구현해 출시까지 해낸 것"이라며 "MZ 고객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투자정보 플랫폼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했다.

원더링으로 주식투자 이용자 기반을 확보한 뒤, 추후 증권사 인수가 이뤄지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종토방 형태의 투자정보 플랫폼은 이미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의 종목토론 게시판을 통해 활성화돼 있다. 지난 2021년 12월 출발한 토스증권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통한 종토방이 성과를 내면서 카카오페이증권 등도 2022년 12월 종토방을 개설하는 등 선두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투자정보 플랫폼 '원더링'(Wondering) 서비스. (서비스 화면 갈무리)

◇'종토방'부터 만들었지만…정작 증권사 매물이 없네

우리금융이 증권업을 갖추기도 전에 종토방 형식의 투자정보 플랫폼 서비스부터 내놓는 것은 그만큼 증권사 인수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마땅한 매물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유안타증권·한양증권과 인수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후 새로운 대상을 물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유진투자증권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자본 총계는 약 1조원으로 유진그룹이 38%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권 매각 시 약 5000억원 안팎의 가격이 거론됐다. 하지만 유진그룹은 증권사를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SK증권도 마찬가지다.

우리금융은 개인 고객을 주력으로 하는 리테일이 강한 대형 증권사를 인수 대상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증권이 인수된다면 최상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으나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쟁점이 되는 주가조작 등 금융권 불공정거래가 비대면 영업이 주력인 금융사에서 발생했다"며 "직원 내부통제가 가장 큰 이슈로 불거진 상황에서 대면 영업이 중심인 대형 증권사를 선호하는 것은 은행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지주사의 당연한 섭리"라고 평가했다.

정작 매물은 없는데 경쟁자는 늘고 있다는 점도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악재다. 오케이금융그룹은 올해 10월 당초 계획보다 1년3개월 이상 대부업 철수를 앞당겼다. 그러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 인수를 추진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스스로 몸값을 낮추려는 뜻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먼저 증권사가 나서서 매각 의지를 보이겠느냐"며 "원매자가 보다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fellsi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