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 코로나대출' 9월 종료…불황 먹는 '부실채권' 시장 커진다

5대 은행 1분기 NPL 3.8조로 확대…매각 전년비 66% 늘려도 확대세
하나·우리 등 NPL 전담사 꾸려 대비…"물량 쏠리면 마냥 호재도 아냐"

서울시내 한 은행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2.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5대 은행이 미뤄준 대출 원리금이 36조원이 넘는 가운데,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오는 9월부터는 '깜깜이 부실'이 현실화할 분위기다. 부실채권(NPL·고정이하여신)이 급증하면 은행들도 연체율 관리를 위해 매각이 필요하단 입장인데, 그간 정책 지원에 위축됐던 NPL 시장이 활성화하는 역설적 호황도 전망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잔액은 36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연장은 은행과 협의해 오는 2025년 9월까지 늦출 수 있지만, 상환유예는 10월부터 빚을 갚아야 한다. 5대 은행이 떠안고 있는 잠재 부실 대출만 37조원가량인 셈이다.

위기감이 커지자 은행들은 올해 들어 지난해 2배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건전성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은행권 부실 채권 규모는 불어나고 있다. 3월 말 기준 5대 은행 NPL 잔액은 3조8240억원으로,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3조6257억원) 이상으로 규모까지 커졌다.

문제는 금융사들이 부실 채권 매각 등 관리를 해 왔음에도 부실 규모가 늘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권 NPL 매각 물량은 채권 원금인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 7111억원으로 전년 동기 4278억원 대비 66% 증가했다.

그럼에도 은행별 NPL 규모는 증가했다. 농협은행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16% 상승했으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14%씩 증가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NPL을 조정해 각각 2.7%, 0.1% 오르는 데 그쳤다.

은행들은 상환유예 대출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할 올해 하반기가 건전성 관리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이미 선제적인 대손충당급 적립에 나선 상황이지만 언제고 추가 적립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며 "단순히 건전성이 나빠지는 것 이상으로 연체차주 다수 발생으로 사회 문제로 확산될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처럼 은행들은 부실채권 발생 시 연체율 관리를 위해 NPL을 적극적으로 매각해야 한다. 은행의 신용평가 등급이 하락하면 은행채 발행 등 조달비용이 증가하게 돼 자체 조달비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시장금리 상승을 이끌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은행 NPL을 매각하는 금융기관들도 호황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 시장을 주도하던 유암코와 대신F&I 외에도 최근엔 하나금융지주(086790)의 하나에프앤아이가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뛰어들며 투자를 크게 늘렸다. 우리금융지주(316140)도 지난 2021년 우리금융에프앤아이를 설립해 시장에 진출했다. 이 밖에도 자산운용사나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NPL 펀드가 조성되는 분위기다.

실제 국내 NPL 시장은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연간 5조원 규모에 달했다. 이후 2조원 안팎까지 축소되는 등 증가하는 대출에도 정책 지원에 NPL 시장이 억눌리면서 비정상적인 역행을 보였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도 정상 대출 채권 대비 값을 낮춰 NPL을 매각하는 것이기에 이 같은 채권 회수 방법이 달갑지만은 않다"며 "물량이 많이 풀리면 매각가격도 떨어지기에 차주 입장에서도 나쁘다. 마찬가지로 NPL을 취급할 금융기관도 마냥 호재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fellsi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