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역대급 실적에도 전망치는 하회…왜?

금리상승기 맞아 '사상 최대' 실적 경신…시장 전망치엔 7000억원 못미쳐
당국 압박에 4분기 충당금 적립액↑…"'이자 장사' 비판 피하려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립" 해석도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의 현금인출기(ATM)에서 시민들이 입출금을 하는 모습. 2022.12.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4대 금융지주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덕을 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지만, 시장 전망치에는 대체로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경기 악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등 손실 흡수 능력을 충분히 키워달라고 주문한 결과인데, 일각에선 과도한 이자 장사 비판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5조8506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9% 늘어난 수준으로 각 금융지주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신한금융의 경우 KB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리딩뱅크'(1등 금융그룹) 자리에 앉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39조6739억원의 이자이익을 벌어들였다. 전년 대비 4조9675억원 늘어난 규모다.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 시장 전망치는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합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6조551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망치 대비 7000억원가량 하회했다.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4조9635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으나, 실제 순익은 4조6423억원으로 3000억원가량 하회했다. KB금융지주도 전망치 대비 3600여억원 하회한 4조4133억원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도 컨센서스(3조6711억원) 대비 450억원가량 낮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컨센서스는 시중의 증권가 리포트를 종합한 수치인데, 이렇게 빗나간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크게 늘린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금융당국이 향후 경기가 악화 등으로 건전성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충당금 적립을 압박하자 막판에 더 쌓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20개 은행·지주의 리스크·재무 담당 임원을 불러 충당금을 비롯해 손실 흡수 능력을 충분히 확대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4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지난해 3분기 8617억원에서 4분기 2조2592억원으로 늘었다. 당국의 우려대로 4대 은행의 연체율은 전년 대비 0.03~0.1%포인트(p) 상승했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이자 장사 비판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리상승기에 이자장사에 열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회계 기준상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수 있는 경계 수준까지 충당금을 쌓았다는 것이다. 대손충당금은 비용으로 분류되는 만큼, 적립액이 늘어나면 당기순이익이 줄어든다. 실제 각 금융지주는 이번 실적 발표 당시 '역대급 실적'을 부각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상승기엔 은행권의 이익이 커지는 건 당연하지만 영업점 시간 단축을 비롯한 각종 비난이 은행권에 쏠리는 상황에서 이자 장사로 역대급 이익을 거뒀다는 소식까지 펴져봤자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특히 5조원을 넘기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