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은 늘리고 중소·자영업자는 줄이고…왜?
5대 은행 지난달 대기업 대출 잔액↑…중소·소호↓
중소·자영업자 대출 상환 늘린 영향…리스크 관리 강화 지적도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지난달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이 늘어난 반면 중소·자영업자 대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자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대출부터 건전성 관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시중은행의 지난달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9조4832억원으로 한달 전(105조5174억원)보다 3조9658억원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598조1211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884억원 감소했다.
상반되는 대출 증가세를 두고 은행들이 중소·자영업자 차주에 대한 상환위험을 특히 심상찮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중소·자영업자 차주의 상환부담은 커졌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지난해 4분기(10~12월) 취급한 중소기업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5.63~6.96%로 집계됐다. 1분기(1~3월) 3.32~4.67% 대비 2%p 이상 상승했다.
각종 금융지원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연체율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2월 0.28%로 9월(0.23%) 대비 0.05%p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평균은 0.24% 9월(0.18%) 대비 0.06%p 올랐다.
그간 자영업자 연체율은 정부의 코로나19 손실보전금 지급, 만기연장·상환유예 등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 역시 부실위험 기업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185개사 중 183개사가 중소기업으로, 전년 대비 26개사가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2023년 1분기 중 기업의 신용위험은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과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높아질 전망"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우 수익성 악화와 채무 상환 능력 저하 등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금리인상과 경기악화 여파는 모든 기업이 똑같이 겪지만, 체급이 낮은 중소·자영업자 차주가 은행권 문턱에서 먼저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하는 중소·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빠르게 상환한 결과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부와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새해들어 줄줄이 내는 것만 봐도 심상찮게 상황을 보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기업 대출은 은행 간 유치 경쟁으로 더 적극적으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은행들이 내놓은 중소기업 금융지원책이 앞으로 어떤 추이를 가져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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