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은행, 금융당국에 "중·저신용자 비중 요건 완화해달라" 요청

목표치 하향·산정 기준 변경 요청…금리상승기 건전성 리스크 우려한 듯
요건 완화 시 중·저신용자 자금난 불가피…당국, 요청 수락할지 미지수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금융당국에 올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올해 인터넷 은행은 전년 대비 2~7%포인트가량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목표치를 낮추거나 산정 방식을 잔액 기준에서 신규취급액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은행이 비중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배경으로는 '건전성 리스크'가 꼽힌다. 업계는 본격적인 금리상승기를 맞아 주된 이용자층인 중·저신용자에서 잠재된 부실이 점차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들의 요청대로 요건이 완화될 경우, 취약계층인 중·저신용자들이 대출 절벽으로 내몰릴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에 은행은 올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를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하며 금융당국에 전체 가계신용대출 잔액 중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맞추겠다는 계획을 써낸 바 있다. 중·저신용자의 기준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하위 50%다.

계획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뱅크는 전체 가계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로 맞춰야 한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목표치는 각각 32%, 44%다. 지난해 대비 2~7%포인트(p)가량 상향된 수치다.

이외에도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산정 시 잔액 기준이 아닌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전체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비중을 산출하는데,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바꾸면 목표치를 보다 수월하게 맞출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금융당국에 약속한 목표치를 얼추 맞추긴 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목표치인 25%를 모두 맞춘 것으로 전해졌고, 토스뱅크는 당초 계획인 42%에는 못 미쳤으나 40%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들 은행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배경으로는 '건전성 리스크'가 꼽힌다. 금리상승기를 맞아 취약계층인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부실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목표치를 맞추다간 건전성 리스크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지난해 3분기 가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8%p 오른 0.77%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0.08%p 상승한 0.29%로 집계됐다. 토스뱅크는 0.26%다. 업계의 우려대로 부실이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인터넷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비중 요건을 완화해야 하는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들 은행에 요건을 완화해야 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당국이 요청대로 요건을 완화해줄지는 미지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 자체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 은행의 요청에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요건이 완화될 경우, 취약차주의 자금난이 심각해져 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