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예금 과당경쟁' 자제령에 인터넷銀 '파킹통장'서 활로

토뱅 5000만원 초과분 연 4% 약속…케뱅도 금리 올리고 이자 혜택 강화 예고
중금리대출 확대·IPO 앞두자 규제 아래 물밑경쟁 나선듯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파킹통장' 금리를 올리거나 이자 지급 방식을 바꾸는 등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파킹통장은 짧은 시간 돈을 맡겨도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식 상품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 심화에 금융업계에 예·적금 유치와 관련한 과당경쟁 자제를 주문한 상태다. 하지만 중금리대출 확대와 기업공개(IPO) 전 몸집 불리기가 절실한 인터넷은행들은 파킹통장 강화를 규제를 우회하는 대안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 13일부터 파킹통장 '토스뱅크 통장'의 금리를 5000만원 초과분에 한해 연 4.0%로 올린다. 5000만원 미만 예치금에 대해선 기존 연 2.3% 금리가 적용된다.

이번 금리 인상 조치는 상품 경쟁력 강화 조치로, 토스뱅크는 지난 10월에는 직전까지 1억원까지만 제공했던 연 2.3%의 금리 혜택을 무제한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케이뱅크도 12일부터 파킹통장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기존 연 2.7%에서 연 3.0%로 인상했다. 기본 금리만 놓고 보면 인터넷은행 파킹통장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다.

여기에 케이뱅크는 내년 1월부터 토스뱅크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원하면 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금은 일 단위 잔액 이자를 계산해 매달 넷째 주 토요일에 한꺼번에 지급한다.

카카오뱅크는 파킹통장 '세이프박스' 금리를 연 2.6%로 운영 중인데,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 여부를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하루 앞둔 지난달 23일 금융사들에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주문을 일제히 전달했다. 자금 변동성이 큰 연말에 과당경쟁이 일어날 경우 시장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시장 내 불안감을 조성하는 시장교란 행위를 일으킬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은 파킹통장으로 물밑경쟁에 나서는 양상이다. 금리가 연 3%인 파킹통장은 시중은행 정기 예금(13일 기준 연 4.78~4.92%)보다 금리가 낮다. 현재 은행들이 인식하고 있는 당국의 예금 금리 상한선은 연 5.0%다.

인터넷은행들은 올해도 일정 대출 비중을 중금리대출로 채우겠다고 당국과 약속했다. 대출 확대를 위해선 그만큼의 대출 재원이 필요해 수신 확대가 필요하다.

실제 올해 들어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매월 감소한 반면, 인터넷은행은 11개월 연속 증가세다. 11월 말에도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전달 대비 1492억원 증가한 27조863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4200억원 늘어난 10조5500억원이다.

일각에선 내년 IPO가 예정된 케이뱅크, 향후 이를 준비하고 있는 토스뱅크가 몸집 불리기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최근 카카오뱅크 주가(13일 종가 2만9000원)가 공모가(3만9000원)에 못 미치는 등 IPO 후발주자들의 성장성에도 물음표가 붙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20·30대 비중이 큰 인터넷은행들은 정기 예금보다 파킹통장 금리를 올리는 게 예수금 확보에 효과적"이라면서 "실제 한 인터넷은행은 최근 파킹통장 금리 경쟁력이 약해지자 분기(3개월) 사이 5조원이 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fellsi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