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르신, 은행이 직접 찾아갑니다"…'KB 시니어 라운지' 가보니
서울 5개 자치구 노인복지관에 버스 개조한 이동점포 개설
입출금·연금수령 등 업무 지원…금융교육 프로그램도 연계 운영
- 김상훈 기자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이 동네에서 은행 한 번 가려면 30분은 걸어가야 하는데 복지관에 매주 이렇게 은행이 찾아와 준다면 다들 많이 이용할 것 같은데요."
지난 20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인근 주민 이모씨(74)는 KB국민은행이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 마련한 '시니어 라운지'를 이용한 뒤 이렇게 말했다.
'시니어 라운지'는 국민은행이 서울 시내 고령층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을 직접 찾아가는 버스형 이동점포다. 그동안 은행들이 통상 명절이나 휴가철에 차량을 개조한 이동점포를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배치한 적은 있으나, 고령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지난 18일 월요일 서울 중랑구 용마경로복지센터를 시작으로 화요일(19일) 구로구 구로노인종합복지관, 수요일(20일) 은평구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목요일(21일) 노원구 월계어르신복지센터, 금요일(22일) 서강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앞으로 이들 5곳에선 매주 정해진 요일에 '시니어 라운지'를 볼 수 있게 된다.
'시니어 라운지'는 현대자동차의 대형 승합차인 쏠라티를 개조해 은행점포처럼 꾸몄다. 내부에는 일반 은행의 창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담직원과 고객이 업무를 보는데 꼭 필요한 장비들이 대부분 갖춰져 있었다.
특히 어르신들이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공간 활용도를 높여 개조했다는 게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어르신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차량 발판을 최대한 낮게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국민은행이 이 복지관을 시니어 라운지 운영 장소로 선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매일 수백명의 어르신이 찾을 만큼 고령층의 접근성이 높은 데 반해 인근에서 시중은행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국민은행 구파발역점과 연신내종합금융센터점까지는 각각 도보 25분, 30분이 소요된다.
이동점포는 다른 오프라인 지점과 달리 △현금 및 수표 입출금 △통장 재발행 △연금수령 등 고령층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금융서비스만을 취급하며, 펀드 등 상품 판매는 제한된다. 영업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다른 은행보다 짧다.
거주지역 인근에 이동점포가 들어서자 고객들은 편리하다는 반응이다. 주민 예모씨(81)는 "연신내점에서 통장정리를 하려고 하면 대기시간도 많고 오래 걸린다"며 "신당동 지점이 사람이 별로 없다고 들어서 오늘 거기에 가려고 통장을 갖고 나왔는데 마침 (시니어 라운지가 있어) 잘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은행은 복지관과 연계해 금융·경제 교육을 실시, 강의를 들은 어르신들이 자연스레 '시니어 라운지'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날도 국민은행 본사에서 온 전문강사가 1시간 가량 어르신 50여명을 대상으로 보이스 피싱 방지, 스마트폰 사용방법 등 금융 관련 내용을 강의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어르신들 대부분은 '시니어 라운지'를 찾아 국민은행 모바일 앱 '스타뱅킹' 이용방법 등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스마트폰 사용법을 현장 직원들에게 묻기도 했다.
한 주민은 얼마 전 받은 문자메시지를 직원에 보여주며 금융사기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미국에서 온 문자인데 피싱일지 몰라 그냥 놔뒀는데 오늘 젊은사람들 본 김에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일단 서울 지역에서 시니어 라운지를 운영해본 뒤 수도권이나 지방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확대·운영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니어 라운지는 비대면 금융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층 등 영업점 이용이 필요한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첫주임에도 하루 평균 20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방문한 만큼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어르신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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