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 벗고 마이크 잡았다…돌아온 '올드 카녜이'의 진가 [N리뷰]
- 고승아 기자
(고양=뉴스1) 고승아 기자 = 세계적 힙합 아티스트 예(카녜이 웨스트·47)가 옛 히트곡 라이브로 14년 만의 내한 공연을 완성했다.
예는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당초 공연 예정 시간보다 70여분 늦은 오후 9시 10분께 '예 x 타이 달라 사인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Ye x Ty Dolla Sign Vultures Listening Experience)를 개최하고, 타이 달라 사인과 함께 135분간 공연을 진행했다.
예가 내한하는 것은 지난 2010년 낙산해수욕장에서 열린 페스티벌 공연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이번 내한은 타이 달라 사인과 작업한 '벌처스' 리스닝 파티 일환으로 진행됐다. 통상적으로 예는 리스닝 파티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퍼포먼스만 선보일 뿐, 라이브로 부르진 않았다.
이에 공연의 1부 격인 '벌처스' 리스닝 파티에서 예는 검은 옷에 복면을 쓰고 공연장에 등장, 무려 70분이나 지각했지만 별다른 멘트 없이 바로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공연장 한가운데에 흙으로 쌓아 올린 언덕을 무대 삼아 히트곡 '카니발' 등 '벌처스'의 수록곡에 맞춰 몸을 흔들었고, 관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특히 공연 도중 흰색 옷을 입은 댄서들이 떼로 등장해 언덕을 오르며 예를 따라다녔고, 공연장 한 바퀴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연기와 모래 먼지가 어우러지며 신비로운 분위기의 독특한 퍼포먼스를 완성하기도 했다.
공연 한 시간째, 예는 잠시 백스테이지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공연의 2부를 시작했다. 흰 트레이닝 복으로 옷을 갈아 입고, 복면을 벗고 등장하자 분위기는 급격히 전환됐다.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예는 마이크를 높이 든 채 환호를 유도하고, "코리아", "불빛을 보여달라(Let me see the light)" 등을 말했다. 이후 1시간 넘게 세계적 히트곡인 '스트롱거' '런어웨이' '파워' '플래싱 라이츠' 등 자신의 1집 앨범부터 최근 앨범까지 곡들을 불렀다. 공연 말미에는 "마지막 한 곡 남았다"라며 "한국, 사랑한다!(Korea, I love you)"고 외치고 '24'를 열창했다. 또 예의 딸인 노스, 시카고도 무대에 등장해 같이 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예가 리스닝 파티 투어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친 것은 물론, 자신의 대표곡을 아우르는 세트리스트를 선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호응을 유도하고, "아이 러브 유"를 외치는 모습도 낯선 모습이다. 최근 몇 년간 여러 공연을 진행했지만, 라이브 무대는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예는 자신의 대표곡을 짧게 부르는 것을 포함해 총 77곡의 노래를 선보이며 압도적인 무대를 선사, 14년의 기다림에 보답하며 다시금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노래로만 가득 채운 점은 특히 돋보였다. 수만 명의 관객들도 '올드 칸예(카녜이)'(개명 전 활동 당시를 일컫는 명칭)를 반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떼창과 환호로 화답하며 열광했다.
한편 예는 2004년 데뷔한 미국의 래퍼 겸 프로듀서로 당시 카녜이 웨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제이 지와 앨리샤 키스 등의 노래를 프로듀싱했으며, 앨범 '더 컬리지 드롭아웃'(The College Dropout), '마이 뷰티풀 다크 트위스티드 판타지('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등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2000년대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랩 앨범상을 다수 차지하며 최다 수상한 21세기 남성 솔로 아티스트에 등극하기도 했다. 2021년에 활동명을 예로 바꿨다.
다만 양극성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예는 공식석상에서 부적절한 행동, 정치적 발언, 혐오 발언 등으로 각종 구설에 오르고 있다. 또한 그는 지난 2014년 사업가 겸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과 결혼, 딸 노스, 시카고와 아들 세인트, 삼을 얻었으나 2022년 이혼했다. 이후 지난해 1월 호주 출신 건축 디자이너 비앙카 센소리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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