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로 물든 도쿄, 日 정식 데뷔에 '어텐션' [N리뷰]

[뉴진스 at 도쿄돔]
26·27일 일본 도쿄돔 대규모 현지 팬미팅

뉴진스 도쿄돔 현장/김민지 기자

(도쿄=뉴스1) 김민지 기자 = 일본 열도가 걸그룹 뉴진스(NewJeans/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에 푹 빠졌다. 지난 21일 일본 데뷔 싱글을 발매하고 현지에 정식으로 데뷔한 이들은 5일 만에 도쿄돔에 입성하며 폭발적인 기세를 보였다.

뉴진스는 26~27일 일본 데뷔 후 첫 번째 팬미팅인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Bunnies Camp 2024 Tokyo Dome)을 개최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서울 SK 올림픽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버니즈 캠프'에 이은 두 번째 팬미팅이자 뉴진스의 일본 내 첫 단독 행사다. 평일에 진행됨에도 티켓은 오픈하자마자 전 회차 매진됐고, 소속사 어도어는 시야제한석까지 오픈해 더 많은 팬이 뉴진스와 만날 수 있게 했다. 이에 이틀간 약 9만 1200명(회당 4만 5600명)의 관객이 동원됐다.

팬미팅 날은 버니즈(뉴진스 팬덤 이름)에겐 그야말로 '축제'였다. 팬들은 행사에 가기 전 일본 시부야에 오픈한 뉴진스 팝업스토어를 찾아 굿즈를 샀고, 인근에 마련된 뉴진스 스포티파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를 기념했다. 또한 행사장 인근 매장들에서는 뉴진스의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며 현지 팬들이 이들의 매력에 홀렸음을 실감케 했다.

뉴진스/어도어 제공

◇ 현지 데뷔 5일 만에 日 도쿄돔 입성, 전무후무한 '슈퍼 루키'

뉴진스는 일본 현지에 정식 데뷔한 지 5일 만에, 국내에서 데뷔한 지 1년 11개월 만에 도쿄돔에 입성했다. K팝 걸그룹이 도쿄돔에 입성하는 건 카라(2013), 소녀시대(2014), 트와이스(2019), 블랙핑크(2019), 에스파(2023)에 이어 여섯 번째다. 특히 뉴진스는 'K팝 아티스트 가요계 데뷔 후 최단기 도쿄돔 입성'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한 번에 최대 5만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돔은 일본 내에서도 '톱'의 위치에 오른 가수들이 설 수 있는 상징성을 지닌 공연장으로, 해외 아티스트들에게 그 장벽이 더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뉴진스는 가요계에 데뷔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을 시점에, 더불어 일본에서 정식으로 데뷔하자마자 도쿄돔을 전석 매진시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뉴진스는 지난 2022년 국내 가요계에 데뷔한 뒤,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일본에서 아직 데뷔하지 않았음에도 곡들이 현지 음원차트 라인뮤직 톱 100에 드는 것은 물론, 지상파 프로그램과 현지 최대 패션 축제로 꼽히는 '도쿄 걸즈 컬렉션'에 등장하는 등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후 올해 6월 21일 싱글 '슈퍼내추럴'을 발매하고 정식 데뷔하자마자 음원과 음반 차트를 휩쓸며 '루키'로 떠올랐다.

이에 일본 매체들도 뉴진스에 주목했다. 뉴진스가 도쿄돔에 입성하던 26일 스포니치, 스포츠 호치, 산케이 스포츠, 데일리 스포츠, 도쿄 주니치 스포츠 등 현지 언론이 뉴진스 특별판을 제작했다. 현지 매체들은 뉴진스를 두고 "세계적 인기를 자랑하는 한국의 5인조 그룹", "높은 음악성과 에너제틱하고 쿨한 퍼포먼스가 매력적인 그룹" 등으로 소개했다. 아울러 뉴진스가 일본 데뷔 5일 만에 완전체로 도쿄돔에 입성한 점을 가장 비중 있게 다루며 이들의 인기를 조명했다.

일본팬 유노수(왼쪽), 중국팬 밍스/김민지 기자

◇ '희진코어룩' 붐업부터 해외에서 날아온 팬까지…매력 폭발 '버니즈'

이날 팬미팅의 주인공은 버니즈였다. 팬들은 행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공연장을 찾았다. 특히 도쿄돔 부근에서는 이른바 '희진코어룩'을 한 팬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희진코어룩'은 지난 4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기자회견을 진행할 당시 입었던 패션을 지칭하는 것으로, 파란색 볼캡과 녹색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데님 팬츠를 매치한 스타일이다. 이후 이 룩이 큰 관심을 끌었고, 몇몇 팬들은 일본 팬미팅 현장에 파란색 모자와 녹색 티셔츠 등을 입고 와 눈길을 끌었다.

뉴진스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남성팬 유노수(28) 역시 '희진코어룩'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해당 스타일을 한 이유에 대해 묻자 유노수는 "내가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어 민희진의 '빅 팬'이다, 그래서 (패션을) 따라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희진은 팬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해 좋아하게 됐다"라고 했다.

또한 중국에 살고 있는 팬 밍스(28)는 오로지 뉴진스 팬미팅 관람만을 위해 일본까지 날아오는 열정을 뽐냈다. 밍스는 26일과 27일 모두 팬미팅을 관람하는 '찐팬'의 면모를 자랑했다. 밍스는 "뉴진스를 너무 좋아해서 이번 팬미팅 참석만을 위해 중국에서 왔다"라며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뉴진스 하니를 최애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버니즈들은 뉴진스 코스프레 의상을 입고 공연장에 등장하거나, 팬미팅 굿즈로 가방과 의상을 아기자기하게 장식하는 등 가지각색으로 '뉴진스 축제'를 즐겼다.

민희진 인스타그램

◇ 민희진 대표, 공연장 깜짝 등장…밝은 미소

뉴진스를 제작한 민 대표는 모회사 하이브와 갈등을 이어오고 있는 와중에도 양일 행사에 모두 참석했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고 본 뒤 긴급 감사에 들어갔고, 이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민 대표는 "경영권 찬탈을 기획하거나 시도한 적이 없다"라며 하이브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와 관련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돼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민 대표는 뉴진스의 일본 활동을 적극적으로 서포트하고 있다. 뉴진스가 일본 데뷔 싱글 '슈퍼내추럴'을 발매한 수일 전부터 민 대표는 본인의 SNS에 뮤직비디오 티저와 팝업스토어 티저, 굿즈 이미지, 자신의 팬아트 등을 연이어 올리며 홍보에 열중했다.

이날 행사 전 민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짧게 인사를 나눴다. 전날 1일 차 팬미팅을 치른 소감에 대해 묻자, 민 대표는 "어제는 떨렸는데 오늘은 즐길 것 같다, 기술적인 문제만 없으면 잘 진행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팬미팅에 대해 "이런 큰 무대 경험이 (향후 진행되는 뉴진스) 월드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팬미팅 재밌게 봐달라"라고 했다. 민 대표는 시종일관 밝게 미소 짓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뉴진스/어도어 제공

◇ 미공개곡 오픈·화제의 솔로 무대 →250 DJ, 팬미팅 이상의 음악 페스티벌

이번 뉴진스 팬미팅은 단순한 팬 관련 행사라기엔, 단독 콘서트 못지않은 꽉 찬 세트리스트를 자랑했다. 특히 뉴진스는 '어텐션', '하이프 보이', '슈퍼 샤이', 'ETA', 'OMG', '디토' 등 히트곡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발표한 최신곡인 '하우 스위트'와 '버블 검', '슈퍼내추럴'과 '라이트 나우'를 생생하게 들려줬다.

뉴진스는 이번 팬미팅만을 위한 특별 무대를 준비하기도 했다. 일명 '니니즈'로 불리는 멤버 하니와 다니엘은 나중에 뉴진스 앨범에 수록될 예정인 미공개 곡 '홀드 잇 다운'을 유닛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멤버들의 각 솔로 무대 역시 하나하나 화제가 됐다. 민지는 교복을 입고 일본 가수 바운디의 '무희'를 커버해 호응을 얻었고, 해린은 솔로 댄스 퍼포먼스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다니엘은 자작곡 '버터플라이즈'로 짙은 감성의 무대를 꾸몄으며, 혜인은 리나 사야와마와 듀엣을 통해 매력적인 음색을 뽐냈다. 하니는 일본의 전설적인 아이돌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불렀는데, 이는 일본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와 더불어 뉴진스의 음악 프로듀서이기도 한 250의 디제잉은 물론, 스페셜 게스트 요아소비와 리나 사와야마의 특별한 컬래버레이션 무대 역시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흥 폭발시키는 밴드 연주, 댄서 110명이 참여하는 플래시몹 퍼포먼스 역시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다채로운 장르의 곡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뉴진스의 팬미팅은 여느 '음악 페스티벌'과 다를 바 없었다.

뉴진스/어도어 제공

◇ 부상으로 공백 가졌던 혜인의 복귀, 눈물로 전한 진심

지난 4월 발등에 미세 골절이 발견된 뒤 치료에 전념하며 휴식기를 가졌던 혜인은, 부상이 호전되면서 이번 팬미팅 일부 무대에 올랐다. 이에 27일 팬미팅에서 혜인은 격하지 않은 안무를 할 수 있는 '어텐션', '디토', '하이프 보이', '버블 검' 등의 퍼포먼스를 소화했다. 5인 완전체 무대를 본 일본 버니즈들 역시 '혜인'을 연호하며 그를 응원했다.

이후 혜인은 클로징에서 진심 어린 소감을 전했다. 혜인은 "4명의 언니들이 내가 아픈 동안 자리 메워주느라 고생 많았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멤버들은 함께 얼싸안으며 혜인을 위로했고, 민지는 "4명이 혜인이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혜인이도 응원을 해줘 가능했던 일"이라고 해 멤버들을 다독였다. 이에 일본 버니즈 역시 '울지마, 울지마'를 외치며 멤버들을 달랬고, 혜인은 "버니즈 고맙고 사랑한다"라고 화답했다.

뉴진스 팝업스토어 현장/김민지 기자

◇ 일본 데뷔 싱글 발매 기념 팝업스토어 오픈 '대성황'

뉴진스는 지난 26일부터 서울 라인프렌즈 스퀘어 명동과 일본 도쿄 라인프렌즈 스퀘어 시부야에서 일본 데뷔 싱글 '슈퍼내추럴'(Supernatural) 발매를 기념한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일본 문화예술계 거장인 무라카미 다카시, 히로시 후지와라 등과 협업으로 탄생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일본 팝업스토어 지하 1층에는 아티스트에 몰입할 수 있는 약 40평 규모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대형 모니터 등을 바탕으로 IPX가 직접 영상과 음성을 융합해 제작한 스페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예약이 필수인 지하 1층 매장은 오는 팝업스토어 운영 마지막날인 7월 15일까지 일정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현장은 뉴진스 팬은 물론 힙합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대중까지 발걸음을 옮기며 분주한 분위기였다. 특히 팬들은 키치한 디자인의 굿즈를 소장하는 것을 기뻐했다. 이날 팝업스토어를 찾은 카와(19)는 뉴스1에 "SNS를 통해 팝업 스토어 오픈 소식을 듣고 오게 됐다"라며 "직접 와보니 뉴진스의 세계관을 더 잘 알 수 있어서 너무 좋다"라고 했다. 이어 무라카미 다카시와 뉴진스가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상품에 대해서는 "뉴진스에게서 이제까지 볼 수 없던 느낌"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카나(26) 역시 "귀여운 디자인의 상품을 살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