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가상 아이돌 입지…5세대 아이돌로 자리매김할까 [N초점]

버추얼 가수 메이브(위부터), 이터니티, 플레이브, 아뽀키
버추얼 가수 메이브(위부터), 이터니티, 플레이브, 아뽀키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던 '비대면' 서비스. 가요계는 이 기간 많은 변화를 맞았던 시장 중 하나다. 온라인, 즉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현실의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버추얼 아티스트들이 입지를 넓힐 수 있었던 배경이다.

버추얼(가상) 아이돌은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로 온라인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을 말한다. 최근 다양한 형태의 버추얼 아이돌이 속속 등장하는데, 이들의 인기가 실존하는 '신인' 그룹 못지 않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데뷔하는 신인 아이돌들이 '5세대 아이돌' 타이틀을 들고 나오는 가운데, 버추얼 아이돌 역시 이 5세대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버추얼 아이돌들은 훤칠하고 귀여운 아바타 뒤에 실제 사람이 존재하는 형태가 가장 많다. 지난 3월 데뷔한 버추얼 5인조 보이그룹 '플레이브'는 모션 트래킹과 실시간 랜더링 기술을 통해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동작을 그대로 아바타에 입혔다. 말 그대로 아바타 뒤에 실제 사람이 있는 것인데, 해당 인물의 행동을 아바타가 그대로 재현하므로 노래 및 춤까지 모두 가상 세계의 아바타가 실제 사람을 대변할 수 있다. 플레이브가 지난 8월 발매한 미니 1집 '아스트룸 : 더 셰이프 오브 띵스 투 컴'은 초동 20만장을 돌파, 남다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세계아이돌' 역시 실제 사람이 부른 노래와 댄서가 춘 안무를 모션 캡처해 탄생했다. 이세계아이돌은 지난 8월 발표한 3집 싱글 '키딩'으로 멜론에서 발매 하루만에 200만 스트리밍을 달성하는가 하면 톱100 차트 6위까지 올라갔다. 또 한국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Excl U.S.(미국 제외) 167위를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도 거뒀다. 버추얼 아이돌이 대중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대목이었다.

'아뽀키' 역시 실시간 렌더링과 모션캡처 기술을 이용한 버추얼 가수다. 실제 사람이 아바타 뒤에 있으며 노래 및 안무, 모션까지 실제 사람을 재현해 보여준다. 아뽀키는 최근 있었던 컴백 쇼케이스에서 버추얼 아이돌의 장점으로 "공간이 제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라며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아트워크가 더 멋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AI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이 제작한 아이돌 '이터니티'도 실제 사람이 뒤에 있다. 다만 이터니티는 펄스나인이 독자적인 인공지능기술 딥리얼AI로 만든 세계 최초의 버추얼 휴먼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다시 말해 실제 사람 얼굴에 딥리얼AI로 이터니티 얼굴로 바꾸어준다고 보면 된다. 이터니티는 지난 2021년 3월 '아임리얼'(I’m real)로 데뷔했으며, 현재 대역에 딥리얼AI로 이터니티를 구현하는 중이다. 이터니티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콘서트도 개최했다. 지난 10월 개최한 이터니티의 콘서트에는 500여명의 관객들이 참석했다.

펄스나인 관계자는 최근 뉴스1에 "영화관처럼 스크린만 마주하는 그런 형태가 아니라 환상적인 조명들을 관객석에서 체험할 수 있고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몽환적인 신세계 표현을 5D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 연출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가상 아이돌은 만지거나 실제로 눈 앞에서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 실제 사람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준비했으며 멤버 제인의 목소리 액터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콘서트 무대에 등장해 실제 라이브를 보여줘 갈증을 채웠다"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카카오엔터가 넷마블과 함께 선보인 가상 아이돌 '메이브'(MAVE:)는 사람이 아닌 100%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졌다. 언뜻 보기에는 여타 K팝 밴드처럼 보이지만 멤버 시우, 제나, 타이라, 마티 4명은 메타버스 세계에 살고 있으며 이들이 선보이는 음악과 춤, 인터뷰 나아가 헤어스타일까지 모두 인공지능이 만들어냈다.

메이브는 넷마블의 기술력에 카카오엔터의 음악사업 역량의 결합으로 탄생한 버추얼 걸그룹이다. 스타쉽, IST엔터, 안테나 등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통해 K팝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기획/제작하고, 신인 아티스트를 육성해온 카카오엔터의 음악 매니지먼트 사업 역량을 펼쳐냈다. 그 결과, 글로벌 K팝 팬들로부터 음악과 무대 구성 및 비주얼 콘셉트 등에 대한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메이브는 올해 1월 첫 번째 싱글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 정식 데뷔했다. 데뷔곡 '판도라'로 스포티파이 4500만 스트리밍, 뮤직비디오 30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실존하는 아이돌 못지 않은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브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4가지 언어(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고, 사람들이 만들어낸 음악과 안무를 모션캡처와 실시간 3D 렌더링 기술을 통해 구현해 냈다. 실제 아이돌처럼 대면할 수는 없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실존하는 아이돌을 능가하는 여러 능력으로 단점을 상쇄시키고 있다.

이같은 버추얼 아이돌들의 활약을 두고 최근 이종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이 거의 3년동안 비대면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아이돌과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며 "버추얼 아이돌과 실제 아이돌 그룹이 서로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을 더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hmh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