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의 기적이었는데…피프티 피프티, 분쟁에 잡힌 발목 [N초점]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YT FIFTY) 새나(왼쪽부터)와 키나, 아란, 시오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중소돌의 기적'이라고 불렸던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인기는 단순히 '일장춘몽'의 아쉬움으로 끝이 나는 것일까. 피프티 피프티를 두고 여러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들의 차기 활동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피프티 피프티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지난해 11월18일 EP 1집 '더 피프티'(THE FIFTY)로 가요계에 발을 내디뎠던 피프티 피프티는 올해 2월 발매한 싱글 1집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로 국내외 많은 리스너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싱글 1집의 타이틀곡 '큐피드'(Cupid)는 틱톡 등의 숏폼 콘텐츠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 3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00위로 데뷔해 큰 화제를 모았다.

빌보드 '핫 100' 데뷔는 피프티 피프티가 데뷔한 지 4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로, 이는 K팝 아이돌 역사상 가장 빠른 '핫 100' 데뷔였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후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는 계속해서 차트 상승을 이뤄냈고, 지난 5월20일(현지시간) 자 '핫 100'에서는 17위를 기록하면서 남다른 인기를 자랑했다. 특히 지난 5일 발표된 최신 차트(7월8일 자) '핫 100'에서도 24위를 기록하면서 피프티 피프티는 해당 차트에서 15주 연속 머무르는 진기록을 썼다. 이는 K팝 걸그룹 최장 '핫 100' 차트인 기록이다.

국내외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피프티 피프티는 '중소돌의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소속사 어트랙트가 대형 기획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프티 피프티의 글로벌(세계적인) 인기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국내 K팝 팬들은 물론 언론들의 주목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대세 흐름에 갑작스럽게 빨간불이 켜졌다.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싼 잡음들이 새어나오기 시작한 것.

그룹 피프티 피프티 / 사진제공=어트랙트

가장 먼저 내홍이 터져나온 건 소속사 어트랙트가 지난달 23일 "멤버 아란의 수술로 휴식기를 갖고 있는 중이나, 외부 세력이 멤버들에게 접근해 감언이설로 계약 위반을 종용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내면서부터다. 이후 6월26일 어트랙트 측은 외주용역업체인 더기버스가 "워너뮤직코리아에 접근해 피프티 피프티를 팔아 넘기는 제안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라고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더기버스는 어트랙트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피프티 피프티 프로젝트의 관리 및 업무를 수행해 온 업체로 안성일 프로듀서가 대표로 역임 중이다. 워너뮤직코리아는 피프티 피프티의 해외 유통사로 올해 4월1일부터 그룹의 해외 유통을 진행해온 관계.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는 지난 3일 워너뮤직코리아 A전무와의 통화 녹취파일을 공개하면서 더기버스가 어트랙트의 동의 없이 200억 규모의 바이아웃을 진행해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워너뮤직코리아와 더기버스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억지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더기버스 측은 "워너뮤직코리아에서 '레이블 딜'의 구조에 대해 제안했고, 이에 대해 워너뮤직 측은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와 논의를 희망했으며, 이 내용이 전달되었기에 어트랙트와 워너뮤직코리아 양사 간 연결이 된 것"라며 "이때 전홍준 대표는 어트랙트의 상장을 희망하며 워너뮤직코리아에 거절 의사를 밝혔고, 이후 선급 투자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이에 워너뮤직코리아는 그에 맞게 제안을 수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멤버 4인(새나, 키나, 아란, 시오)까지 소속사 어트랙트를 등지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어트랙트 측이 계약을 위반하고 신뢰관계 파괴를 야기한 데 따른 조치"라며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이에 지난 5일 멤버들의 법률대리인과 어트랙트 측은 첫 심문기일에서 팽팽한 법정 공방을 펼치기도.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YT FIFTY) ⓒ News1 권현진 기자

이때 '큐피드'의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졌다.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가 '큐피드'의 저작권자 바꿔치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실제 안 대표는 시안이라는 활동명으로 '큐피드'의 작사 및 편곡에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시안은 작곡가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 특히 '큐피드'의 작곡가는 외국 음악가 3명이지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는 외국인 작곡가의 이름은 없고 시안 등이 등재돼 있다.

바이아웃 논란부터 시작돼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 '큐피드'의 저작권 분쟁까지 심화되자 피프티 피프티의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피프티 피프티는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케이콘 LA 2023',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한영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 등 각종 해외 공연 일정까지 줄줄이 취소하면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중소돌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글로벌적인 입지를 빠르게 다져나갔던 피프티 피프티였던 만큼, 이번 분쟁을 안타깝게 보는 시선이 많다"라며 "분쟁으로 인해 이미 이미지에 타격이 갔기에 과연 분쟁이 잘 마무리 됐을 경우에도 이들이 다시 정상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큐피드' 저작권과 관련한 논란까지 있는 상황에서 조속히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법정공방이 심화되면 될수록 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안타까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가요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피프티 피프티가 만든 빌보드 기록도 퇴색한 느낌이 강하다"라며 "특히 중소기획사가 만든 아이돌들의 활약이 더뎠던 최근이었기에, 이번 사태로 인해 앞으로도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 제작이 대형 기획사에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만들어질까 걱정되는 부분도 크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