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 400만장 시대…음반 판매량 고공행진 이유는 [N초점]
-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올 상반기 아이돌 그룹들의 음반 판매량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그룹 스트레이키즈가 이달 초 초동(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 이하 한터차트 기준) 기간에만 461만장의 음반을 팔았고, 세븐틴도 4월 발매한 신보로 초동 455만장을 넘겼다. 보이그룹보다 음반 판매량에서는 다소 약했던 걸그룹도 이제 초동 100만 장 기록을 가뿐히 넘기고 있다.
스트레이키즈는 정규 3집 '★★★★★ (5-STAR) (파이브 스타)'로 발매 첫 주인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461만장 판매량을 기록했다. 발매 당일에만 239만장을 넘긴 이 앨범은 직전 앨범인 '케이스(CASE) 143'의 초동 216만장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로써 스트레이키즈는 K팝 초동 1위 기록을 차지하게 됐다.
세븐틴도 지난 4월24일 발매한 미니 10집 'FML'(에프엠엘)으로 K팝 그룹 초동 2위에 올랐다. 이 앨범은 초동 기간 455만장을 판매하며, 전작 '핫'(HOT) 초동 판매량인 206만장보다 2배 이상 팔았다.
에스파는 K팝 걸그룹 초동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 발매한 미니 3집 '마이 월드'(MY WORLD)는 초동으로만 169만장 이상 판매했다. 지난해 발매한 전작 '걸스'(Girls)는 초동 112만장으로, 당시 걸그룹 사상 최초로 초동 100만장을 달성한 바 있다. 이밖에 지난 5월 컴백한 르세라핌과 (여자)아이들도 각각 초동 125만장, 116만장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난 2020년 팬데믹 이후 대면 행사에 대한 수요가 음반 구매로 쏠리면서 최근 3년간 음반 판매량은 급증해왔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2년 음반 수출액은 약 2억3311만달러(약 2965억 원)를 기록했다. K팝 음반 연간 수출액은 2020년 사상 처음으로 1억달러(약 1272억 원)를 넘어섰는데, 2021년에는 2억달러(약 2544억원)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의 칼럼에 따르면 지난해 음반 판매량은 8000만장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약 2140만장이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일본, 중국, 미국 3국에 대한 수출량도 전년보다 증가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대면 공연을 못해 상대적으로 이러한 소비층이 음반 판매량으로 유입된 트렌드가 엔데믹 이후에도 이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K팝의 인기 확대에 따라 새로운 글로벌 소비 시장이 유입 됐고, 여기에 음반 판매량이 팬덤의 척도가 되면서 이어진 글로벌 팬층 간의 경쟁 심리에 따른 증가세"도 판매량의 증가 포인트로 꼽았다.
이처럼 그룹의 성과 지표로서 초동과 음반 판매량이 중요하게 작용하면서 음반 판매량 경쟁 역시 더욱 심화된 모습이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음반 판매량은 그룹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팬덤의 충성도를 나타낼 수밖에 없는 지표"라며 "일반 대중이 더 이상 일반 CD를 사지 않는 시대인데, 팬덤에서는 '음반을 사야 팬'이라는 구조가 자리 잡혔기 때문에 중요한 지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속사들은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나섰다. 소속사에서는 음반에 랜덤으로 수록되는 포토카드를 더욱 다양한 버전으로 나뉘어 랜덤 비율을 높이고, 다양한 음반 판매처를 통해 해당 판매처에서 구입시 한정으로 제공되는 '미공개 포토카드'를 추가했다. 앨범 종수 역시 다양하게 나눴다. 예컨대, 스트레이 키즈는 '파이브 스타'를 일반판 3종, 한정판 1종, 디지팩 8종, 총 12가지 종류로 발매했다. 세븐틴은 일반판 3종, 위버스 1종, 키트 1종, 캐럿반 1종 총 6종으로 구성됐다. 대신 캐럿반은 멤버별(13명) 재킷으로 구성됐으며 랜덤으로 판매했다.
팬사인회 역시 음반 판매량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다. 팬사인회는 현재 영상통화로 진행하는 팬사인회와 대면으로 진행하는 팬사인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영상통화 팬사인회는 당초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일정이 불가능해지면서 생겼으나, 현재는 한국에 쉽게 오지 못하는 해외 팬들을 위한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팬사인회는 추첨으로 선정되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 개인이 적게는 수십 장에서 많게는 수백 장씩 사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들이 판매량 상승을 위한 것과 아예 연관이 없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면서도 "이제는 음반 자체가 하나의 사업이 된 구조다, 음악을 듣기 위해 CD를 사는 게 아니라 CD를 통해 부가적인 특전을 얻고, 팬 이벤트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K팝 팬들은 초동 성적을 기준으로 하는 '초동 줄세우기'에서 보다 더 높은 성적을 기록하기 위해서, 또는 전작보다 더 나은 '커리어 하이'를 보여주기 위해 음반 구매 보다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연일 아이돌 그룹의 초도 판매량 신기록이 경신되는 등 피지컬 앨범 시장에 일부 과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팬덤 간 화력 경쟁과 전작보다는 판매량이 많아야 한다는 팬덤 내 심리적 압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K팝 음반 판매량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진우 수석연구원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20만장 가량 많은 약 4290만장"이라며 "이는 이미 전년도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며, 12월까지 전년도 판매량을 유지할 경우 올해 전체 앨범 판매량은 1억 장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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