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뚫은 피프티 피프티, 중소의 기적 어떻게 이뤄냈나 [N초점]

피프티 피프티(어트랙트 제공)
피프티 피프티(어트랙트 제공)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신예 걸그룹이 기적을 일궈냈다. 이제 데뷔 6개월 차에 접어든 신예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를 뚫은 것이다. 중소 기획사가 제작한 K팝 아이돌 그룹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뚜렷한 성과를 기록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최고 권위와 전통의 대중음악 관련 차트인 빌보드의 최신(4월8일자)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따르면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2월24일 발매한 첫 번째 싱글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의 타이틀곡 '큐피드'(CUPID)로 94위를 기록했다.

직전 주 100위에 오르며 처음 '핫 100'에 진입한 이들은 이번에는 6계단 상승하며 2주 연속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피프티 피프티의 기록은 K팝 그룹 중 가장 빠른 빌보드 '핫 100' 진입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데뷔한 신인 뉴진스가 '핫 100' 진입에 6개월이 걸렸는데, 피프피 피프티는 데뷔 4개월 만에 해당 차트에 명함을 내밀었다. 물론 원더걸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블랙핑크의 '핫 100' 진입보다도 빠른 속도다.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11월 '더 피프티'(THE FIFTY)로 데뷔, 첫 싱글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 초 미국 그래미는 '2023 주목할 K팝 신인 걸그룹'으로 이들을 선정하기도 했던 터다.

이 가운데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가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원곡보다 빠르게 재생한 버전인 '스페드 업'(SPED UP)이 틱톡커들의 영상에 BGM으로 사용되면서 입소문이 났고, 자연스레 '큐피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에 전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데일리 글로벌 바이럴 차트(SNS에서 인기를 얻는 곡들의 순위를 매긴 차트)에서 '큐피드' 영어 버전인 '큐피드(트윈 버전)'이 지난달 20일 1위로 진입한 뒤, 17일째(5일 기준)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소속사 어트랙트는 이에 대해 "별도의 프로모션 없이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일궈낸 차트인"이라고 설명했다.

피프티 피프티(스포티파이 차트 갈무리)

이와 관련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뉴스1에 "한국 K팝 신에서 (숏폼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은 댄스나 가사 챌린지 정도인데, 이는 2019년 정도에 진행된 다소 오래된 방식의 마케팅"이라며 "현재 미국과 영국 대중음악 신에서 이뤄지는 히트곡의 바이럴 과정이 충실하게 이행된 최초의 사례가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바이럴은 의도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 반드시 히트할 수는 없고,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큐피드'는 노래 자체가 잘 만들어졌다고 본다, 멜로디 라인도 유연하고, 튀는 부분이 없으며 보컬도 우아하게 들어가는 등 소프트하게 듣기 좋은 형태"라며 "특히 영어 버전은 랩이 없고, 가사도 전부 영어라 자극적이지 않고 변형이 가능한 형태의 웰메이드 팝이라 이러한 점들이 바이럴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좋은 노래'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장성을 지니게 되면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소비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 셈이다.

김 평론가 "다만 바이럴은 의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틱톡에서 유행을 시켜보자고'해서 되는 건 아니고, 피프피 피프티도 이를 생각하지 않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서 선보인 게 잘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들의 성공은 '중소 기획사의 기적'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빌보드 '핫 100'에 오른 K팝 그룹은 피프티 피프티를 제외하고 원더걸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모두 대형 기획사(현 하이브, JYP, YG) 소속이다. 피프티 피프티는 걸그룹을 처음 제작한 어트랙트 소속으로, 어트랙트는 보이그룹 핫샷 등을 선보인 스타크루이엔티의 산하 레이블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소셜 미디어 채널이 많이 활성화되면서 중소 기획사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고 본다"며 "특히 피프티 피프티의 경우는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누구든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좋은 상황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SNS를 통해 대중들이 마음을 움직여줬고, 이에 상승효과를 이끌어 준 것"이라며 "또 다른 작은 소속사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