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신연식 감독 "'삼식이 삼촌' 때 이 4개 빠져…잘 될 줄"
[N인터뷰]②
-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신연식 감독이 올해 배우 송강호와 함께한 두 작품을 연달아 공개한다. 올해 5월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삼식이 삼촌'에 이어 영화 '1승'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오는 4일 개봉하는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다. 영화 '동주' '거미집'을 쓰고 드라마 '삼식이 삼촌' 감독을 맡았던 신연식 감독이 연출을 맡아 한국 영화 최초로 여자배구 소재 작품을 선보인다.
신 감독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1승'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어떠한 승패보다는 '1승'이 함유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N인터뷰】①에 이어>
-이번 영화에 배구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특별출연한 김연경을 실제로 보는데 정말 다르더라. 코트에서 아이(eye) 레벨로 봤는데 정면에서 보니까 많이 다른 게 느껴졌다. 말로 설명을 못할 정도다. 그리고 한유미 위원이 상대편 세터로 등장한다. 처음에 잘못 판단한 게, 배우가 배구를 배우는 게 빠를지, 배구선수가 연기를 배우는 게 빠를지 고민하다가 후자가 빠르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 특히 배구선수가 배구선수 역할을 연기하니까 자연스럽더라. 배구를 몇 달 배워도 안 된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 그 외에도 김세진, 신진식 감독님들과 선수들이 다들 연기를 잘하시고 끼도 많더라. 선수들이 다른 영역에서도 끼도 많고 재주도 많았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웃음)
-배구 랠리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촬영했나.
▶여자배구를 봤으면, 당연히 '1승'에 랠리 시퀀스를 넣었을 거라 생각할 것 같다. 이게 바로 큰 묘미다. (여자배구에서) 2~3분 랠리 상황이 벌어질 때가 있는데 그걸 꼭 담고 싶어서 두 달 동안 안무하듯이 연습했고, 촬영팀과 CG 팀이 중간에 가서 코트 안에 카메라 포지션을 정한 뒤, 비싼 와이어 캠을 경기장에 설치했다. 설치하는 데만 일주일 걸렸다. 그리고 카메라에 정해진 포지션을 입력하고, 그 포지션에 따라 움직이면서 360도로 시퀀스를 담았다. 한 명이라도 선수가 앵글에서 벗어나면 두 달 동안 연습한 것과 몇천만 원대를 날리는 거라 데미지가 컸다. 나도 동시에 현장에서 모니터 6개를 봐야 했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실수하면 큰일이니까 벌벌 떨면서 모니터를 봤는데 첫 테이크에 '오케이'가 나서 다행이었다. 한시름 놨다. 배구라는 스포츠 묘미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만 예산과 시간에서 한계가 있어서 취사선택했고, 그래서 랠리 장면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승'이 필모그래피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 같다.
▶어떠한 심경 변화보다는 계획이 있다. 모든 감독이 계획이 있을 것이다. 난 마흔살까지 말도 안 되는 걸 하자고 생각해서 독립영화 찍으면서 원 없이 이상한 영화를 했고, 내 인생에서 일말의 아쉬움 그런 거 없이 30대를 보냈다. 그리고 '동주'로 빚을 갚고 그 돈 갖고 기독교 영화 만들고 다 털었다. 그럼 이제 마흔 넘었으니, 차례로 '1승' '거미집' '삼식이 삼촌' 하자는 거였다. 그런데 순서가 바뀌어서 '1승'이 가장 마지막이 됐다. 그때 코로나가 생길 줄도 몰랐다. 나름 내 인생 설계가 철저하게 있었다. 하하.
-다음 스텝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아주 이상한 짓은 안 할 것 같다. 영화를 하려고 생각하던 아이템 세 개 중의 하나를 할 것 같다. 드라마 대본을 써야 하는 게 있어서 대본도 쓸 것 같다. 사실 드라마 '삼식이 삼촌'을 하면서 이가 네 개나 빠졌다. 그래서 되게 잘 될 줄 알았다. ('오징어 게임' 연출한) 황동혁 감독님도 치아가 빠졌다고 해서, '나도 되는구나' 생각했는데 아무나 이가 빠지는 게 아니더라. 하하. 아 7개 빠진 건가. 그럼 세 개가 모자랐다. 그런데 '1승' 하면서 담낭을 뗐다. 감독들이 이러고 산다. 어쨌든 더 이상 이상하거나 괴상한 영화는 안 할 것 같고 꼭 하고 싶은데, '1승'이 잘 돼야 한다. 내가 망해서 그렇지 하겠다고 해서 못 한 건 없다.
-'삼식이 삼촌'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10부작으로 쓰고 만든 걸 16부작으로 하다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한다. 송강호 선배님하고 그 작품을 했다는 것 자체는 후회도 없고, 진짜 하고 싶어서 했다. 남의 돈 갖고 했다는 게 그렇지만.(웃음) 개인적으로 '삼식이 삼촌'을 하고 싶었고 순서상 '1승'을 하고 난 이후라 (송강호) 선배님을 더 많이 알고 나서 한 작품이라 더 그랬다. 기회라는 게 늘상 있는 게 아니니까, 선배님과 또 언제 만날지 모르고, 또 그런 작품을 또 언제 만날지 모르니까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지 않나. 그래도 선배님이나 나나 성향이 안 해 본 걸 하는 거 좋아해서 후회 자체는 전혀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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