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마지막…예정된 비극, 눈물겨운 희생 '소방관' [시네마 프리뷰]

12월 4일 개봉 영화 '소방관' 리뷰

''소방관' 스틸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신입 소방관 철웅(주원 분)은 서부소방서로 첫 발령을 받는다. 그는 신입이자 사회초년생으로서 생사가 오가는 현장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후 그는 출동한 녹번동 빌라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된 계기를 만들어줬던 용태(김민재 분)를 잃고 만다. 용태는 현장에 남겨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자기를 보조호흡기를 내어주고 불 속으로 사라져 동료들에 큰 슬픔을 안긴다. 철웅은 점차 상실감을 극복해 가지만, 구조반장 진섭(곽도원 분)과 출동한 홍제동 상가 건물 화재 현장에서 또 한번 위기를 맞이한다.

오는 12월 4일 개봉하는 '소방관'은 '친구'(2001) '극비수사'(2015)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 등을 선보였던 곽경택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 2001년 3월 4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인해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영화화했다.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은 발생 당시 서부소방서 소방관 6명이 사망했고, 3명이 큰 부상을 입었던 대형 참사로, 이를 계기로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의 필요성이 전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 화재가 발생했던 현장 중심으로 약 382m 가량 되는 구간이 소방영웅길로 지정되기도 했다.

소방관 스틸
'소방관' 스틸
'소방관' 스틸

영화는 철웅과 진섭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철웅은 신입 소방관으로서 고군분투를 보여주면서도 위험까지 무릅쓴 구조반장 진섭의 희생정신과 사명감을 이해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친형처럼 따르던 용태의 죽음은 철웅에게 큰 트라우마이자 극의 변곡점이 된다. 그럼에도 '사람을 구하면서 살 수 있는 자격'의 숭고함을 깨닫고 다시 위험한 현장에 몸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내기까지, 철웅의 성장은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다.

각 소방관들에 캐릭터와 서사를 부여했지만 '소방관'은 영화적이고 장르적인 재미보다는 소방관들의 희생과 고충, 이들의 귀한 직업정신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참사 이후 18년이 지난 2020년이 돼서야 국가직을 인정받았던 만큼, 당시 소방관들은 국가 공무원도 아니었다. 방화복, 방화 장갑이 아닌 방수복과 목장갑을 착용한 채 현장에 투입돼야 했던 열악한 장비부터 제대로 된 국가의 지원이 없어 이를 사비로 충당하기까지 했던 당시 상황까지 담겼다. 화상을 입는 것도 일상,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면서 무거운 산소통을 들고 화재 현장까지 뛰는 고충도 감내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기꺼이 희생해 타인을 구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은 러닝타임 내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영화가 담은 화재 현장은 리얼 그 자체다. 영화는 미적 연출로 구성된 영화적인 미장센보다는 실제 화재 현장과 가깝게 표현한 미장센으로 공포심을 안겨준다. 검은 연기가 자욱해 스크린 너머 관객조차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아비규환의 화재 현장은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매우 인간적인 두려움에 휩싸이게 한다. 소방관들을 덮치는 화마의 열기가 스크린 밖으로도 전해지는 듯하다. 또한 소방관들의 가족 역시 소중한 이와의 하루하루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애틋함은 더욱 공감대를 형성한다.

'소방관'은 곽경택 감독이 연출을 고사했음에도 소방관들에 대한 부채 의식에 함께하게 된 작품이다. 이에 곽경택 감독은 테크닉과 기교보다 영화의 본질을 보여줄 수 있는 연출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적 재미는 다소 아쉽다. 음주운전 물의로 영화 개봉에 영향을 줬던 곽도원의 열연도 몰입을 방해하는 측면도 있다. 실화가 바탕인 만큼, 소방관들의 예정된 비극도 마주하기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진심을 더한 감독과 배우들의 진정성만큼은 빛난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겠다는, 영화의 의도만큼은 관객들을 울린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