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페이스' 감독 "송승헌, 멋있어야 한단 짐 내려놔…진화했다"
[N인터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히든페이스' 김대우 감독이 송승헌 조여정과 또 다시 재회한 소감을 밝혔다.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히든페이스'를 연출한 김대우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히든페이스'는 지난 2011년 개봉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가 원작으로,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다. 음란서생'(2006) '방자전'(2010) '인간중독'(2014)에 이어 김대우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김대우 감독은 송승헌과 '인간중독'을 함께 했고, 조여정과는 '방자전' '인간중독'에 이어 이번 작품이 세 번째다. 그는 두 배우와 작업에 대해 "저도 시간에 따라 발전하겠지만 배우도 시간에 따라 변신하고 탈피, 진화하는 것 같다"며 승헌 같은 경우는 '이제 드디어 때가 됐다'는 느낌이었다, 승헌이 되게 많은 걸 어깨에서 짐을 내려놨구나 그걸 느꼈고 승헌의 그런 모습을 꼭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정은 아직도 감추고 있는 내면이 많은 것 같더라, 아직 발현되지 못한 내면을 끌어내주고 싶다 했다"며 "그래서 이전에 했던 배우라는 친숙감은 없었다, 그냥 새로운 배우와 부딪친다는 느낌이었다, 또 갈등 구조도 새로운 갈등 구조이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배우와 하는 것 같더라,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로 배우가 진화하더라"고 극찬했다.
김대우 감독은 "승헌은 정말 짐을 많이 내려놓은 것 같다"며 "그를 감싸고 있는 짐, 멋있어야 하고 아름다워야 하는 짐이 있는데, 어느날 만났는데 '저걸 내려놓고 갈 수 있겠다'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인간중독' 때는 내가 승헌을 이겨내지 못했는데 이번 영화는 하기 전에 '내가 승부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짐을 내려놓은 게 좋더라"고 흐뭇해했다.
조여정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다녀왔다. 이에 대해 김대우 감독은 "조여정은 세계적인 배우가 됐다"며 "배우는 본질의 싸움인 것 같다, 그 배우가 본질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상을 하나도 못받은 배우도 위대할 수 있고, 큰 상을 받고 와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배우는 관직이 아니니까 항상 자연인 상태인 것 같다, 그래서 자연인 조여정이 발전한 거지 상이 그를 발전시켰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여정이 살면서 겪으면서 또 다른 조여정이 된 것 같다"며 "어떤 사람은 내가 데뷔시켰다고 그러기도 하지만 항상 존경하고 존중하고 조여정의 연기에 대한 태도를 높게 본다"고 극찬했다.
조여정은 극 중 밀실에서 극한의 감정 연기를 펼친다. 이에 대해 김대우 감독은 "저는 그 힘든 걸 유머로 풀어줘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래서 배우에게 위로해 주려고 쓸데없는 개인기를 부렸는데 나를 이렇게 쳐다보고 가더라"고 회상한 뒤 "'웃음이 나와?' 이런 느낌이었다"고 웃으며 "그래서 진짜 저 사람은 지금 갇혀 있는 사람으로서 완전히 빙의했구나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 배우는 갇혀 있는 절박한 공포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했고 그때부터 조여정 배우 대할 때 상당히 주의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고 고백했다.
조여정은 수연으로 분해 밀실에 갇힌 장면에서 약혼자인 성진이 아닌 미주를 더욱 애타게 부른다. 김대우 감독은 이를 연기한 조여정에게 큰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여정 씨가 거의 텐션이 하이로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누구를 원망하고 화내는지 보고 싶었다"며 "수연이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여정 씨가 해봐야 알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리허설을 안 하고 그냥 바로 슛을 갔다, 여정 씨가 화내는 방향으로 저도 수긍하려 했고 그 화내는 방향이 사실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제가 생각했던 건 두 명 모두에게 원망과 질책을 하는 건데 그게 5:5 정도 생각했었다"면서 "그런데 여정 씨가 하는 거 보니까 8 대 2 정도 되더라, 그래서 '저게 진짜 감정이면 시나리오나 연출이 개입할 공간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리허설 없이 갔으니까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맞는 것 같으니 그대로 가자 했다, 여정 씨도 이를 의식하진 못했다더라"고 덧붙였다.
한편 '히든페이스'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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