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명수·청설·사흘·히든페이스…비수기 파괴작 또 나올까 [N초점]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서울의 봄' 같은 '비수기 파괴작'이 하반기에도 나올 수 있을까. 웬만한 한국 영화들이 누적관객수 100만도 넘기기 힘든 가운데, 가을 신작들을 향한 시선 끝에 희망이 실리는 이유는 비수기에 개봉해 의외의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근래 적잖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와, 지난해 11월에 개봉한 '서울의 봄'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영화는 관객들의 입맛에 맞으면서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입소문이 날 만한 작품이라면 시기와 관계없이 흥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같은 기대 속에 10월 말과 11월,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는 코미디와 청춘 로맨스, 스릴러와 오컬트까지, 다양한 장르 작품들이 포진해 있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아마존 활명수'(감독 김창주)는 '극한직업'의 공동 각본가인 배세영 작가가 각본을 쓰고 배우 류승룡, 진선규가 주연을 맡은 코미디 영화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이 한국계 볼레도르인인 통역사 빵식과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이 영화는 아마존 원주민 전사 3인방을 한국에 데려온다는 독특하고 신선한 콘셉트로 인해 세 명의 외국인 배우를 캐스팅했다. 이고르 페드로소, 루안 브룸, J.B. 올리베이 등의 배우들이 그들이다. 무려 아마존 '활 명수'들과 양궁 강국의 전직 국가대표가 펼치는 코믹한 활극이 관객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팬데믹 이후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해 코믹한 요소가 있는 밝은 작품들이 흥행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특히 '천만'까지는 안 되더라도 1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중박'을 치는 작품 중에서는 코미디 장르의 약진이 돋보였다. 7월 개봉해 471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파일럿'이나 177만 명 이상을 동원한 6월 개봉작 '핸섬가이즈'가 대표적이다. '아마존 활명수'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주목받기 쉬운 작품이다. 게다가 '7번방의 선물'이나 '극한직업'으로 이미 코미디 영화의 성공을 이끌어 본 류승룡의 주연작이라 믿음직스럽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1020, 2030 젊은 관객층의 관심을 끌 만한 작품도 11월에 개봉한다. 영화 '청설'(감독 조선호)이다.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 동명의 대만 영화를 한국적으로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역시나 젊은 층에서 인지도가 높은 세 배우, 홍경과 노윤서, 김민주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홍경은 영화 '댓글부대'와 드라마 '악귀' 등에서 돋보이는 연기력을 보여줬고, 노윤서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일타 스캔들'에서 청초한 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인기를 얻었다.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인 김민주는 아이돌 때부터 화려한 미모로 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다.
원작 '청설'이 '말할 수 없는 비밀'(2008)과 더불어 대만 청춘 로맨스의 효시격 작품인 점에도 기대를 걸어봄 직하다. '청설'은 2000년대 중반 당시 온라인에서 먼저 입소문을 타며 인기몰이를 한 뒤 국내에서 정식 개봉했다. 원작을 기억할 뿐 아니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나 '나의 소녀시대' 등 대만 로맨스에 익숙한 20,30대 관객들에게 한국판 '청설'이 로맨스에 대한 향수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청설'은 11월 6일 개봉한다.
'파묘'에 이어 오컬트 트렌드를 잇는 '사흘'(감독 현문섭)과 '에로티시즘의 대가'로 여겨지는 김대우 감독의 신작 '히든페이스'도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11월 13일 개봉작인 '사흘'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오컬트 호러 영화. 박신양과 이민기, 이레가 주연을 맡았다. '파묘'를 배급했던 쇼박스가 다시 한번 배급하는 오컬트 호러 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더불어 이 영화는 연기파 배우 박신양이 무려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복귀작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의 행방을 쫓던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이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송승헌과 조여정, 박지현이 주연을 맡았다.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원작의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김대우 감독 특유의 에로티시즘이 접목돼 성인 관객들을 타깃팅할만한 작품으로 기대된다. '방자전' '인간중독' 등이 그랬듯 김대우 감독 특유의 파격적인 미장센과 서사를 보여준다면 예상 못 한 흥행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히든페이스'는 오는 11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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