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앞두고 OTT·RM 대중성 집중…눈물의 이선균 추모 [BIFF 결산]

열흘 간의 일정 마치고 11일 폐막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는 개막작인 김상만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을 비롯해 63개국 224편이 초청돼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2024.10.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이달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흘 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1일 폐막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포함하여 총 63개국으로부터 온 278편의 영화를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메가박스 부산극장 등 총 5개 극장, 26개 상영관에서 선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 총 관객수는 14만 5238명으로, 좌석 점유율 약 84%를 기록했다. 커뮤니티비프 관객수는 4853명으로, 점유율 약 76%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 좌석점유율 수치다.

영화 팬들과 만남도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BIFF 측은 오픈 토크와 야외무대인사, 마스터 클래스, 스페셜 토크와 더불어 올해 재개한 아주담담과 짧은 영화, 긴 수다까지 지난해보다 15건 증가한 총 46건 이벤트와 303건의 GV(관객과의 만남)가 열렸다. 올해 4회째인 액터스하우스에는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가 참석,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 화제를 모았다.

김상만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이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터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영화 '전, 란'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4.10.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올해 영화제는 OTT 작품과 K팝 아티스트의 작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대중성에 방점을 둔 모양새였다. 이에 개막작 선정부터 화제를 모았다. '전,란'(감독 김상만)이 넷플릭스 영화 최로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것이다. 압도적인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일인 지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다만 막대한 자본을 가진 OTT 플랫폼의 영화라는 점에서, 극장과 독립예술의 대척점에 있는 작품이 개막작이 된 것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집무대행은 이와 관련해 "우리 영화제는 어디까지나 독립영화 중심이다, 우리 영화제를 이끄는 큰 축은 독립영화다, 그 부분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업 영화 중에서도 매우 많은 상업 영화를 봐 왔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 판단했다"며 "그 이상의 큰 의미를 둔다거나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부연했다.

박건호 감독(왼쪽부터)과 이수연 작가, 배우 이준혁, 박성웅이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OTT 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 오픈 토크 행사에 참석해 관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4.10.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개막작을 비롯해 OTT 작품이 올해에도 극장에서 상영됐다. 넷플릭스는 온스크린 섹션에서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즌2, 사카구치 켄타로가 주연한 일본 시리즈 '이별, 그 뒤에도', 대만의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을 상영했다. 또한 노르웨이 다큐멘터리 영화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을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섹션에서 소개했다. 디즈니+(플러스)는 '강남 비-사이드', 티빙은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좋거나 나쁜 동재'를 온스크린 섹션에서 프리미어로 선보였다.

이밖에도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솔로 앨범 제작기이자 입대 전 8개월간의 사적인 기록을 담은 첫 다큐멘터리 영화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감독 이석준)이 오픈 시네마 섹션에 초청받아 야외극장에서 상영됐다. K팝 아티스트를 다룬 작품이 영화제 섹션에 처음 초청된 것으로, 4000석 규모의 야외극장이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일본 TV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 극장판인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도 부산을 찾았다.

한편 이스라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는 도마 위에 오른 작품이다. 이스라엘 출신 대니 로젠버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2023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당시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한 한 소녀의 여정을 담았다. 이에 지난 3일에는 시민단체들이 상영 반대 시위를 벌였고, GV가 취소되기도 했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고 이선균의 영상이 나오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인들은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을 스크린에서 기리기도 했다. 고인의 대표작들을 상영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이 진행, '파주'(2009)와 '우리 선희'(2013)부터 '기생충'(2019)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유작 '행복의 나라' 등 여섯 편이 상영됐다. 이선균은 올해 한국영화공로상을 받았고, 개막식에서는 이선균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으로 배우로서의 그의 업적을 기렸다.

동료 영화인들은 울컥한 모습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은 "(영화에서 이선균의)클로즈업을 담고 싶었다, (이)선균이라는 배우가 실제로 사람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그렇고 웃는 게 참 예쁘다"고 말한 후 목이 메여 말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조진웅 역시 "이선균을 계속 기억할거니까, 여러분도 같이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나의 아저씨' 김원석 감독은 이선균의 죽음과 관련해 강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선균의 수사내용을 유출한 이들을 응징해야 한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또한 고인에게 "나는 너를 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믿을 것"이라며 메시지를 전했다.

2025년은 부산국제영화제가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년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매년 10월에 열리나, 명절과 연휴 일정을 고려해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처음으로 9월에 개최한다. 더불어 아시아 최고의 영화를 뽑는 경쟁부문을 신설할 계획이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