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이 괴물이었다…당신이 부모라면? [시네마 프리뷰]

16일 개봉 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

보통의 가족 스틸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변호사 재완(설경구 분)과 소아과의사 재규(장동건 분)는 형제이지만 전혀 다르다. 재완은 물질적 가치를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지만, 재규는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신념이 있다. 어느 날 이들 형제는 자녀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며 갈등이 깊어진다. 자녀들의 범죄 앞에 과연 부모인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오는 16일 개봉하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은 각자의 신념을 갖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 영화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덕혜옹주'(2016)을 선보인 거장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보통의 가족 스틸

영화는 극 초반부터 재완과 재규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재완은 도덕성보다 실리를 추구하며 많은 부를 쌓았고, 재규는 봉사활동 등으로 존경받는 의사가 됐지만 형처럼 큰 부를 이루지 못했다. 삶의 가치관이 완전히 다른 이들 형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재완은 동생 부부에게 모친 간병을 맡기는 게 마음에 걸려 최고급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하지만, 재규는 그런 형이 못마땅하다.

재규와 그의 아내이자 프리랜서 번역가인 연경(김희애 분)의 도덕적 신념은 공고해 보이지만, 극이 전개되며 빈틈이 곳곳에 드러나기 시작하고, 서서히 균열된다. 연경은 자신의 재규에 비해 나이가 많은 연상 아내인 콤플렉스로 인해 사실상 형님인 재완의 '트로피 와이프' 지수(수현 분)를 은근히 무시한다. 가족의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지수의 자격을 운운하는 등 노골적으로 적대심을 드러낸다.

서로 다른 계층으로 살던 두 부부는 아이의 문제를 맞이하면서 비로소 접점이 형성되지만, 이 문제를 두고 선택은 또 한 번 더 갈린다. 자녀들의 괴물 같은 민낯을 본 부모들은 큰 충격을 받지만, 이를 넘기려는 부모와 최소한의 대가는 치러야 인간답게 산다는 이들로 갈리고 만다. 이는 이들 형제가 각자 지향해온 신념이 크게 흔들리는 순간으로, 인간의 본성과 본능이 신념을 이길 수밖에 없는 실상을 보여준다.

보통의 가족 스틸

허진호 감독은 두 부부의 변곡점을 세 번의 디너로 표현했다. 이들 부부의 감정 변화가 밀도 높은 연출로 표현되면서 캐릭터 또한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설경구와 수현, 장동건과 김희애는 각자 캐릭터에 몰입한 모습으로 긴장감 넘치는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장동건은 도덕적 딜레마에 갇혔지만 자식에 대한 연민에 매몰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마는, 아버지로서의 어긋난 부성애를 드러내며 이제껏 본 적 없는 인간의 민낯을 폭발적인 연기로 보여줬다.

허진호 감독만의 블랙 코미디도 웃음을 유발한다. 감독은 각 인물들이 지닌 우월감을 풍자적 요소로 활용했다. 연경은 지수와의 기싸움 과정에서 미묘하게 자신이 나은 구석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재완 역시도 형보다 나은 도덕적 우월감으로 자신을 지탱한다. 재완 지수의 딸 혜윤(홍예지 분)과 재규와 연경의 아들 시호(김정철 분)의 깊이 없는 종교적 속죄도 실소를 자아낸다.

영화는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미국에서도 영화화됐으나, 허진호 감독은 이를 한국적 감성으로 풀어냈다. 한국인이라면 이해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 사회의 입시를 둘러싼 고질적인 자녀 교육 문제와 부모 부양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을 건드리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재완과 재규가 사는 곳의 배경인 한강 뷰 집과 학군지는 한국인의 결핍과 욕망도 미묘하게 건드린다.

'보통의 가족'은 각 장면에 밀착된 음악으로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며 감정을 쥐락펴락한다. 또한 영화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충격적 사고는 극 전개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야기로, 재완이 각성하게 되는 사건으로 기능한 것은 물론, '보통의 가족'의 수미상관까지 장식한다. 거장 허진호 감독은 영화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으며 관객에게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와 질문을 탁월하게 구현했다.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여운까지 남기며 진가를 다시 한번 더 입증했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