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광기의 연속…관객도 피폐해지는 '조커2' [시네마 프리뷰]
1일 개봉 '조커: 폴리 아 되' 리뷰
-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년 전 살인 사건으로 고담시를 뒤흔들었던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은 아캄 수용소에 갇힌 후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최종 재판을 앞두고 있던 어느날, 아서는 리 퀸젤(레이디 가가 분)과 운명적으로 만난다. 리는 아서를 점점 자극하기 시작하고, 아서는 그간 묻어뒀던 조커의 자아와 본능을 점차 깨우고 만다.
1일 국내 개봉하는 '조커: 폴리 아 되'(감독 토드 필립스 / 이하 '조커2')는 지난 2019년 개봉해 누적관객수 528만 명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흥행을 다잡은 '조커'의 후속작이다. 부제 '폴리 아 되'(Folie à deux)는 '광기의 공유' 혹은 '두 배의 광기'를 뜻한다. 전작의 호아킨 피닉스와 토드 필립스 감독이 다시 한번 더 호흡을 맞췄다.
'조커2'는 138분의 긴 러닝타임을 아서 플렉의 혼란을 담는 데 치중한다. 뼈에 가죽만 간신히 남긴 채 메마른 모습으로 살던 아서가 리를 만난 후에 현실과 망상을 오가다 끝내 광기가 폭주하고, 재판에서도 더욱 불리해지는 비극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이 주된 서사다. 아서의 변호사는 그를 교정 시설이 아닌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자 그에게 재차 정신 병력을 상기시키지만, 아서는 리로 인해 조커로서의 자신이 진짜 모습이라고 착각하기에 이른다.
아서는 실제 본 모습과 자아를 혼동하며 스스로를 조커로 착각해 살인까지 저지른 범죄자이지만,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1편에서 그는 그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 하지만 인간성과 예의, 배려를 상실한 이들로부터 조롱을 받게 되면서 점차 흑화해 갔다. 2편에서도 그는 마찬가지로 여전히 존중받지 못한다. 재판이 TV로 생중계되는 등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화젯거리와 가십으로 소비하는가 하면, 수용소의 관리자는 그를 늘 멸시하고 조롱한다.
아서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그가 다시 조커로서의 자아를 되찾으려 하는 과정을 설득하지만, 반면 할리퀸으로 각성하게 되는 리는 다소 난해한 캐릭터로 다가온다. "진짜 당신을 보고 싶다"며 다가온 리가 욕망하는 것은 아서가 아닌 조커이고 현실이 아닌 환상이다. 그렇게 리는 아서를 매혹하지만, 둘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전개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 과정에서 아서를 향한 리의 고백 또한 어떤 것이 진실일지 모를 만큼, 관객들도 혼란스러워진다.
영화는 조커와 할리퀸으로 인해 두 배가 된 광기의 폭주를 이어간다. 전편과 달리 두 인물의 내면을 대사가 아닌 음악으로 풀어내는 뮤지컬 장르가 추가됐지만, 지나치게 반복적인 뮤지컬 시퀀스는 후반부 들어서서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손가락에 피가 날 만큼 피아노를 쳤다는 레이디 가가와 탭댄스도 추고 라이브로 곡도 소화한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 그리고 강렬한 색채로 표현된 둘의 로맨틱한 케미가 눈길을 사로잡지만, 망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힘들어지는 과정이 반복되며 관객도 덩달아 지쳐간다.
'조커'는 1편과 달리 속편에서 닫힌 결말을 선보이는 것으로 이에 대한 여운을 짙게 남기기도 한다. 예측 불가한 결말이 펼쳐진 만큼, 국내 관객들의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1편에서 감량했던 23㎏보다 더 극심하게 마른 몸과 굽은 어깨, 깊어진 주름, 공허한 눈빛을 드러낸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은 이견 없이 찬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커 그 자체에 이른 호아킨 피닉스는 몸짓 하나하나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호아킨 피닉스의 영혼을 쏟아낸 열연이 '조커2'를 구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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