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이어 '대도시'…김고은, 또 '비수기 흥행퀸' 될까 [N초점]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 컷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로 '천만'을 맛본 김고은이 또 한 편의 영화로 비수기 극장가를 찾는다.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은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와 세상에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가 '동거동락' 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 박상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올해 초 '파묘'로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김고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김고은은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눈치 보지 않고 거침없이 돌직구를 던지는 여자 구재희를 연기했다. 구재희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무성한 소문에는 신경 끈 채 사랑에만 진심을 다하는 대책 없는 캐릭터. 원작에서도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던 이 캐릭터를 김고은이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게 될지 기대감을 준다.

김고은은 30대 여배우 중에서도 연기로 폭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배우다. '은교'(2012)로 파격적인 데뷔를 한 이래 그는 무척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다. '차이나타운'(2015)에서는 해결사 노릇을 하는 여성 조직원, '유열의 음악앨범'(2019)에서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첫사랑을 간직한 평범한 여자, '영웅'(2022)에서는 독립운동에 투신한 기생을 연기하기도 했다. '치즈인더트랩'(2016)이나 '유미의 세포들'(2021) 같은 드라마에서는 웹툰 속 인물과 싱크로율 높은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캐릭터부터 현실적인 캐릭터까지 두루 소화해 낼 줄 아는 포용력은 관객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파묘' 포스터

그런 그는 가장 최근작 '파묘'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MZ 무당을 연기해 영화의 신드롬급 인기를 견인했다. '파묘'는 극장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설 연휴(2월 9일~2월 12일)가 끝난 올 2월 22일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가에서 성수기와 비수기를 구분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어지기는 했으나 설이나 추석 연휴, 여름 방학 시즌은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시장이 형성되는 기간이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이미 흥행을 이뤄낸 장재현 감독의 연출작이기에 어느 정도의 흥행이 기대되기는 했으나 천만 관객 동원까지 손쉽게 예상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파묘'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데는 감독의 연출력만큼이나 성공적인 캐스팅의 힘도 컸다.

'파묘'는 최민식, 유해진 같은 중년 배우들의 무게감과 젊은 세대 배우들인 김고은, 이도현의 신선함이 잘 조화된 작품이었다. 그중에서도 극장 흥행의 가장 중요한 타깃층이라고 할 수 있는 20-30대 MZ 세대 관객들이 열광한 것은 기존의 판에 박힌 이미지에서 탈피한 신선한 MZ 무당들의 스타일이었다. '힙한' 명품 브랜드 르메르의 의상을 입고 다니며, 캔버스를 신은 채 칼춤을 추는 젊은 무당 김고은의 매력은 '파묘'에 색다른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고은은 영화 속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들의 중심에서 관객들의 집중을 끌어내는 몰입도 높은 연기로 배우로서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10월 1일 개봉하기로 한 '대도시의 사랑법' 역시 '파묘'처럼 전통적인 성수기를 살짝 비켜 나갔다. 9월 추석 연휴를 지난 시점, 개봉 초반에 두 번의 공휴일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공휴일이 이 영화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그렇지 않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가을철에 접어들어 나들이객이 증가하는 10월은 역시나 비수기로 분류되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상반기를 사로잡았던 김고은의 마력이 하반기에도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