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요기? NO! 단호하고 직접적인 '우리가 끝이야' [시네마 프리뷰]
13일 국내 개봉 영화 '우리가 끝이야' 리뷰
-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가십걸'로 사랑받은 미녀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감독 겸 배우 저스틴 밸도니가 주연을 맡은 '우리가 끝이야'(감독 저스틴 밸도니)는 미국에서는 영화 외적인 문제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다. 영화의 여주인공인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남주인공이자 감독인 저스틴 밸도니는 영화 제작 기간 내내 편집 방향을 놓고 다툼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개봉을 앞두고도 영화의 프로모션을 위한 행사나 인터뷰 등에 따로 참석하는 등 각자도생 행보로 숱한 이야깃거리를 생성했다.
흥행 성적은 우수하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개봉한 '우리가 끝이야'는 북미에서 1억 3646만 9247달러(약 1824억 479만원)를 벌어들였다. 더불어 월드와이드 흥행수익 2억 8623만 2452달러(약 3824억 9242만원)를 기록 중이다.
영화 밖 상황과 별개로 '우리가 끝이야'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두 배우의 탁월한 연기력에 있다. 극 중 각각 릴리와 라일을 연기한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저스틴 밸도니는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전달이 중요한 멜로 드라마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여주인공 릴리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어쩐지 내키지 않는 모습으로 고향 집에 돌아오는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다. 릴리는 딸로서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하게 되지만, 아버지의 장점 다섯 가지만 이야기 해보라는 어머니의 팁을 듣고도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단상을 내려온다.
도망치듯 장례식장을 나온 릴리가 향한 곳은 아지트 삼고 있는 어느 건물의 옥상이다. 그는 혼자 조용히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잔뜩 화가 난 남자 라일을 마주하게 되고 신경외과 의사라는 그에게 매력을 느끼며 대화를 나눈다. 릴리는 새로운 도시에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꽃집을 연다. 정식 개업 전 손님으로 왔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점원이 된 알리사(제니 슬레이트 분)는 이내 릴리의 절친이 된다. 그리고 드디어 개업을 하는 날, 축하를 하러 온 알리사의 친오빠는 라일이었고, 그렇게 릴리와 라일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라일은 릴리를 만나고 달라진다. 역시나 사랑에 마음을 여는 것이 쉽지 않았던 릴리도 라일의 한결같은 구애에 마음을 열게 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릴리에게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맞는 어머니를 보며 자란 트라우마가 있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는 라일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방식으로 재현되기 시작한다.
'우리가 끝이야'는 일견 도시를 배경으로 한 화려한 멜로 영화처럼 보인다. 실제로 영화 속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의상이나 꽃집의 풍경 같은 것들은 그런 부분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충분한 눈요기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나는 영화는 아니다. 원작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관객이라면 멜로 드라마인 줄만 알았던 영화가 예상 못한 메시지를 내포한 성장 드라마로 뒤바뀌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연출적으로 특별하다거나 새로울 것은 없지만, 가정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갖는 복잡성과 그로 인해 피해자가 겪게 되는 혼란을 설득력 있게 묘사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영화의 메시지는 굉장히 직설적이고 단호하다. 정답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며 '닫힌 결말'을 보여준다. '우리가 끝이야'라는 제목은 여주인공 릴리가 모든 과정을 거친 뒤 내린 결론이다. 폭력의 대물림을 끊어내겠다는 피해자의 단호한 의지가 여운을 남긴다. 국내에서는 오는 13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 예정이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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