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업 4년 만에 빛 보는 '원더랜드'…'창고 방출' 기다리는 작품들은 [N초점]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원더랜드' '소방관' '행복의 나라로' '핸섬 가이즈' '사흘' '정가네 목장' 포스터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원더랜드' '소방관' '행복의 나라로' '핸섬 가이즈' '사흘' '정가네 목장' 포스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가 오는 6월 개봉한다. '원더랜드'는 빅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떠난 사람을 구현해 내는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드라마. 배우 박보검, 배수지, 정유미, 최우식, 탕웨이, 공유 등이 출연했으며 '가족의 탄생'(2006) '만추'(2011) 등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 2020년 크랭크업을 하고 후반작업에 들어간 이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때 제작된 탓에 팬데믹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이 극심했던 2020년부터 '엔데믹'이 선언된 지난해까지 약 3년간 대다수의 '텐트폴' 영화들이 그랬듯 '원더랜드'도 '코로나 리스크'를 피해 적절한 개봉 시점을 기다려왔다. 그뿐 아니라 크랭크업 이후 팬데믹으로 취소했던 해외 촬영을 재개하고, CG 관련 편집 및 후반작업에 공을 들이게 되면서 포스트 프로덕션 기간이 길어져 '늦은 개봉'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이 영화는 주연 배우인 박보검이 2020년 영화 촬영을 마친 뒤 군에 입대했다가 2022년에 제대한 후에도 무려 두 해나 넘기고 빛을 보게 됐다. 공을 들인 만큼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원더랜드'처럼 촬영을 종료한 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개봉하지 않고 있는 작품이 여럿 있다. 2019년 촬영을 끝낸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는 2021년 제73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자, 같은 해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된 작품이다. 최민식, 박해일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크랭크업 이후 무려 5년째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촬영을 끝낸 '사흘'(감독 현문섭/주연 박신양, 이민기)이나 '바이러스'(감독 강이관/김윤석, 배두나), 2021년에 촬영을 마무리한 '정가네 목장'(감독 김지현/주연 류승룡 박해준) '핸섬 가이즈'(감독 남동협/주연 이성민 이희준) 등도 통상적으로 개봉할 때가 한참이나 지난 현재까지 관객들과 만나지 못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촬영을 끝낸 이 영화들의 개봉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팬데믹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인 영화는 크랭크업 이후 1년 사이에 개봉하지만, 이 영화들의 경우 관객이 부재했던 팬데믹 기간에 투자 대비 손해가 가장 적은 시기를 가늠하느라 적당한 개봉 시기를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연 배우 관련 이슈로 개봉이 늦춰진 경우들도 있다. 2001년 홍제동 화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은 주연 배우 곽도원이 지난 2022년 거주 중이던 제주도에서 음주 운전에 적발된 뒤 개봉 시기를 놓쳤으며 현재까지도 확실한 개봉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배급사 에이스메이커 측은 지난해 6월 "올해는 개봉 예정이 없고 내년(2024년) 개봉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며 "(영화의 개봉을 경우) 라인업을 보고 정리하는 것이라 언제 개봉할 것인지 확정하고 가는 경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소방관'은 올해도 어김없이 에이스메이커 개봉 라인업에 포함돼 있다.

마약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는 배우 유아인의 신작들도 시기가 한참 지났으나 개봉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써니'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 2021년 촬영을 끝낸 뒤 개봉 시기를 가늠해 왔으나 지난해 2월 주연 배우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이 터지면서 개봉이 묘연해졌다. 유아인의 또 다른 주연작 넷플릭스 '승부'(감독 김형주) 역시 2021년 촬영을 끝낸 작품이지만, 같은 상황 속에 공개 결정이 쉽사리 나지 않고 있다.

배우 고(故) 이선균의 유작들은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인다. 이선균이 주연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주연 이선균, 주지훈)는 지난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이었으며 2021년 촬영을 끝낸 작품이다. 또한 지난 2022년에 촬영을 끝낸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주연 조정석, 이선균)도 개봉을 준비 중인 작품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팬데믹 시기에 들어갔던 작품들 대부분이 개봉을 앞두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를 계산하느라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작품의 특성에 따라서 적절한 개봉 시기는 다를 텐데, 거기에 팬데믹으로 인한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다 보니 쉽사리 시기를 잡지 못하고 미뤄진 작품들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