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영화"…설경구·허성태 울린 '40주년 거장'의 '소년들'(종합) [N현장]

영화 '소년들' 포스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이하는 '사회파 영화' 명장 정지영 감독의 신작은 요즘 관객들에게도 와닿을 수 있을까. 정 감독은 "2023년이 아니라 2000년대 통틀어서 반드시 많은 관객이 봐둬야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며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지영 감독과 주연 배우 설경구, 유준상, 허성태, 염혜란이 참석했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99년 삼례나라슈퍼사건을 영화화했다.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블랙 머니' 정지영 감독 인터뷰. 2019.11.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정지영 감독은 앞서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2012) 금융 범죄 실화극 '블랙머니'(2019) 등 현실을 반영한 극 영화들로 관객들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실제 사건은 삼례나라슈퍼사건은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주인 할머니가 사망한 사건으로 당시 사건 9일 만에 동네 소년 3인이 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됐으나 시간이 흐른 후 사건에 관련한 증거와 자백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정지영 감독은 "원래 약촌오거리 사건을 영화화 하고 싶었다, 담당 변호사였던 박준영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사건은 이미 영화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러던 중에 박준영 변호사가 담당했던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알게 됐고 내용에 빠졌다, 범인이 감옥에 들어가 살았는데 나중에 진범이 나타났다는 이야기인데 그것보다 내용이 훨씬 더 깊어서 해보겠다고 구두로 허락을 받고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에서는 설경구가 우리슈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수사반장 황준철을, 유준상이 우리슈퍼 사건의 범인을 검거한 형사 최우성을 연기했다. 더불어 진경이 우리슈퍼 사건 피해자의 딸 윤미숙, 허성태가 유일하게 황반장을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박정규, 염혜란이 재수사에 나선 황반장을 지지해 주는 아내 김경미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정지영 감독에 대한 신뢰로 인해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화 바탕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배우 입장에서는 세게 (다가)오는 게 있어 끌리는 게 있고"면서 "그리고 정지영 감독님이 하신다고 하셔서 출연했다, (영화계)큰 어른이시기도 하고 과거이기도 하고 현재이기도 하고 미래이기도 하신 그런 감독님과 한다는 것 자체가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설경구/ 뉴스1 DB ⓒ News1 권현진 기자
유준상/ 뉴스1 DB ⓒ News1 권현진 기자

설경구는 이번 영화에 자신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강철중'을 가지고 왔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강철중은 강우석 감독의 히트작 '공공의 적'(2002)에서 설경구가 맡았던 열혈 형사 주인공이다. 그는 "(감독님이)'강철중' 같은 캐릭터를 또 한 번 하자 했다, '공공의 적' 강철중은 끝까지 그런 캐릭터였는데 '소년들' 속 황반장은 미친개, 광견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16년 전 장면을 연기할 때)강철중을 피하지 않고 캐릭터를 가져오려고 했고, 16년 후에는 황준철이 어떻게 변하는지, 사건으로부터 밀어내고 피하려고 했던 모습이 대비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황반장은 약촌오거리 사건을 해결한 형사에서 따온 캐릭터이기도 하다. 설경구는 "약촌오거리 사건을 해결한 분이 황반장이신데, 그분을 빌려와서 영화에 대응시켰다"고 설명했다.

유준상은 감독으로부터 캐스팅 번복 전화를 받고 당황했었다며 비화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캐스팅이 끝난 후 정지영 감독이 전화를 걸어 이를 번복했었다고. 그는 "감독님이 전화가 오셔서 '이번 작품으 못 할거 같아' '네? 무슨 말씀이세요?' '준상이 니가 너무 어려보여 (설)경구랑 안 맞을 거 같아' '제가 나이를 더 들어 보이게 하면 되나요' '그게 될까?' '그러면 저를 왜 부르셨어요?' '미안해서 전화했어 다음에 만나' 했었다, 이제 끝났구나, 내가 대본을 다 읽고 했는데 자료까지 받고 했는데 끝났구나 접고 있는데 일주일 뒤에 전화가 와서 '준상아 생각해봤는데, 네가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경구랑 너랑 잘 맞을 거 같아' 하시더라"라고 회상한 뒤 "그래서 너무 소중하게 작품에 임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허성태/뉴스1 DB ⓒ News1 권현진 기자
염혜란/ 뉴스1 DB ⓒ News1 권현진 기자

허성태 역시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그는 "이 얘기를 하려면 캐스팅부터 말씀드려야 한다, 감독님은 나를 캐스팅하지 않으셨다"면서 "설경구 선배님이 '블랙머니'를 보고 허성태 괜찮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셨다고 한다, 감독님 처음 만남에서 말씀하신 게 '너 내가 캐스팅한 거 아니야. 경구가 캐스팅해서 했다'고 하셨다, 어쨌든 감사하게 작품에 참여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허성태는 이 영화를 찍을 때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도 찍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액션도 많이 하고 부상도 많이 당했다, 개봉이 상황 때문에 늦어졌는데 저때 정말 배우로서 정말 열정 다해서 했던 작품이다"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황반장만 따랐다"고 밝혔다.

허성태는 극중 설경구의 후배 형사로 호흡한다. 그는 설경구와의 함께 해 "너무 신났다"며 "극중에서 술을 한 잔 먹어서 선배님에게 꼬장 피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진짜로 '소맥'을 타주시더라, 한 잔 먹고 해라 하셨다, 그때 너무 짜릿했고 되게 리얼하게 잘 나왔을 것이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또한 그는 설경구에게 배우 의자를 선물 받았다면서 "처음으로 선배님이 이름을 찍어 제작해주셨다, 허성태를 찍어서 주셨다, 그때 엄마랑 같이 손잡고 울었다"며 "어머니가 지금 집에서 그 의자에 집에 앉아 계신다, 진짜로 울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염혜란은 극중 설경구와 부부 호흡을 맞추게 된 것에 대해 기쁨을 드러냈다. 그는 "나도 평소에 너무 좋아하는 배우여서 하는 동안 행복하게 찍었다"며 "장면을 찍다 보면 약속한 행동이 아닌 것도 하게 되는데 한 다섯가지를 하면 다섯 가지 다 다르게 반응해주시더라, 연기를 좀 더 뭔가 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첫 부부 호흡이지만 앞으로 다섯 번만 더했으면 좋겠다, 다섯 번은 약한가? 열 번 으로 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다.

설경구 역시 염혜란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내가 그렇게 노력할 필요없이 오픈 세트에 가서 염혜란을 만나면 부부가 됐다, 염혜란의 도움을 받았다, 염혜란의 생활 연기에 흡수됐다, 너무 자연스럽게 했고 덕을 많이 봤다"며 "(염혜란과 세트장서 만나면)내 집에 온 거 같기도 하고, 너무 편하게 해줘서 진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진짜 고맙다"고 밝혔다.

정지영 감독은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이한다. 1983년 데뷔 이해 '남부군'(1990) '하얀 전쟁'(1992)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등 한국 영화사에 남을 작품들을 선보였던 정 감독은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사회파 영화의 거장이다.

데뷔 40주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 감독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내가 40주년 기념 행사 같은 걸 해야하나 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할 때 정지영 감독은 대단한 감독은 아니다 괜찮은 감독 정도다, 이런 걸 한다고 해서 쑥스러웠다"면서 "(주변엔서)야 너 괜찮아, 해, 해서 했다"고 솔직함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겸손하다"는 MC 박경림의 말에 "물론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 겸손의 말씀이다 할 수 있는데 솔직한 마음이 그렇다"고 덧붙이며 눈길을 끌었다.

정지영 감독/ 뉴스1 DB ⓒ News1 권현진 기자
정지영 감독/ 뉴스1 DB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들은 정지영 감독을 두고 하나같이 "소년 같다"고 입을 모았다. 설경구는 감독이 매일 아령을 들고 다니며 운동을 하고 무전을 사용하기 보다 2층에 있는 오픈세트와 1층에 있는 모니터를 왔다갔다 하면서 배우 및 스태프들과 직접 소통을 즐겨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 번은 조감독과 언성을 높이고 싸우더라, 어른한테 할 짓인가 싶더라, 감독님도 소리 지르고 조감독도 소리를 지르고 그러는데 (알고 보니)그게 한 신을 가지고 했던 토론이었다"면서 "그 다음에는 한 두 번 더 (토론이)있을 때 내가 구경을 하더라, 무슨 얘기를 하나, 소년이셨다"고 덧붙여 웃음을 줬다.

배우들과 감독은 영화에 담아낸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염혜란은 "이 이야기가 가슴 아프고 먹먹해지는 이야기이긴한데 한편으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용기 주는 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것을 좀 더 살펴볼지 마주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힘 있는 영화라 생각해서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준상은 "소년들이 수감 된 이후에 3년, 6년 복역하고 출소해서 경찰의 강압 수사인 것을 주변 사람들이 알아내고 다시 재심을 청구해서 노력한 내용이다, 영화는 짧지만 그들에게는 평생이 걸린 이야기다, 앞으로 무엇을 보며 살아가야 하는 건가, 이렇게 절망감만 가져야 하는가 또 다른 희망은 없을까, 하는 질문을 소년들을 통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소년들'은 오는 11월1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