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 승승장구…3연속 흥행 강펀치 어떻게 가능했나 [N초점]

'범죄도시3'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가 요즘 극장가에서 마동석의 강펀치 만큼이나 큰 파급력을 발휘 중이다. 이번 주말 벌써 800만 돌파를 예고하고 있는 이 영화는 이달 안에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범죄도시3'는 지난 5월31일 개봉 이래 약 2주간 지속적으로 새 기록을 써왔다. 개봉 첫날에는 74만874명을 동원, 전작인 '범죄도시2'(46만7483명)의 오프닝 스코어를 넘겼고 역대 흥행 영화 1위인 '명량'(68만2701명)의 기록까지 깼다. 이어 이틀째 100만명(169만5069명), 사흘째 200만명(227만7618명), 나흘째 300만명(344만179명), 닷새째 400만명(450만6458명), 엿새째 500만명(521만632명)을 넘겼고, 일주일 만에 600만(605만3224명) 관객도 돌파하는 기세를 보여줬다. 지난 8일 기준 현재 누적 관객은 645만9731명이다.

'범죄도시3'의 이 같은 속도는 팬데믹 이전의 흥행작들과 비교해도 빠르다. 특히 최근 극장가가 관객 기근에 시달리고 있기에 최근의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실로 대단하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해 개봉했던 '범죄도시2'도 누적 1269만명을 동원, 한국 영화 10위에 오를 정도로 흥행했다. '범죄도시2'의 기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초 기록이자 최고 기록이다. 팬데믹 이후만 보면 '범죄도시2'의 기록을 깬 작품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더불어 15세 관람가인 1, 2편과 달리 청소년관람불가로 2017년 개봉했던 첫번째 '범죄도시' 역시 687만명의 관객과 만나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고, 이를 통해 영화가 프랜차이즈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범죄도시' 시리즈가 세 번 연속 흥행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을 분석했다.

영화 범죄도시3 포스터 ⓒ News1 황미현 기자

◇ MCU 흥행 공식과 통한다? 히어로+카리스마 악당+유머, 삼박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마블민국'이라 불릴 만큼, 마블 영화들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많았던 국가다. 마블 영화는 매력적인 히어로 캐릭터들과 이에 대적할만한 파괴력을 가진 악당 캐릭터, 그리고 액션과 유머가 적절히 조화된 각본과 연출로 팬덤을 확장했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히어로는 '아이언맨'인데, '아이언맨'은 다른 히어로들을 압도하는 능력(부와 지식), 유머러스한 개성으로 많은 팬을 거느렸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인공 마석도(마동석 분) 형사는 아이언맨과 비교할 만한 매력을 갖춘 캐릭터다. 어떤 악당을 만나도 때려눕힐 수 있는 압도적인 능력치와 "혼자 왔니?"라는 질문에 "어, 싱글이야"라고 받아칠 수 있는 유머러스한 면을 갖춘 점이 그렇다.

압도적 능력의 히어로 주인공을 갖춘 점 외에도 '범죄도시' 시리즈는 MCU 영화들로 대표되는 히어로물의 흥행 공식을 재현하고 있다. 히어로의 매력을 부각시켜 줄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캐릭터, 그리고 여러 개성있는 주조연 캐릭터들이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코믹한 장면들 등이 대표적이다. 1편의 장첸(윤계상 분), 2편의 강해상(손석구 분), 3편의 주성철(이준혁 분)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는 전투력 뿐 아니라 성격적으로도 MCU의 타노스 못지 않은 드라마와 카리스마를 갖춘 캐릭터들이라 극에 긴장감을 더해 관객들의 몰입을 높이는 데 톡톡히 한 몫을 했다.

'범죄도시3'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영화 홍보사 호호호비치의 이채현 대표는 "'범죄도시' 시리즈는 악인을 처단하는 통쾌한 액션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것은 물론, 강력한 액션 시퀀스 속에서도 코믹 요소를 배치했다"라며 "시리즈 마다 독보적인 빌런들이 등장 및 진화하면서. 관객들과 시간의 흐름에 맞게 호흡한 것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요인"이라고 흥행 요인을 분석했다.

6일 오후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영화 '범죄도시3' 포스터가 걸려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5일 기준 누적관객수는 521만632명이다.2023.6.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연휴·공휴일 특수 톡톡히

연휴 특수도 '범죄도시3'의 흥행에 일조했다. 일각에서는 '변칙 개봉'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지만, '범죄도시3'의 유료 시사회를 두고 '잘못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극장에 관객이 잘 들지 않는 상황에서 이 영화의 '변칙 개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여겨지는 작품을 꼽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극장의 입장에서는 유료 시사회를 통해 추가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점이 반가웠을 법하다. '범죄도시3'는 지난 5월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유료 시사회를 진행했고, 유료 시사회 첫 날에는 14만2672명으로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또한 둘째 날에도 16만2698명으로 2위를 기록했고, 셋째 날에는 16만5380명으로 1위까지 올랐다.

지난 5월27일, 28일은 주말이었으며 월요일이었던 5월29일은 부처님 오신 날 대체 공휴일이었다. 주말과 더불어 관객 동원에 유리한 연휴 하루를 활용할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개봉 2주차는 6월6일 현충일이 끼어있어 또 한 번 관객 동원에 일조했다. 이처럼 주말 외에 부처님 오신 날 대체 공휴일, 현충일 등 총 이틀의 공휴일 수혜를 누릴 수 있었던 점도 '범죄도시3'의 빠른 관객 동원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범죄도시3' 600만 돌파를 자축하는 배우들/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표값 아까운 시대…프랜차이즈물 가치 상승

프랜차이즈 영화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점 또한 '범죄도시3'의 흥행에 도움이 됐다. 최근 극장이 관객 기근에 시달리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티켓 값 상승이다. 팬데믹 기간에 국내 대표 극장 체인들은 영화 티켓 값을 올렸다. 그 결과 팬데믹 이전 평일 기준 1만원 안팎이었던 티켓 값은 1만4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상승하게 됐다.

티켓 값이 오르자 관객들의 관람 패턴도 바뀌었다. 팬데믹 이전 대중들은 볼 영화를 특정하지 않아도 극장에 가서 영화를 골라 보는 일이 잦았지만, 티켓 값이 뛴 이후에는 특별히 보고싶은 작품이 없을 경우 굳이 극장을 찾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팬데믹 기간 OTT 콘텐츠의 인기가 상승한 것도 이러한 경향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줬다.

그러면서 믿고 볼만한 프랜차이즈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실제 올해 개봉해 10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의 상당수는 프랜차이즈 영화였다. 지난해 12월에 개봉해 3월이 넘어갈 때까지 천만 관객을 넘기며 장기 흥행한 '아바타: 물의 길'은 세계적인 흥행작 '아바타'(2009)의 속편이었다. 또한 155만명 이상을 동원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192만명 이상의 관객과 만난 '존윅4', 현재까지 411만명 이상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가이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3', 174만명 이상을 동원 중인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도 모두 프랜차이즈 영화다.

누적 관객 500만명의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과 역시 400만명을 돌파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경우에는 표면적으로 프랜차이즈 영화는 아니다. 다만 전자는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의 트릴로지(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분류되는 작품이었으며, 후자는 일본 유명 만화 시리즈의 실사 영화라는 점에서 프랜차이즈 영화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범죄도시3' 역시 1편과 2편 모두 흥행에 성공한 '범죄도시' 시리즈의 새 작품으로, 극장에서 믿고 즐길 만한 프랜차이즈 영화기에 보다 수월하게 관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는 평가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