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한 달 전, 수혜작 있을까 [N초점]

각 영화 포스터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오는 3월27일(현지시간) 개최 예정인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과 더불어 아카데미 수상은 전세계 영화 및 영화인들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 등을 받은 바 있으며, 지난해인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배우 윤여정이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수상 퍼레이드는 2019년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에서 시작돼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으로 끝났다. '기생충'의 위력은 아카데미 수상 이후 더 커졌다. 전세계 흥행 수익은 2억6302만130달러(약 3160억원, 박스오피스 모조)로 치솟았다. '미나리'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수혜작 중 하나였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약 두 달 전 국내에서 개봉한 '미나리'는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 113만명 이상의 누적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했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자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점, 우리나라 여배우 윤여정의 첫 아카데미 수상이 점쳐지고 있는 점 덕에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혜를 입은 작품은 '미나리'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극장의 관객 기근 상황 때문이다. 작품상과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맨드)을 받은 '노매드랜드'는 8만5663명, 남우주연상(안소니 홉킨스) 수상작인 '더 파더'는 4만7780명을 동원했다. 두 영화는 그마저도 사정이 나았다. 남우조연상 수상작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다니엘 칼루야)는 8841명, 각본상 수상작 '프라미싱 영 우먼'(에머랄드 펜넬)은 8696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올해의 상황은 어떨까.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는 총 10편의 영화가 이름을 올렸다. 이 10편의 영화 중 5편은 OTT 회사의 작품이다.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도그'와 '돈 룩 업', HBO맥스의 '듄'(극장 동시 개봉)과 '킹 리차드', 애플TV플러스 '코다'(극장 개봉) 등이다. 5편의 작품들은 '킹 리차드'를 제외하고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이미 관객들에게 공개가 됐거나, 극장에서 개봉했다.

이외 작품상 후보에 속해 있는 극장용 영화 대부분도 OTT 회사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개봉을 한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상영 기간이 길게 유지되고 있어 현재도 관람이 가능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지난 1월12일에 개봉해 24일 기준 누적관객 12만1849명을 동원했으며 아직까지 극장 상영 중이다.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도 지난해 12월23일에 개봉해 여전히 상영 중이다. 누적관객수는 6만2432명. 폴 토마스 앤더스 감독의 '리코리쉬 피자'가 16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나이트메어 앨리'는 지난 23일 개봉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들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오는 3월27일까지 상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 '벨파스트'가 아카데미 시상식 4일 전인 오는 3월23일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여부와 상관없이 스필버그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은 작품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 역시 아카데미 보다는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데다 봉준호 감독의 극찬으로 관심을 끌었던 작품. 만약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혜'를 볼 작품이 있다면 아직 개봉하지 않은 '벨파스트'나 '킹리차드', 최근 개봉작인 '리코리쉬 피자' '나이트메어 앨리' 같은 작품들에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밖에 작품상 후보작이 아니어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가 있다. 주연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여주우연상 후보에 올린 영화 '스펜서'다.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다룬 '스펜서'는 일찌감치 영국 왕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열연으로 인해 기대를 얻고 있다. 오는 3월16일 개봉 예정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CGV와 롯데시네마 등 국내 최대 극장 체인들은 발빠르게 '아카데미 기획전'을 준비했다. CGV와 롯데시네마에서는 '나이트메어 앨리' '돈 룩 업' '듄' '드라이브 마이카' '리코리쉬 피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코다' '파워 오브 도그'를 선보인다. 개봉이 한 달 남은 '스펜서'도 프리미어 상영을 진행해 총9개 작품이 관객들을 만날 예정. 더불어 CGV에서는 2차로 '교실 안의 야크' '엔칸토 : 마법의 세계' '크루엘라' '틱, 틱... 붐!' '나의 집은 어디인가' '벨파스트' '킹 리차드' '페러렐 마더스' 등 8편을 추가로 상영한다.

여전히 극장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수혜'를 마냥 바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카데미' 라벨이 붙은 작품들은 한국 영화 라인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2월과 3월 극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