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틸다 스윈튼 "봉준호, 진정한 장인"
"미리 모든 것 계획하면서도 새로운 것 만들어내"
배우 틸다 스윈튼이 29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영화 '설국열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3.7.29 /뉴스1 © News1
</figure>"봉준호 감독은 진정한 장인이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에 출연한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틸다 스윈튼이 29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봉 감독과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함께 내한한 크리스 에반스를 비롯해 봉 감독, 배우 송강호, 고아성 등이 참석했다.
봉 감독의 전작 '괴물'과 '마더'를 좋아한다는 틸다 스윈튼은 "봉 감독의 영화를 보면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미리 모든 것을 계획하면서도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여러가지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건 진정한 장인"이라고 치켜세웠다.
봉 감독은 "틸다 스윈튼은 아주 많은 작품에서 언제나 놀랍고 새로운 캐릭터로 늘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며 "그럼에도 ('설국열차'에서) 완전히 신선하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극한까지 한 번 가보려 했다. 단순히 외모에서가 아니라 내면, 캐릭터 접근, 묘사 방식까지 그렇게 접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틸다 스윈튼은 "매번 영화를 찍을 때마다 더 이상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2년 전 칸영화제에서 봉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재밌어야 한다는 조건을 들었다"며 "메이슨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말하면서 예전부터 코가 들려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이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다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틸다 스윈튼은 열차의 2인자인 총리 메이슨을 연기하며 "메이슨이 기차에 타기 전 어땠을지, 그의 객실 안에 어떤 물건이 있을지, 어떤 일을 할지를 신나게 상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메이슨 캐릭터는 신문 1면에서 보는 여러 지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을 보면 자기 자신에게 훈장 같은 것을 직접 수여한다. 괴상한 분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직접 디자인한 제복을 입기도 한다"면서 "훈장을 달고 다니며 많은 사람 앞에서 연설하고 확신에 찬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캐릭터를 개발할 때 동작과 외모가 극단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이슨이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추기를 바랐다"며 "6살짜리 꼬마가 할머니 옷을 입거나 강아지 분장하는 식으로 우리는 무척 즐겁게 일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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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29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영화 '설국열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3.7.29 /뉴스1 © News1
</figure>그에 따르면 실제로 메이슨 역은 애초 시나리오상에서 평범한 남자로 꿈을 이룬 사람이라고 설정돼 있었다. 봉 감독과 만난 틸다 스윈튼이 '설국열차'에 가장 먼저 캐스팅되면서 메이슨 역은 처음 설정과 바뀌게 됐다.
틸다 스윈튼은 "메이슨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모른다"며 "부하들은 메이슨을 'Sir'라는 남자 경칭으로 부른다. 나도 그렇고 메이슨을 여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봉 감독이 자신을 요정이라고 했다면서 "메이슨은 아마 요정이 아닐까 싶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는 "커티스와 메이슨은 서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이다. 이 영화가 리더십에 관한 영화라고 본다면 두 사람 모두 2인자로서 광적이면서 사람들을 이끌고 윗사람을 따른다"고 꼬리칸 사람들을 억압하는 메이슨 역을 크리스 에반스가 맡은 반란의 리더, 커티스와 비교했다.
"승차한 걸 환영한다"고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한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하루 앞당겨진 개봉일인 31일 전야 전 세계 최초로 개봉되는 '설국열차'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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