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아침엔 '오겜' 트랜스젠더 저녁엔 '눈여' 도끼눈 연기"
[N인터뷰]③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박성훈이 '오징어 게임'과 '눈물의 여왕'을 동시에 촬영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극본/연출 황동혁/이하 '오징어 게임2')에서 트랜스젠더인 게임 참가자 현주 역할을 맡은 박성훈은 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N인터뷰】②에 이어>
-5인 6각 단체 경기에서 제기차기를 맡았다.
▶현장에서 각자 맡은 종목의 소품을 쥐여주셨다. 저는 제기차기였다. 일반적인 제기차기가 아니라 한 다리가 묶인 상황이어서 훨씬 더 어렵더라. 촬영 도중에 저의 매니저와 발을 묶어서 연습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더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눈물의 여왕' 과 동시에 촬영했는데 극과 극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은.
▶아침에는 트랜스젠더 분장을 하고 저녁에는 ('눈물의 여왕' 현장에서) 도끼눈을 뜨고 연기했다. 하루에 두 편을 찍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경험이 오히려 재미있었다. 체력적으로는 부침이 많았지만, 정서적인 포만감, 직업 만족도가 높았다. 두 작품 다 상당히 기대작이었고 양쪽 작품에 다 제가 좋아하는 기라성같은 선배들의 연기를 바로 옆에서 보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큰 학습의 장이었다. 배우로서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더라. 윤은성이나 현주의 차이가 큰 연기를 하면서 즐겁기도 했고 그걸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다음에도 색다르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서 즐거움을 선사해 드리고 싶다.
-글로벌 흥행작인데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나. 예상한 변화는.
▶내 인생의 변화보다 현주를 어떻게 봐주실지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았다. 예상했던 변화를 꼽자면 팔로워 수가 늘지 않을까 정도? 한 컷 한 컷 열심히 만들었기 때문에 이왕이면 좋은 평가를 받고 싶었다.
-선배들과의 호흡은.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선배들은 정말 그만한 이유가 있더라. 인성, 인품도 대단하고 현장에서 후배들을 포함한 스태프들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제가 주연, 선배의 입장이 된다면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는 걸 배웠다. 이정재 선배는 작품에 임하실 때 매우 진지하게 임하시고, 여유 있으실 때는 농담도 많이 하시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셨다.
-여전히 전재준 이름이 유명한 것에 대한 생각은, 활동명을 바꿀 생각도 했나.
▶많은 분이 박성훈인 걸 알면서 일부러 전재준이라고 놀리듯이 불러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고 떼어내고 싶거나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 현주를 연기하면서 현주로 불러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겼으면 했다. 많은 분이 제 외모와 전재준이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 제일 유명한 박성훈이 되어보자는 마음이 크다. (전재준으로) 이름을 바꾸지 않아도 불러주고 계셔서 괜찮지 않을까 싶다.
-'오징어 게임2' 공개 이후 여러 가지 생각이 든 날들이었을 것 같다.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감사한 나날이었다. 우쭐하거나 들뜨지도 않았고 지금 이런 일이 제 실수 때문에 겪는 것이지만, 초심을 다잡고 또 배우로서 살면서 내 영향력이 큰지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그만큼 정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경각심을 갖게 됐다.
-작품 흥행에 대한 소감은.
▶모든 게 믿기지 않고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시즌2가 제작되는 것도, 공개되는 것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도 모두 실감이 되지 않는다. 그냥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초심을 되찾자는 생각이다.
한편 박성훈이 출연한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시즌1의 인기에 이어 시즌2 역시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8일 넷플릭스 톱 10 투둠 웹사이트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582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시리즈 부문 영어, 비영어 통합 1위를 차지, 93개국 톱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공개 첫 주 만에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 시리즈(비영어) 7위에 오른 데 이어 11일 만에 1억2620만 시청수 기록을 세우며 시즌1에 이어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성훈이 맡은 현주는 '오징어 게임' 속 '소수자'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한 현주는, 다른 참가자들이 거리를 두는 최약체이지만 순식간에 반전되는 면모로 극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더 글로리' '눈물의 여왕' 등 쉼 없이 다작을 이어가고 있는 박성훈은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고 눈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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