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비치는 모습보다 감정 몰입에 진심인 배우 [정덕현의 페르소나K]

"캐릭터에 한정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편집자주 ...'K-컬처'는 이제 '글로벌 문화'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K-팝', 'K-드라마', 'K-예능', 'K-무비' 등은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뉴스1은 지구촌 전역에서 주목 받고 있는 'K-엔터테인먼트'의 주역들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가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는 [정덕현의 페르소나K] 코너를 마련, 독자들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합니다.

배우 주원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지난 4일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소방관'이 300만 관객 돌파는 눈앞에 두고 있다. 유독 한파가 휘몰아치는 올겨울 극장가에서 이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소방관'의 비결은 뭘까. 제목에 담긴 것처럼 이 직업이 가진 숭고함이 불러일으키는 감사한 마음이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가게 만든 건 아닐까. 그런데 거기에는 소방관들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배우들의 노력이 있었다. 특히 주인공 최철웅 역할을 연기한 주원(본명 문주원)은 과장하지 않은 담백한 연기로 소방관들 역시 똑같이 불 앞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러면서도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그 절절한 마음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줬다. 그러고 보면 주원이 지금껏 연기했던 작품들에서도 이러한 남다른 감정 몰입이 두드러졌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왼쪽)와 배우 주원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영웅적인 면보다 인간적인 면을 담고 싶었다

영화관이 어렵다. 이른바 블록버스터 시즌이라는 개념이 깨져가고 있고 그래서 연말 대목에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지 않아졌다. 그런데도 '소방관'은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개봉 2주 차가 1주 차보다 관객 수가 많았는데 그건 입소문이 힘을 발휘했다는 걸 의미한다. 무엇이 이런 입소문을 만들었을까.

"사실 말로만 들었지 극장가가 얼마나 어려운가 이번에 실감을 하게 됐어요. 그래도 '소방관'은 잘 되고 있어서 다행이죠. '소방관' 하면 아마도 조금은 영웅적으로 묘사가 됐을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것보다는 소방관분들의 노고와 인간적인 면모들 그런 것들을 많이 표현하려 했어요. 그런 것들이 일반 관객분들도 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주원의 말대로 '소방관'은 예상을 깨는 작품이었다. 소방관이 나오는 영화하면 먼저 '재난'이 떠오르지만 이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르적으로 보면 재난영화라기보다는 '휴먼드라마'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원의 연기가 달랐던 것도 그래서였다. 영웅적인 모습보다는 평범한 인간으로서 똑같이 느끼는 고통 같은 걸 담아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정말 내 옆에 있는 사람, 그냥 우리 동네에 아는 사람이 소방관인 것처럼 연기를 하려고 했고, 특히 철웅이라는 인물이 저는 개인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이제 막 소방관이 돼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입장이잖아요. 베테랑들과는 다른, 안 갖춰져 있어서 오히려 관객분들도 더 공감하실 수 있는 그런 역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죠. 소방관들은 불 속에 뛰어들어 엄청난 일들을 해내시는 분들이지만 그들도 인간으로서 불안하고 두려운 건 마찬가지죠. 철웅은 그런 걸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에 나오듯이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이라는 걸 갖춰지기 전까지의 모습을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까 좀 더 꾸밈없이, 기교 그런 거 없이 하려고 했었죠. 그래서 좀 다르게 표현됐던 것 같아요."

배우 주원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더 잘 전달하고 싶었다

'소방관'은 2001년에 실제 벌어졌던 홍제동 방화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다. 실제로 여섯 명의 소방관분들이 희생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아무래도 이를 작품에 담고 그 역할을 연기하는데도 부담이 있었을 듯싶다.

"조심스러운 면이 없진 않았는데 사실 그것보다는 그냥 좀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사실 당시에는 저도 어렸을 때라 홍제동 화재 사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죠. 대본을 보면서 알게 된 게 많았어요. 당시 사건도 그렇고 또 어떤 환경에서 이분들이 일을 하셨었구나 하는 이런 것들을 알게 됐죠. 그래서 좀 깨끗이 전달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요즘은 많은 시민분들이 안 좋은 것들이 있으면 다 같이 도와주고 하는 시대잖아요. 이걸 널리 알리면 좀 좋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조심스럽다기보다는 잘 전달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더 앞섰어요."

영화 속에서는 소방차가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들 때문에 진입을 하지 못해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하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늦게 도착하면 그만큼 악화된 상황에서 구조 과정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는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담아냈다.

"영화 속에서는 소방차로 그냥 차들을 밀고 나가죠. 사실 대본 보면서 불법 주차된 차들 때문에 소방차도 못 올라가고 또 건물이 붕괴됐을 때도 어떤 장비들이 못 올라온다는 게 개인적으로도 화가 났죠. 홍제동 방화 사건 이후로 법도 바뀌어서 이제 불법주차 하면 부숴도 되는 상황이 되긴 했죠. 그렇게 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소방관을 떠나서 또 또 다른 직업도 이런 환경에 처한 게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소방관'은 앞서도 말했듯 재난도 있지만 휴먼드라마 같은 내용도 중요한 작품이다. 그래서 재난 상황 속에서의 액션 연기도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소방관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쌓아나가는 감정 연기도 중요하다. 주원에게는 액션 연기와 감정 연기 중 어떤 게 더 어려울까.

"저는 그래도 감정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어야 하고 또 이 역할을 대변할 수 있는 감정이어야 해서죠. 어떨 때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 해요. 마지막에 장례식 신에서도 여러 가지 버전을 준비했었지만 어떤 게 과연 관객들에게 더 좋을까 혹은 어떤 게 우리 영화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더 좋을까 뭐 이런 걸 고민하면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확실히 액션보다는 감정이 더 어렵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 주원(왼쪽)과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공연과 매체 연기의 차이

주원을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시킨 작품은 아무래도 KBS 2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2010년도 작품이라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당시 구마준이라는 악역으로 주원은 드라마에 데뷔했다. 하지만 주원은 그 이전에 이미 뮤지컬로 활동을 시작했었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그는 뮤지컬 같은 공연과 더불어 드라마, 영화 같은 매체 연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그런데 공연과 매체 연기 사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제빵왕 김탁구' 때는 구마준이라는 캐릭터가 악역이긴 했지만 저한테는 특히 애정이 갔어요. 사랑을 못 받은 캐릭터에 대한 애틋함 같은 게 있었죠. 그 작품이 드라마로서는 데뷔작인데 사실 이전에는 무대의 매력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연극, 뮤지컬을 주로 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뭔가 매체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죠. 그런데 하다 보니 매체 연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공연과 매체 연기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죠. 공간이나 대사나 행동 같은 것들이 달라요. 공연은 충분한 연습을 통해 쉬지 않고 몇 시간을 이어서 연기를 하기 때문에 집중도는 훨씬 높아요. 영화나 드라마는 중간중간 끊어서 순서도 바꿔 찍잖아요. 그래서 감정 신을 계속 잇는 게 쉽지는 않아요. 감정 신이 있는 날에는 그날 하루를 그 감정에 빠져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매체 연기는 또한 찍고 나서 바로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잘 나왔는가 아닌가를 확인하는 과정들이 있다. 그래서 어떤 배우들의 경우는 화면에 자신이 어떻게 나올까를 염두에 두고 연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최종적으로 비치는 것이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원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비치는 모습보다는 감정 몰입에 더 진심이고 그래서 좀 더 순수하게 그 역할에 빠져서 연기를 하는 편이다.

"저는 참 그런 게 쉽지 않아요. 아직도 저는 제가 카메라에 어떻게 나올까를 생각을 좀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우선은 연기를 하는데, 그냥 단순히 얼굴이 마음에 안 들 게 비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걸 생각하다 보면 사실 이도 저도 아닌 게 되기도 하죠. 그래서 그냥 조금 내려놓고 보이는 것보다는 내 감정에 충실하자는 주의예요. 물론 그걸 자유자재로 하시는 분들도 있고,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사실 제 역량이 아직 거기까지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배우 주원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멀티 엔터테이너? 연기와 다르지 않다

주원은 오는 2025년 1월에 신곡을 발매한다고 한다. 자신이 하는 작품의 OST도 여러 차례 불렀고 뮤지컬을 해온 경력도 있다. 나아가 '1박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연기부터 노래, 예능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그를 그래서 항간에는 '멀티 엔터테이너'라고 부르기도 한다.

"OST를 예전에 참 많이 했었고, 물론 가수분들만큼의 실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배우가 노래하는 것도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물론 노래하는 스타일이 달라요. 뮤지컬 할 때도 그렇지만, 스킬보다는 그냥 감정에 노래를 딱 얹은 것뿐이죠. 이런 스타일로 하는 노래가 매력이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1월에 신곡 발매하는 것도, 사실은 팬 미팅 할 때 팬분들에게 좀 새로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녹음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러면 하는 김에 앨범을 내보자 이렇게 돼서 하게 된 거예요."

한때는 연기자가 노래를 하고 가수가 연기를 하는 식의 영역을 넘나드는 활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팬덤과의 관계가 중요해진 요즘에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도 당연해졌다.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알다시피 주원은 '1박2일' 시즌2에 고정으로 합류해 막내로서 활약한 바 있다.

"제가 예능에 익숙한 인물이 아니라서 '1박2일' 할 때는 말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또 형들이 말을 또 워낙 청산유수라 저는 되게 얌전히 형들 말 잘 듣고 그냥 그 분위기를 좋아해서 방송을 했는데 그때 당시에 저는 조금 소극적이었던 게 좀 죄송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래도 방송에 나가면 그때보다는 좀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다방면에 활동하는 행보에 대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고요. 그래도 최대한 연기하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중심에 놓으려고 하고는 있습니다."

배우 주원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캐릭터가 좋다

연기자에게 작품 선택은 중요하다. 어떤 역할의 연기를 선택하느냐는 그 배우가 가진 이미지나 필모그래피는 물론이고 그것이 다음 연기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원은 과거 '각시탈' 같은 작품을 선택했을 때도 일본 대중들의 반응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연기에 있어서 어떻게 보여지느냐 보다는그 역할에 빠져서 하는 것처럼, 역할 선택에 있어서도 오로지 작품과 캐릭터만 바라보는 그의 성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회사와 제 생각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회사에서 아무리 좋아해도 제가 잘 모르겠다 싶으면 선택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확실히 뭔가 구미가 딱 당겨야 선택을 하는 편이죠. 그런데 조금 캐릭터가 있는 인물을 좋아하긴 해요. '소방관'처럼 이왕이면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으면 하죠. 제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영화나 드라마로 전달을 했을 때 관객분들은 또 그런 것들을 잘 받아주시니까 그런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물론 '소방관'처럼 실제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있는 그대로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사실적인 연기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자폐성 장애를 연기했던 '굿닥터' 같은 작품은 그저 사실적인 연기만을 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지점도 생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더불어 작품 속 인물이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지점도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굿닥터'는 작품 들어가기 전에 실제로 많이 들여다보고 연구를 많이 해서 들어간 작품이죠. 정말 볼 수 있고 참고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것 같고, 근데 가장 고민이었던 건 진짜 리얼로 하기만 하면 될까 하는 점이었죠. 왜냐하면 조심스러운 부분이 주변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보기에도 호감이 가게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만나 뵀던 분들을 참고하면서 거기에 시청자분들에게 호감 갈 수 있는 인물로 만들려고 귀여운 캐릭터를 조금 덧붙인 면이 있습니다."

주원은 감정 연기에 진심이지만 액션 연기에도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몸을 잘 쓰는 배우이기도 하다. '각시탈' '7급 공무원' '스틸러' 같은 작품도 그랬지만 넷플릭스 영화 '카터'의 경우는 주원의 액션 연기가 거의 전부일 정도가 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몸을 잘 쓰는 편이긴 한 것 같아요. 또 액션 무술팀이 합을 만들어 왔을 때 그걸 좀 잘 구사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카터' 때는 사실 너무 재미있게 촬영을 했는데요. 촬영 기법이나 이런 것들이 너무 신선해서였죠. 한 번도 삼각대를 세워놓고 찍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움직이면서 찍었죠. 촬영 팀도 같이 뛰어다니면서. 심지어 촬영팀이 롤러 블레이드를 신고 찍는 그런 과정들이 너무 신선해서 이걸 경험할 수 있는 게 굉장히 특혜 받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경우 연기자들만이 아니라 촬영팀하고도 합을 맞춰야 하는데 그래서 리허설에 굉장한 시간을 투자했죠. 그 과정들 때문에 새로운 액션들이 나왔던 것 같아요."

배우 주원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내향적인 그에게 연기가 연 새로운 세상

주원은 최근 'SNL 코리아'에 출연해 지금껏 봐왔던 모습과는 또 다른 코믹한 연기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그가 연기를 할 때는 어떻게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지 신기한 면이 있다.

"내향적인 성격인데 연기할 때는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것 같아요. 물론 드라마였다면 이게 맞나 싶을 수도 있는데 'SNL 코리아'라는 프로그램 특성상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연기는 제게 유일하게 감정을 제대로 꺼내 쓸 수 있는 영역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살면서 화를 낼 때도 있고 슬프면 확 울기도 하고 해야 하는데 제 성격상 그런 게 조금 없거든요. 근데 작품 할 때 저는 그런 감정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해소가 될 때도 있는데요. 평소에 차분하고 말도 없고 그냥 있는 편이지만 촬영장에 가면 좀 생기가 돌고 뭔가 진짜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사실 이건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주원 같은 배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도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원의 이야기는 연기라는 영역이 연기자만이 아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저는 연기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물론 평소에도 감정을 다 표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참고 절제하면서 사니까요. 근데 그런 것들을 표출할 공간이 분명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 연기를 시작했던 게 그런 거였거든요. 부모님이 제가 너무 소심하니까 남자가 이렇게 소심해서 되냐 이러면서 방송반에 들어가 봐라, 이러다가 연극반에 들어갔고 실제로 약간 성격이 바뀌면서 매력을 느꼈거든요. 물론 사람이 바뀌는 건 아닌데 어느 정도의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걸 배우게 된 거죠."

배우 주원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캐릭터에 한정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향적인 성격을 바꾸고 싶어서 시작했던 연기는 어언 15년 가까운 세월의 내공이 쌓였다. 감정연기부터 액션 연기까지 오가며 다양한 장르, 역할을 넘나드는 그에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를 물었다.

"저는 항상 롤모델 질문을 받으면 예전부터 그냥 '선생님들'이라고 말씀드리곤 했어요. 촬영장에서 항상 선생님들을 뵈면 정말 막 존경심이 절로 나오거든요. 저 연세에 저 체력을 유지하면서 또 카메라가 딱 들어왔을 때 에너지를 뿜어내고 그런 모습들이 사실 제가 꿈꾸는 모습이죠. 저도 나이가 들면 아버지 역할부터 할아버지 역할도 하면서 저런 에너지를 뿜고 싶고, 후배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촬영할 때 보면 카메라는 저를 찍고 있는데 선생님이 막 100%로 연기를 다하실 때 너무 존경스러워요. 그래서 감정신 같은 걸 하실 때는 쓰러지실까 봐 걱정도 돼서 좀 살살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기도 했는데요. 그러면 선생님들 중에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으세요. '나는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고 나이 들어서는 더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요. 이런 답변을 들을 때면 너무 깨어 있다, 그래서 나도 저런 선생님이 저런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최근 들어 K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주원은 과연 어떤 연기자로 남기를 원할까. 미래에 주원이 어떤 시대의 아이콘으로 기억될 연기자가 되고 싶은지 궁금했다.

"저는 캐릭터에 좀 한정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 시작할 때부터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제 목표인데, 어쩔 수 없이 배우들은 어떤 캐릭터가 특출나면 그 캐릭터와 비슷한 캐릭터로 캐스팅이 되는 경향이 있죠. 저는 약간 그런 걸 피하려는 성향이 있어요. 왜냐하면 전 연기를 처음 배울 때부터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것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었거든요. 그래서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를 하고 싶고, 그게 악역이 됐든 선한 역이 됐든 또는 좀 특이한 역할이라도 제가 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원이 말하는 캐릭터에 한정되지 않는 배우의 길. 그건 사실상 지금껏 주원이 걸어온 길이면서 앞으로도 걸어갈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당대의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역할들에 대한 연기들이 모여 그려낼 필모그래피들은, 미래에 이 배우를 통해 현재와 앞으로 살아갈 시대를 기억하게 만들지 않을까. 역할에 있는 그대로 몰입함으로써 그 시대의 인물들을 생생히 살려내는 이 배우가 주목되는 이유다.

* 유튜브 채널 '뉴스1연예TV'에서 관련 영상도 만날 수 있습니다.

thekian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