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OB라인 "개그계 新 스타 필요…다들 무대로 돌아왔으면" [N인터뷰]②

‘개그콘서트’ (왼쪽부터) 이종훈, 정범균, 박성광, 이광섭 ⓒ News1 권현진 기자
‘개그콘서트’ (왼쪽부터) 이종훈, 정범균, 박성광, 이광섭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김민지 기자 = 지난해 11월 12일은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식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프로그램이 재개, 국내 최장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명맥이 다시 이어지는 날이었기 때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코미디 트렌드 변화 여파로 아쉽게 2020년 종영했던 '개콘'은 3년여가 지난 어느 날 시청자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모든 방송사의 공개 코미디 방송이 다 사라진 상황에서, '개콘'의 부활은 유독 반가웠다.

그 사이 코미디언들은 부지런히 개그를 갈고 닦아 컴백했다. 야생에서 개그를 하며 실력이 업그레이드된 스타들이 귀환했고, '개콘'의 부활을 두 팔 벌려 환영한 배테랑 선배들은 중심을 잡고 후배들을 단단히 받쳐줬다. 유튜브에서 활약하던 루키들 역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개콘'에 합류했다. 덕분에 '개콘' 코너들은 옛날 향수를 자극하는 것과 트렌디한 코미디가 적절히 섞여 좋은 밸런스를 보여줬다.

방송 재개 후 1년이 지난 지금, '개콘'의 복귀는 성공적이다. 프로그램 부활과 동시에 개설된 공식 유튜브 채널은 1년 사이 구독자 64만 명을 돌파했으며, 전체 영상 조회수는 11억 뷰를 넘어 12억 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존 시청자들은 물론, 젊은 시청층에도 꾸준히 관심을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콩트에 국한되지 않고 넓어진 개그 스펙트럼, 코미디언들의 케미, 트렌드를 반영한 웃음 포인트들 덕분에 '개콘'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개콘'의 주인공인 코미디언들과 제작진은 지난 1년을 어떻게 돌아볼까. 뉴스1은 '개콘' 방송 재개 1주년을 앞두고 이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개그콘서트’ (왼쪽부터) 정범균, 이광섭, 박성광, 이종훈 ⓒ News1 권현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개콘'이 부활 후 1주년을 맞은 소감을 전한다면.</strong>

▶(정범균) 요즘 12회, 8회짜리도 많은데 1년을 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좋은 거다.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광섭) 나는 장사를 좀 해봤는데, 모든 장사가 개업하면 사계절은 겪어봐야 '장사가 어떻게 해야 돌아가는구나'를 안다. 보통 폐업률이 1년 이내가 많은데, 1년 버티면 잘한 거다. '개콘'도 1년이 됐으니 앞으로가 시작이다. 1년이 지나니 시간이 금방 간다는 걸 느끼고 있다.

▶(정범균) 원래 애들도 돌 지나고 나서부터 크는 거다.(웃음)

▶(박성광) 사실 난 잘 모르겠다. 너무 거창하게 하면 조금 그렇다. 우리는 원래 해왔던 걸 한 거고, 당연히 오래 갈 거라는 생각이니까. '1년을 기념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앞으로 더 할 게 많은 느낌이다.

-현재 '개콘'에서 가장 연차가 높은 선배가 박성호인데, 박성호는 그 안에서 어떤 선배인가.

▶(이광섭) 내가 올해 45세인데, 30대 후반에 (김)대희 형하고 성호 형한테 '40살 넘어서도 개그해줘서 고맙다, 형들이 있으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40대 중반이 됐다. 얼마 전에도 성호 형한테 '50살 넘어서 개그해줘서 고맙다, 우리도 50살 넘어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존재감이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

‘개그콘서트’ 이종훈 ⓒ News1 권현진 기자

-'개콘' 내 올드 멤버들끼리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도 확실히 있지 않나.

▶(이광섭) 난 지난해 7월부터 '개콘'을 준비했는데, 그땐 나보다 위 기수가 21기 권재관 형밖에 없었다. 성호 형도 막바지에 들어왔고… 선배급이 별로 없다 보니 부담스러운 게 있었다. 후배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은 이렇게 동기들도 있고 선배들도 더 오셔서 참 좋다.(웃음)

▶(박성광) 사실 후배들이 있어 우리도 돌아올 수 있었다. '내가 즐기고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돌아온 건 아니었다. '개콘'에 도움이 됐으면 했고, 신인들끼리 하는 것보다는 허리 라인인 선배들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이종훈) 사실 난 '개콘'을 다시 준비하는 과정에 다 참여하긴 했다. (사전에) 무대를 올려볼 때도 후배들의 코너를 짜줬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서 다들 '왜 안 하냐, (후배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는데 같이 해보라'고 그러더라. 하지만 '내가 후배들 자리를 뺏는 건 아닐까' 고민됐다. 그런데 형빈이 형도 그렇고 성호 형도, 후배들도 '빨리 돌아가야 한다'라고 계속 닦달하더라. '내가 도움이 될까'가 계속 고민돼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코너가 짜진다면 해야지' 생각했고, 그러다 '오스트랄로삐꾸스'로 '개콘'에 합류하게 됐다.

-'오스트랄로삐꾸스'는 어떻게 완성된 코너인가.

▶(이종훈) 이게 지난 2월쯤에 통과가 됐는데, 나는 언제 해도 괜찮으니 신인들 먼저 하라고 했다. 계속 기다리고 있다가, 이번에 일본 특집을 할 때 녹화를 앞두고 '빨리 와줄 수 있겠니'라고 연락을 받아서 급하게 참여한 게 처음 무대를 올린 거였다. 아무래도 말 없이 웃길 수 있는 코너가 필요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9년 4개월여 만에 다시 '개콘' 무대에 올랐다.

‘개그콘서트’ 정범균 ⓒ News1 권현진 기자

-정범균도 꽤 오랜만에 복귀하지 않았나.

▶(정범균) 나도 (부활 전) 마지막으로 했던 건 아마 8년 전이었을 거다. (부활하는 '개콘'을) 같이 해보자고 했을 때 '한번 해보시죠'라고 답했다. 계속 공연을 하고 있었어서 공개 무대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그동안 해왔던 걸 새로운 사람들과 하면 재밌겠다 싶어 하게 됐다. 그리고 난 신인들과 하는 게 재밌다. 신인들과 함께 하면서 이들이 점점 사랑받고 인기가 많아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기대됐다.

-최근 '개콘'이 일본 공연도 했는데,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이종훈) 원래 내가 '쇼그맨'을 할 때 다른 나라에서 공연을 많이 해봤는데, '개콘'이 다른 나라로 간다는 건 상상 못 했던 일이었다. 예전에 '개콘' 할 때부터 해외에 가서 공연하는 게 꿈이었다. 진짜 꿈에만 그리던 일을 한 거다. 일본에 간 건 다른 개그맨들도 '정말 대단한 걸 했다'고 생각할 거다.

-한국 개그에 대한 일본 현지 반응은 어땠나.

▶(이종훈) 제작진과 개그맨들이 준비를 잘해서 그런지 현지 분들도 많이 웃고 즐기셨다. 물론 말이 많은 개그는 조금 힘들었는데, 성호 형의 '갸루상' 빼고는 다 터진 것 같다.(웃음)

▶(박성광) 진짜 신기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쇼적인 부분이 크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공감시킬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냥 하니까 '아 저런 거구나' 바로 딱 알아듣고 웃으시더라. 그리고 일본 친구들도 한국 개그맨들에게 수준이 높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스토리도 있고 전개도 완성도가 있다고 하더라.

▶(이광섭) 확실히 우리가 수준이 높은 것 같다. 문화적 상대성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봐도 우리나라 개그는 수준이 있다.

▶(정범균) 사실 전 세계에서 매주 서바이벌로 개그를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이종훈) 다른 나라에서 개그 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매주 새로운 걸 짜서 개그를 한다'고 하면 놀란다. '그 힘든 걸 어떻게 매주 짜냐, 정신병 안 걸리냐'고 하더라.

‘개그콘서트’ 박성광 ⓒ News1 권현진 기자

-이번에 일본 공연 이후 '개콘'의 무대를 좀 더 확장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나.

▶(박성광) 우리는 원하지만, 사실 재정적인 문제가 크다. K-팝도 뜨고, K-푸드도 터졌으니 이제 K-코미디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이광섭) K-팝, K-드라마를 보는 것도 외국 분들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근데 개그라는 건 한국 문화의 공감대가 다 들어가 있는 거다. 약간 '(문화의) 정수' 느낌이다.

▶(이종훈) 사실 우리의 자부심이라고 해야 하는 게, 대중이 잘 몰라서 그렇지 한국 개그맨들이 (외국에서도) 참 잘한다. '옹알스'라는 팀도 유명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가서 빵빵 터트리지 않나. 또 코미꼬(김병선)도 멕시코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있다. 그만큼 수준이 높고 굉장히 잘하는데, 아쉬운 건 이걸 맡아서 제작해 주는 분들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코미디 리벤지'나 '코미디 로얄'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이광섭) 뭔가 하나 파다가, 얻어 걸리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오스트랄로삐꾸스'가 됐든, '챗플릭스'가 됐든 하나 얻어걸려서 해외에서 빵 터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만큼 한국의 개그는 아직 블루오션이다.

-방송도 많이들 보시지만, 특히 유튜브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박성광) KBS의 많은 분들이 그걸 알아주셔야 한다.

▶(이광섭) 얼마 전에 기사를 봤는데 앞으로 프로그램 타이틀에 스폰서 이름이 붙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그렇게 PPL이 들어오면 우리가 또 얼마나 잘할 수 있겠나.(웃음)

-'개콘'은 지상파 프로그램이다 보니 제한되는 게 많을 텐데, 개그를 짤 때 그런 부분이 힘든 게 있나.

▶(이종훈) 요즘은 그냥 해버리고 '유튜브 버전으로 내보내시죠' 한다. 그래서 본방에 안 나가는 게 많다. 다른 말로 돌리면 재미없어지는 말들은 그냥 무대에서 재미있게 해버린다. 현장에 오신 분들은 재미있게 보시고, 어쩔 수 없이 방송에 못 내보내는 것들은 유튜브에만 나가는 걸로 하고 있다. 그래도 '개콘' 무대니 조금 자중은 한다. 'SNL'이나 '코미디 로얄' 정도까지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이광섭) 요즘 사람들이 워낙 똑똑해져서 객석에서 더 웃기는 상황도 있다. 옛날에는 솔직히 코너 짤 때 자신감이 있었다. '이건 무조건 터져'라고 하던 게 있었는데, 요즘엔 사람들이 너무 똑똑하고 눈치도 빨라서 우리가 (개그를) 치기 전에 알아차리는 게 더 많더라.(웃음)

▶(이종훈) 우리나라에 공개 코미디 부흥기가 있지 않았나. 그때 전 국민의 개그 수준이 올라간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위트있고 개그도 잘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 개그의 공식도 잘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개그콘서트’ 이광섭 ⓒ News1 권현진 기자

-현재 '개콘'이 다시 1100회로 향해가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 '개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나.

▶(박성광) 앞으로 부산, 울산 녹화 방송도 준비 중이다. 서울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전국의 시청자들을 직접 만나려 하고 있다. 개그라는 게 실제로 봐야 더 재밌다. TV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려면 우리가 스킨십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콘'의 캐치프레이즈가 '대한민국을 웃기는 힘'이다. 앞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을 웃기는 힘을 이끌고 싶나.

▶(박성광) 이제 후배들이 잘해줘서 새로운 스타가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여기 있다고 더 잘 될 일은 없다. 스포츠에서도 새로운 스타를 갈구하는 것처럼, 후배들이 힘을 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해서 '개콘'이 장수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

▶(이종훈) 성광이 형 말대로 새로운 스타가 계속 나와야 한다. 계속 재밌는 새로운 얼굴들이 나와줘야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개콘'이 지켜지지 않을까 싶다. 선배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런 친구들이 올 때까지 버텨주고 최대한 자기 걸 다 뽑아내 웃겨주고 지탱해 주는 거다. 우리가 '개콘' 내에서 잘되면 얼마나 더 잘 되겠나. 우린 최대한 후배들한테 본보기만 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신인들도 많지만 '개콘' 전성기엔 재능 있는 분들이 정말 많이 와줬다. 요즘에는 유튜브도 있고, 개그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에 개그계로 잘 안 온다. 하지만 '개콘'은 공채가 아니어도 무대에 올라갈 수 있으니 끼와 열정 넘치는 분들이 이 무대로 와주셨으면 한다.

▶(이광섭) 예전에는 '개콘'에 오려면 공채가 되거나, 어느 극장에서 스타가 돼야 했지만, 지금은 그게 없다. 개그맨 중에 힘들게 공채가 돼놓고 개그를 그만뒀다가, '거기서 뭐 하고 있냐, 돌아와라' 해서 지금도 같이 개그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만큼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지금 각종 건설판, 식당, 대리운전하고 있는 전국의 개그맨들이 포기하지 않고 빨리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

▶(정범균) 대한민국에서 공개 코미디가 생긴 지 20년이 넘었다. '개콘'이 한국에서 20년 된 프로그램이지만, 전 세계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난 반대로 '개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아메리칸 갓 탤런트' 같은 데 좀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서 화제를 불러일으켜서 역으로 가져와야 한다. 전 세계가 한국 코미디에 열광한다면 국내에서도 K-코미디가 다시 살아날 거라고 본다.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