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원 "'최연소 아나운서' 타이틀 부담도…프리 5년차 만족도는" [아나:바다]①

SBS 아나운서 출신 장예원 인터뷰

편집자주 ...[아나:바다]는 드넓은 '프리의 대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아나운서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안정된 방송국의 품을 벗어나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들은 요즘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나:바다]를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방송인 장예원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2년 SBS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한 장예원(33). 스물두 살 장예원의 이름 앞에는 '최연소'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 오로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달렸던 그가 이룬 첫 번째 꿈. 방송은 즐거웠고 회사 생활은 성격과 잘 맞았다. 그렇게 8년을 꽉 채운 'SBS 아나운서 장예원'의 삶 속 그는 늘 '다음 꿈'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방송 환경의 변화, 새로운 도전을 향한 마음으로 2020년 '프리랜서 선언' 후 장예원은 '두 번째 챕터'를 채우고 있다. 뚜렷한 목표나 계획 대신,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지금은 장예원으로서 어떤 것이 행복하고 어떤 일이 잘 맞는지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방송인? 결혼? 목표? "거창한 계획보다 자유롭게!" '의외'로 털털한 장예원과 만났다.

-프리랜서 방송인이 된 지 벌써 햇수로 5년째다. 돌아보면 어떤가.

▶하길 잘했다 생각한다. (주변에서) 더 빨리 해도 좋았을 거라고 하는데 저는 더 빨리했으면 못 했을 거 같다. 제가 당차 보이지만 겁도 많은 편이다. 다시 돌아가도 퇴사는 할 것 같은데, 딱 적당한 시기에 나온 것 같다. (입사) 8년 차에 그만뒀는데 김성주 선배가 그즈음에 프리선언하셨다고 하더라. 주변에서도 '시기의 장단점은 있지만 생각이 있으면 빨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을 했던 기억이 난다.

-프리랜서 선언 후 곧바로 tvN에서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퇴사 후 계획이 있었나.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듣잖나. 일이 없어도 괜찮다는 확신이 들면 프리랜서를 할 준비가 된 거라고 하더라. 나는 내가 일을 하지 않더라도 뭐라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심을 했다. 퇴사하면서 책을 썼다. (방송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모교에서 후배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꿈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퇴사 후 정말 많은 기회를 받았다. 그건 SBS에서 잘 키워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회사(SBS)에는 사의를 먼저 밝혔다. 그 뒤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마음이 한 번 흔들리니까 잘 안되더라. 그 뒤로 재차 사의를 밝히고 퇴사했다. 퇴사라는 게 정말 용기가 필요하더라. 가족들 설득하는 것도 오래 걸렸다.

-방송인으로서의 계획은 무엇이었나.

▶신동엽 선배와 '동물농장'을 오래 했다. 저의 신입 시절, 퇴사하는 과정까지 다 본 사람이다. 저에게 '가리지 말고 다 하라'고 조언해 줬다. 그때는 유튜브를 많이 할 때도 아니었고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이 많을 때였다. (신동엽이) '이미지를 생각해서 조언할 수도 있지만, 너에게 오는 다양한 기회를 감사히 생각하고 다 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프리랜서 선언 후) 기업 관련 일, 경제방송 등 여러 가지도 해봤다. 방송사 소속이면 제약이 좀 있다 보니까 그런 경험도 새로웠다.

방송인 장예원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책을 쓴 이유는.

▶보통 나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람이었다. 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 책을 쓴 것은 내 인생의 한 장을 정리하고 두 번째 장을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역동적인 삶을 원했다. 8년 동안 쉬는 날이 없었다. 입사와 동시에 일을 시작해서 주말도 없이 일했다. 너무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까 놀 때도 일을 하는 게 전부더라. 쉴 때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그걸 찾기 위해서 워라밸을 다시 찾고 싶어서 나온 것도 있었다.

-인생의 첫 꿈이 아나운서였다고. 꿈을 이뤘던 만큼 만족도가 컸을 것 같다.

▶너무 좋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아나운서가) 선택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역량을 더 키워야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회사 생활은 잘 맞았다. 선배들이 '예원이가 빨리 나갈 줄 알았는데 회사 생활을 너무 재미있게 하는 것 같다'고 하고는 했다. 플랫폼도 바뀌고 제 생각도 바뀌어서 퇴사했지만, 저는 제가 정년퇴직까지 할 줄 알았다.

-'최연소 아나운서'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내게 오는 스포트라이트를 즐기지 못했다. 사실 대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아나운서로 불리게 된 거다. 그래서 많이 헷갈렸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생각한 아나운서에 내가 맞는지, 고민을 했다. 우리 팀에 누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일했다. 아나운서는 직장인이면서, (알려진 사람으로서)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방송인 장예원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플랫폼, 방송 환경의 변화를 실감한 것은 언제인가.

▶종합편성채널이 생겼고 유튜브가 생겼다. 예전에는 지상파에 집중됐다면 이제 채널이 많아졌다.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TV에만 나오는 게 맞을까, 더 많은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SBS에서 웬만한 프로그램은 다 해본 것 같다. 그 밖에 다른 것도 해보고 싶더라. 내가 이 안에서 뭘 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퇴사를 결정했다.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프리 활동 중인) 선배들은 생각보다 늦게 나온다고 했고.(웃음) 제 동생(장예인)이 이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언니가 나오면 일이 없을 수도 있고, 생각한 대로 못할 수도 있다고. 그러다가 퇴사할 때는 잘 생각했다고 응원해 줬다.

-퇴사 후에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도 많았는데.

▶(오히려) 프리랜서 선언을 했기 때문에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다. 내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다 결혼하냐는 반응이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방송인 장예원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회사 생활이 잘 맞았다고 했는데, 프리랜서 생활은 어떤가. 스스로의 루틴을 만들었나.

▶매일 출근하다가 안 하게 된 거다. 일이 있고 없고 날마다 달랐다. 적응하는데 1년은 걸리더라. 일이 없을 때도 회사에 있고는 했는데, 이제는 아니니까. 내가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생겼다. 운동도 하고 전시회도 다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고 해보면서 살았다. 사실 내가 엄청난 집순이다. 지금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계속 찾고 있다.

-첫 꿈은 아나운서였다. 다음 꿈은 뭔가.

▶아나운서가 되고 방송을 하면서 정말 내게 다음 꿈이 없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 그 시절을 지나 주어진 걸 하나씩 하다 보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아나:바다】 장예원 편②에 계속>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