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중성적? 섹시한 면도 있어…봉준호 감독님 작품 해보고파" [N인터뷰]②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2층 역
- 정유진 기자
<【인터뷰】 ①에 계속>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모델 출신인 이주영(37)에게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는 사실상 상업 시리즈물 첫 주연작이라 할 수 있다. 약 10년간 모델 활동을 하다 2015년 이충현 감독의 단편 영화 '몸 값'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 그는 '독전'(2018)에서 강렬한 농아 동생 역으로 이목을 끌었으며 이어 '미쓰백'(2018)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타겟'(2023) '독전2'(2023) 등의 작품에서 개성 있는 조연으로 활약했다. 또한 '걸스온탑'(2017)과 '윤시내가 사라졌다'(2022) 등 독립영화에서는 주인공으로 특별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단 작품이 계속 들어오는 게 감사한 일이에요. 모델 활동을 9~10년 했는데 그때는 잘 안 풀렸었어요. 일을 하나하나 하는 게 힘들고 박탈감을 많이 느꼈어요. 모델 일은 바로 그 자리에서 말도 한마디 안 섞고 탈락하면 끝인 게 충격이었거든요. 멘탈 관리를 잘해야 하는 직업이었어요. 그런데 배우 쪽에 와서는 처음 단편에서부터 좋은 작품을 만나서인지 관계자들이 아주 좋아해 주셨고 그 작품 덕에 '독전'이나 드라마 '라이브'도 하게 됐어요."
힘들었던 모델 시절이지만, '더 에이트 쇼'의 캐스팅에는 그 시절에 찍어둔 사진 속 이미지가 도움이 됐다.
"감독님이 미팅 때 말씀해 주신 거였는데 제 인스타그램을 보고 미팅을 하신 거였대요. 저라는 사람을 알아야 하니까. 인스타그램 맨 밑에 예전에 머리를 짧게 하고 탈색한 사진이 있었거든요. 모델 활동 때 사진이었는데 감독님이 그걸 보고 '이게 춘자 아닌가' 생각하셨대요.(웃음) 그리고 캐스팅이 정해졌어요. 그게 한 10년 전쯤 사진이었는데."
이주영은 실제로도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 2층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다. 다만 감성적이고 수용성이 있는 '인프피'(MBTI INFP)라 어떤 면에서는 문정희가 연기한 5층과도 비슷하다고. 드라마를 본 이주영의 친구는 "2층이 화내는 게 너랑 똑같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2층이 아닌 다른 캐릭터를 한다면 '더 에이트 쇼'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을까.
"저는 8층이요.(웃음)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주 영씨는 중성적인 걸 많이 했는데 다음에는 섹시한 걸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요. 제게도 그런 모습이 있는데, 그런 말을 해준 분은 한 명도 없었거든요. 역시 보는 눈이 있으시구나 했죠."
실제 이주영은 영화나 드라마 속의 보이시하고 중성적인 느낌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배우였다. 천진난만하면서도 꾸밈없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 그는 연기자로서 살아온 지난 10년의 삶이 마냥 감사하고 즐겁다고 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하며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해 올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좋아하는 영화 대사가 있어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나오는 대사인데 '자신만 볼 수 있는 꿈 때문에 모든 걸 거는 거야'라는 대사예요. 그 말에 너무 공감해요. 저는 5층과 2층을 오가는 사람이다 보니 많은 면이 있어요. 어떤 사람은 제게서 이런 면만, 또 어떤 사람은 제게서 저런 면만 봐요. 전체를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저 자신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하는 말에는 신경 쓰지 않아요. 사람들은 제 단면만 보고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가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제게 있어요.(웃음)"
배우 생활은 아직 해 온 것보다 해야 할 것이 더 많이 남아있다.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주영은 거침없이 "봉준호 감독님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3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목격'을 한 적이 있었다. 공항과 호텔에서 계속해 마주치던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신사가 알고 보니 봉준호 감독이었다고. 이주영은 "오 마이 갓" 하며 신기해 했던 때를 떠올리며 웃었다.
"저는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재밌어요.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죠. 모델이었을 때 일을 하나하나 해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때의 힘듦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배우는 어떤 순간도 참 버릴 게 없는 직업이에요. 이런 직업을 만난 게 제게는 축복이죠."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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