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대장, 뚱시경, 뚱종원 그리고 나선욱 "본캐로도 롱런" [코미디언을 만나다]①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허세가 잔뜩 담긴 목소리로 "아는 형님의 아는 누나의~" 얄팍한 인맥을 줄줄이 외고, 동성로와 인계동 지인을 동원해 여자친구 유진을 찾는 '99대장 나선욱'. 화려한 패션으로 보는 이들을 '킹받게'(열받지만 웃긴) 만들던 그는 감미로운 음색의 '뚱시경', 손목을 꼰 채 음식을 음미하는 '뚱종원', 힙한 트렌드의 선두에 선 '감성욱'까지 '부캐릭터'를 확장했다.
푸근한 모습과 친근한 매력으로 스스로 트렌드가 된 나선욱은 지난해 수많은 TV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았고, SBS '먹찌빠'의 막내로 활약 중이다. 개그맨 공채 시험이 사라지면서 같이 잊었던 개그맨의 꿈을 돌고 돌아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 나선욱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라디오스타'의 섭외 전화, TV에서만 보던 이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여전히 '꿈만 같은' 느낌이라고 기억했다.
수많은 부캐릭터가 히트했고 이제 '나선욱'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그는 또 새로운 부캐를 연구하고 본캐로서도 더욱 롱런하며 웃음을 주고 싶다고 했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마흔번 째 주인공 나선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호감 이미지로 요즘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즘 많이 좋아해주셔서 '유튜브 시작하길 잘했다' 하는 생각을 했다. 제가 하는 대사들에 반복적인 요소가 있어서 그런지 많이 따라해주시고 좋아해주시더라.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만들 때 사실 문돼(문신돼지)도 있고 양아치 부류의 캐릭터가 처음에 관심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여성 시청자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감성욱' 캐릭터도 나왔고 연애 관련한 시리즈도 만들었다. '킹받는'(열 받지만 재미있는) '오글거리는' 것들을 제가 좋아하기도 해서 허세와 진지함을 오가는 캐릭터들을 선보였다. 그게 페이크다큐처럼 만들어지면서 공감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젊은 세대에서 특히 좋아할 콘텐츠들이었다.
▶나도 실제로 감성욱 같은 면이 있다. 내가 그런 브랜드들을 좋아하고 트렌디한 것들을 찾아보고 예쁜 카페들도 알아본다. 그러다가 살이 찌면서 내려놓게 되더라.(웃음) 귀찮아지고 옷도 안 맞으니까. 나같은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든 캐릭터인데 많이 공감해주시더라. 감성욱 캐릭터로 어떤 브랜드를 할까 적정선을 찾으려고 '이건 너무 '딥'하고 이건 너무 가볍다' '한남동이 좋을까 성수동이 좋을까' 라면서 회의를 많이 했다. 그렇게 정리해두면 연기는 내 머리에서 그린대로 한다.
-유튜브에서 여러 캐릭터를 쌓아서 방송에서도 많이 활용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롱런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여러 캐릭터를 만든 거다. 그게 적절했던 것 같다. 성대모사를 하더라도 범위를 넓혔다. '뚱시경'(성시경 패러디)을 하면 노래도 도전해보고 음식만 하는 게 아니고 더 '킹 받는' 걸로 확장했다.
-지난해부터는 SBS '먹찌빠'에 고정 출연 중이고, '미운 우리 새끼' MBC '라디오스타' 등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갔다.
▶유튜브만 했을 때는 (TV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 그래도 예전에 개그맨 시험을 준비했을 때는 예능을 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다 (시험이) 없어졌고 방송에 진출해야지 그런 것보다 유튜브, 웹 예능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 '먹찌빠'에 출연하는데 뭐랄까 방송이 진짜 전체 세대를 아우른다는 걸 깨달았다. 할머님이 '먹찌빠에서 몸 잘 못 쓰는 놈이지!' 하시는데 TV의 영향력은 여전히 엄청나구나 느꼈다. 어르신들이 알아봐주시는데 처음 유튜브 시작할 때 서서히 사람들이 알아봤던 그때 느낌이 났다.
-본인은 어떤 기분이었나. 꿈을 이룬 느낌일까.
▶ 꿈만 같다.(웃음) 김종국형, 탁재훈형과 내가 대화를 하고 있다고? TV에서 보던 박나래누나, 서장훈형하고 방송을 하고 있다니. 다들 너무 신기하고 지금도 그렇다. 대박이다.(웃음) 강호동형님을 만났는데 진짜 놀랍더라. 부모님에게 자랑도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라디오스타' 섭외 전화를 받았을 때 손이 떨렸다. 동료들이랑 장난으로 '이러다가 라스 나가겠는데?' 장난만 쳤는데 진짜 섭외가 온 거다. 울컥하더라. 부모님에게 전화했다. 감동적이더라. 섭외된 것만으로 기뻐서 친구들하고 회식했다. 내가 고기 샀다. (웃음)
-'라디오스타'에 유튜버도 많이 나가지만 웃기기 쉽지 않다. 어땠나.
▶열이 나고 컨디션이 안 좋아서 물을 두 통은 마셨던 기억이다. 기침이 자꾸 나와서 토크 타이밍을 못 맞춘 것 같다.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시고 조회수도 잘 나왔다. 스윙스형님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어서 좋았다. 그때 정말 성대모사를 한 12개는 한 것 같다.
-히트 캐릭터가 많다. 유행어가 되고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유행을 시키고 싶어서 한 건 아닌데 재미있게 만들어진 것 같다. 소리를 지르는 것이나 '아는 형님의 동생' 같은 것도, 재미있는 걸 하고 싶어서 했는데 다행히 잘 맞아 떨어졌다. 여기저기 퍼지고 연예인들도 따라해주니까 놀랐다. 직업 특성상 인지도가 올라가는 것도 그냥 '나이스' 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걸 좋아하시는군?' 그런 생각이었다.
-지난해 지상파, OTT 플랫폼, 유튜브 등 모든 플랫폼에서 활약했다. 어떤 시기라고 보나.
▶전성기와 같은 시기가 아니었을까. 2023년 가장 뜨거웠던 남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바빴던 것 같다. (웃음) 동시기에 활동을 열심히 하고 '핫'해지면 어떤 콘텐츠, 어떤 채널에 나가든 다 잘 되는 시기가 온다. 저희 유튜브 채널도 구독자수가 많아졌고 저도 4~5개 이상의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조회수도 좋았다. 그런 시기는 또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부캐릭터는 빨리 끝난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그만큼 많이 봐주셨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해는 퀘스트를 하나씩 깨는 느낌이었다. 방송에도 나올 수 있었고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나선욱으로서 롱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한다고.
▶'부캐'가 아닌 '본캐'로서도 어떻게 방송을 해야 할까 생각한다. 작년에 캐릭터는 정말 많이 했다. 그건 그것의 재미가 있고 그게 진짜 빠른 피드백을 얻는 방법이기도 하다. 본캐로서는 어떻게 할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먹찌빠'라는 좋은 기회를 만났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나선욱 편②에 계속>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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