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감독 "박보영 아니었으면 어두운 소재 보기 힘들었을 것" [N인터뷰]②

이재규 감독 "실제로도 극 중 다은 같은 친구"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재규 감독 /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재규 감독이 박보영의 밝은 에너지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극본 이남규 등/이하 '정신병동')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최근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분)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입체적인 캐릭터와 정신질환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 속에서, 웃음과 위로를 통해 정신병동에 대한 편견을 따스한 온기로 녹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MBC에서 드라마 PD로 연출을 시작해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투하츠'에 이어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및 영화 '역린' '완벽한 타인' 등 장르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연출가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재규 감독이 4년 전 만난 작품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다.

과거 공황장애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이재규 감독은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꼭 연출하고 싶었다고 했다. 편견과 오해를 받으며 음지에 있는 정신질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보이지 않는 아픔도 나눌 수 있는 따스한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N인터뷰】①에 이어>

-박보영이 가진 사랑스러움이 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박보영 배우가 아니라면 이 이야기를 이렇게 편안하고 예쁘게 받아들여주셨을까 싶다. 다은의 역할이나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박보영이 아니었으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실제로도 다은 같은 친구다.

-후반부 간호사 다은이 정신질환 우울증을 겪는 설정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환자를 돌보는 사람도 아플 수 있다. 스스로 부인하고 아니라며 힘들어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 후반부에 나오는 우리 모두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다는 이야기도 우리도 의료진도 다 해당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은은 시청자분들이 많이 이입한 대상이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서완 역할의 노재원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노재원 배우를 발견했을 때 너무 좋았다. 박보영 배우도 워크샵에서 노재원씨를 만나고 '내가 상상한 서완'이라며 너무 좋아했다. 다은에게 엄청 많은 영향을 미치는 캐릭터여서 박보영씨도 무척 궁금해 했다. 노재원씨는 서완 역할을 맡고 실제로 노량진 고시원에서 두 달 정도 살았다. 서완의 심리를 더 이해해보려고 컵밥 먹고 고시원에서 살면서 준비했다고 하더라.

-서완의 사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결말인데, 이유가 있나.

▶서완의 결말도 어떤 관점에서 보여줘야 하나, 어떤 음악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올 수가 있다. 그래서 아주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여러 고통을 겪다가 그런 선택을 했는데 그 불행한 일이 재발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시선을 견지하려고 했다. 어쩌면 이 친구에게 일찍 손을 내밀어 주고 주변에 좋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내몰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마음이) 아프지만 상처를 짜내는 마음으로 (그 에피소드를) 다루려고 했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제공

-러브라인의 비중은 어떻게 고민했나.

▶우리 드라마는 어두운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삼각 로맨스도 있는 '로맨스 꿀맛집' 드라마다.(웃음) 사람 사는 이야기이니까 멜로도 있는 거다. 극 중심, 전면에 나오는 건 아니지만 사랑 이야기는 뺄 수 없는 것 같다.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도 다를 것 같은데 나는 우정과 사랑을 비슷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유찬, 고윤의 사랑 모두 다 다은의 곁에 있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달랐다고 생각한다.

-두 커플 모두 남자 의사와 여자 간호사인데 이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 상투적인 설정이 아닐지.

▶직업만 두고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다은도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다. 여환 들레의 경우, (사랑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접는 건 멋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보여준다. (직업 설정은) 그렇게 크게 고민한 부분은 아니었다.

-보호사의 역할도 잘 그려졌다.

▶보호사가 정말 중요한 분들이다. 실제로 남자 보호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더라. 오랜 경력의 보호사분들은 환자 눈만 봐도 이상한 상황을 바로 캐치를 한다. 예를 들면 '매일 복도를 열 번 걷던 환자가 오늘은 한 번만 걷고 사라졌다'라며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게끔 하는 것이다. 실제로 간호사, 보호사 직군이 정말 가깝고 끈끈한 경우가 많더라.

-'완벽한 타인' '지우학' '정신병동' 까지 장르는 다르지만,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인간이 선한가, 악한가에 대한 궁금증도 크고.

-이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는 병원에 안 가고 버틴 경우였다. 사람들이 조금 더 자기의 행복을 찾아갔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는 열심히 사는 것에서 위안을 많이 받는 편이고 요즘 세대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심리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걸 당연시하는 문화가 생기길 바란다. 내가 큰 사명감을 가지고 만든 건 아니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가장 지양하려고 했던 원칙은 무엇인가.▶이 드라마로 인해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그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건 최소화 해야겠다 생각했다. 아예 자유로울 수 없지만 최소화하고 싶었다. 그리고 의료인들이 보기에도 나쁘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재미'였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

▶이 이야기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울었다' 이런 반응은 예상했다. 왜냐하면 우리(제작진)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이걸 재미있어 해주실까 이 부분은 반신반의했는데 재미있다고 하니까 너무 기뻤다. 재미있다는 반응이 제일 좋고 1위를 했다고 하니 그것도 좋다. (정신질환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테니,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구나' 하면서 더 많이 번져 나가기를 바란다.

-시즌2도 나올 수 있을까.

▶작가팀에서 취재를 많이 했다. 리플리 증후군이나 섭식장애 등 그런 사례도 있고 시즌2가 제작되면 하는 마음도 있다. 지금은 막연한 생각이다.

-차기작은 '지우학' 시즌2인가. 부담이 클 것 같다.

▶더 강하고 강력해진 좀비 이야기다. 서울에 좀비가 퍼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이야기로 만들어질 것 같다. 부담은 늘 있는 것이다. '지우학'은 부담도 있지만 자부심이기도 하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