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 이현욱 "왜 또 악역하냐고?" [N인터뷰]
넷플릭스 드라마 '도적:칼의 소리' 이광일 역
- 윤효정 기자
"또 악역? 부담감은 없어요, 불나방 같은 성격이어서 또 도전하듯이 뛰어들었죠."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지난 9월22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도적:칼의 소리'(극본 한정훈/연출 황준혁/이하 '도적')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이 벌이는 액션 활극이다.
이현욱은 조선인으로 일본 군장교가 된 이광일을 연기했다. '대동아공영'을 위해 앞장서며 같은 조선인 고문도 서슴지 않는 광일의 냉혈한 면모를 그리는 한편 희신(서현 분)과 윤(김남길 분)에 대한 복잡한 감정까지 세밀하게 그리며 호평을 받았다.
이현욱은 최근 뉴스1과 만나 '이광일'을 그린 과정과 함께, 연이어 악역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현욱은 '도적'의 완성본을 객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웠다면서도 "CG까지 완성된 걸 보니까 내가 예상한 것보다는 더 확장돼서 나온 기분이었다"라고 했다. 시청자의 반응에 대해서는 "어떤 작품이든 호불호는 있고 의견이 나뉘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시국이 안 좋은 상황에서 광일 역할은 보기 힘드시지 않았을까 싶다, 작품이 나오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발하게 하는 편인데 밀린 쪽지를 안 보고 있다"라며 웃었다.
특히나 욕을 많이 먹는 역할이지만 이현욱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역할이고, 나 역시 배우로서 대작에 참여하는 경험에 의미를 두고 임했다"라며 "대본을 보면서 걱정은 많이 했지만 내가 성격이 불나방 같은 면이 있다, 더 뛰어들고 싶더라, 충분히 여기서 더 그릴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광일에 대해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적인 배경에 있어서 그렇게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도 존재했을 것 같더라"라며 "카타야마 준장을 만나는 장면은 대본으로 보면서 가장 가슴이 아픈 장면이었다, 선택의 기로에 선 긴장감 등 저에게는 되게 중요한 장면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현욱은 자신이 광일을 연기하면서도 고문신은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숙부님을 고문하는 장면에서는 '아…' 싶었다, 저도 감독님하고 되게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은 정말 잔인하고 냉혈한으로 표현하고 싶으셨는데 저는 일말의 인간성은 남아있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인간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는 게 아니라 아주 찰나의 스치는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숙부를 고문하는 장면에서 자조적인 느낌의 연기를 더했다, (광일은)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까지 몰입했나' 싶어서 그걸 태주(고규필 분)에게 화로 가져가는 연기로 표현했다, 무의식적인 찰나의 고민을 넣으려고 했다, 그게 장면에서는 안 보일 수도 있는데 (배우로서) 노력한 부분"이고 설명했다.
이현욱은 "인간적으로 표현해서 인물을 미화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인간적인 갈등이 보이는 순간을 넣고 싶은 거다, 딜레마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총에 맞아 손가락이 날라가고 이윤이 도망가라며 '광일아'라고 불렀을 때 과거의 광일로 돌아가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다, 양반의 신분까지 다 털어낸 과거의 광일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극에서 희신에 대한 광일의 감정에 대해 이현욱은 "야망과 사랑을 분리했다, 이광일이라는 인물이 뼛속까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사랑 앞에서는 바보 같은 면모가 있는 그런 순정적인 모습도 있다고 봤다"라며 "(희신에 대한)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보시는 분들은 광일의 진심이 무엇일지 많이 생각하면서 보신 것 같다, 드라마에서 표현된 것이 많지 않아서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희신에 대한 마음은 진짜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결혼식에서 보면 '이게 맞나?'라는 광일의 아리송한 마음이 드러난다, 말은 행복하자고 하는데 계속 물음표가 있는 거다, 이게 시즌제로 갔을 때 설명이 가능한 장면들이 있다"라며 "이윤과의 관계도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드는데도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큰 거다, 정말 미화시키고 싶지 않지만 그런 면에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희신과 이윤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떻게 차이를 뒀을까.
이현욱은 "희신은 애정, 이윤은 애증의 눈으로 바라봤다, 내가 유일하게 친구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윤이다, 어떻게 보면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동경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이 내 사람이 되지 않고 나를 떠나려고 했을 때 미치고 팔짝 뛰는 것도 '나는 너를 이렇게나 생각하는데 왜 떠나려고 하나' 그런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어 연기를 소화한 것에 대해선 "쉽게 보면 외국인이 사극 말투를 하는 거다, 이게 옛날 일본에서 쓰던 말이라고 하더라"며 "극에서 보면 '일본말 흉내내지 말라'는 대사가 있지 않나, 그 대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웃음), 일본인의 억양보다 일본말을 하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김남길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현욱은 "저와 지향하는 방향성이 잘 맞았다, 손가락이 날아가는 신에서도 이렇게 연기를 하면 어떨까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찍었다, 사실 주인공이면 해야할 것도 많고 신경쓸 것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를 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신 자체를 잘 살리려고 해주셨고 작품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시더라, 그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전체를 아우르는 모습에서 많은 걸 배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남길)형과는 수다 코드가 잘 맞는 편인데, 형보다는 제가 말이 좀 덜한 것 같다, 저는 친한 사이에서 수다를 떠는 편이다, 한 번 같이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이야기를 하다가 아침 7시에 잔 적이 있다, 매일 그렇게 수다를 떠니까 나중에는 혀가 말리더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현욱은 "흔히 말하는 스타, 연예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런 게 없어졌다, 형에게 많이 배우고 좋은 영향도 많이 받았다"라고 했다.
서현과의 호흡에 대해선 "이번에 만나기 전에 TV로 본 이미지는 독립군 역할과 어울릴까 싶었는데 너무 잘하더라, (서현이가) 망가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고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더라"며 "배우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마인' '타인은 지옥이다' 등에서 강렬한 악역을 그렸던 이현욱은 '도적'에서 악역을 맡은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다"라며 "악역이어도 작품과 인물마다 다른 점을 표현하는 재미가 있고 배우로서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임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왜 매번 악역을 하냐고 하는데, 그렇다고 '이제 악역 그만하고 착한 사람 해야지' 하기에는, 내가 그럴 정도로 뭘 많이 하고 뭘 많이 보여드렸나? 싶은 거다"라면서 "악역을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모든 배역이 다 내게는 도전이다, 배역마다 목적이 다 다르다, '마인'에서 해야 할 목적 '도적'의 목적이 다르니까 그걸 차별화하면서 연기했고 그 점을 봐주신다면 감사한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로서 나는 악역을 또 했다는 부담은 없는데 보시는 분들이 '또 악역이네'라고 생각하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차기작 중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것도 있다"라며 "어떤 배역이든 내게는 도전이고 그걸 해내지 못한다면 연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도전하려고 하지 않거나 재미를 못 느끼거나 그러면 미련없이 떠나야지 그런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라고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그간 연기한 악역이 자신 역시 너무 싫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존 말코비치가 했던 말 중에 '내가 인간성이 결여된 사람들을 싫어하기 때문에 악역을 잘 표현할 수 있겠다'라는 뉘앙스로 말한 게 있다, 나 역시 공감했다, 내가 싫어하는 모습이 있어서 그걸 표현하고는 한다"라고 했다.
물론 악역으로 겪는 고충도 있다. "'마인' 때는 길가다 만난 사람 중에서 바로 '저 XX'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더라, 가족 욕을 하는 사람도 있고"라며 "주변 사람들은 '그만큼 네가 잘했다'라고 하는데, 직접적으로 들었을 땐 좀 힘들었지만 지금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논리적인 비판을 귀 기울여 듣지 감정적인 비난에는 영향을 안 받는다"라고 단단하게 말했다.
'도적' 시즌2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배우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시즌2를 하게 되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겠나, 대본도 시즌2가 나와야 하는 내용이고, 나도 시즌2가 나오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순리대로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현욱은 "'도적'이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시도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면서 "역사적인 고증도 많이 했다, 이러한 역사가 있었구나 그렇게 인지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이런 대작 드라마에 참여한 게 처음이어서 내게도 많은 의미가 있다"라며 "여러 경험이 적은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스케일이 큰 작품에 참여해보면서 조금 더 (배우로서) 확장된 느낌, 더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큰 작품을 해서 '스타'가 되어야지 그런 게 아니라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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