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 "父 김무성 '노룩패스' 패러디, 이왕 하기로 한 거 쿨하게"(종합) [N인터뷰]

"'가문의 영광' 시리즈 스태프서 배우로…남다른 의미"

배우 고윤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열일 중인 배우 고윤(35)이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감독 정태원, 정용기)로 '이별식당'(2020)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2002년부터 시작된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통해서다.

지난 21일 개봉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잘 나가는 스타 작가 '대서'(윤현민 분)와 가문의 막내딸 '진경'(유라 분)을 결혼시키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는 장씨 가문의 사생결단 결혼성사 대작전을 그린 코미디로, 정태원 정용기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고윤은 장씨 가문의 왼팔로 가문의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종칠 역을 맡아 파격적인 분장과 코미디를 선사한다.

2013년 드라마 '아이리스2'를 시작으로 '간택-여인들의 전쟁' '시지프스: the myth' '미씽: 그들이 있었다2', 영화 '인천상륙작전' '국제시장' '오늘의 연애'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온 고윤은 올해 연기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특히 2011년 '가문의 영광4 - 가문의 수난'에서 연출부로 일했던 그는 12년 만에 '가문의 영광' 시리즈에 배우로 합류해 활약한 만큼 그 의미가 깊다.

고윤은 최근 뉴스1과 만나 "연기 데뷔 10주년에 인연이 깊은 '가문의 영광' 시리즈로 돌아와서 기쁘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배우 고윤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오랜만에 영화를 선보인 소감은.

▶'이별식당' 이후 3년 만이다. 그때 코로나 때문에 시사회, 무대인사 등이 다 취소돼서 아무것도 못했다. 그래서 '인천상륙작전' 이후에 처음 무대인사를 하게 되어서 설레고 좋다. 다만 모두 열심히 참여하고 즐겁게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아 괜히 속상하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 영화가 가볍게 보기에 나쁘지 않은 팝콘무비라 생각해서 잘 봐주면 좋겠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와 인연이 깊은데, 이번에 배우로 합류한 소감은 어떤가.

▶2011년 '가문의 영광4 - 가문의 수난'에서 스태프로 참여했다. 당시 연출부에 스태프가 필요했고, 무거운 걸 잘 들 수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내가 바로 한다고 했다. 스태프는 처음이라 연출부 일 말고도 조명팀이나 다른 팀 일을 했는데 그때 너무 좋아해 주셨다. 너무 예뻐해 주니까 하루에 2시간씩 자도 피곤한 줄 몰랐다. 신현준, 김수미, 탁재훈, 정웅인 등 여러 선배님이 연기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캐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밤샘 일도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스태프로 참여했었는데 12년 뒤에 배우가 되어서 합류했는데 영화계에 이런 일이 잘 있을까 싶더라. 그래서 더 남다른 의미가 있고, 내겐 '가문의 영광'이 '마블' 처럼 대단하고 소중한 시리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선 그간 보여주지 않은 파격적인 분장이 눈길을 끈다.

▶사실 분장을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역할 이름도 처음엔 '용식'이었다. 대사가 거의 없고 과묵하게 서있는 캐릭터라 한 달 동안 7㎏ 정도 증량하고 태닝까지 한 뒤, 2대 8 스타일의 머리로 준비해 갔다. 그리고 카메라 리허설을 하는데 정태원 감독님이 '너 이렇게 잘생겨 보이면 안 돼'라고 하면서 헤어 스타일을 바꿔서 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다시 5대 5 스타일로 바꿔서 왔더니 앞머리를 만들어서 라면처럼 구부리고 오라고 했다. 농담하시는 줄 알았다. 하하. 그래서 다시 바꿨더니 앞머리만 하얀색으로 칠하자고 하더라. 그런데도 감독님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더니 코 옆에 점을 그리라고 하면서, 이름도 그때 종면이 옆에 있으니까 '종칠'로 하자고 해서 바뀌었다. 이 모든 게 현장에서 만들어진 거다. 처음 대본 읽을 때와 캐릭터가 많이 달라져서 감독님께 다시 상의했더니 '한국판 덤 앤 더머'라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라고 해서 그렇게 준비하게 됐다.

배우 고윤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현장에서 이뤄지는 게 많았다고 했는데, 이런 과정들이 어렵지는 않았나.

▶즐거웠다. 탁재훈 선배님이 계속 아이디어를 던지면서 평범한 신들도 다채로워지니까 나중에는 '또 어떻게 바뀔까' 기대감이 생기더라. 다만 현장에서 대사도 다 바뀌니까 전라도 사투리를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걱정이 컸었다. 그래서 영화에 함께 출연한 서문호 배우가 광주 출신이라 바뀐 대사를 말해달라고 부탁했고, 그걸 녹음해서 달달 외워서 카메라 앞에서 소화했다. 정말 고마웠다.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움직였고, 힘들고 지치기보다는 선배님들 보면서 빨리 배우고 따라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종면 역을 맡은 정준하와 함께 오른팔, 왼팔로 호흡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선배님께서 타이밍에 관한 부분을 많이 알려줬다. 내가 정통 코미디는 처음이라 호흡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준하 선배님이 기다리지 않고 바로바로 치고 들어가야 호흡이 쭉 이어진다고 말해 줘서 너무 감사했다. 이런 연기적인 부분도 있었고, 현장에서의 애티튜드도 배웠다. 이번 영화 현장에서 크고 작은 회식들이 많았는데, 정준하 선배님이 회식에 함께 하지 못한 팀을 따로 챙겨서 회식도 시켜주고, 직접 운영한 가게에서 회식이 길어지니까 현금을 뽑아 와서 직원들 한분 한분에게 드리면서 늦게까지 일하게 돼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그런 모습들을 보고 정말 많이 배웠다.

-영화에서 아버지 김무성 전 국회의원의 '노 룩 패스'를 패러디한 장면이 나왔다. 본인이 직접 해당 신에 등장했는데 어떻게 나오게 됐나.

▶현장에서 만들어진 신이고, 내가 말한 대사는 정태원 감독님이 만들었다. 정준하 선배님도 함께 아이디어를 냈다. 이제 ('노 룩 패스' 사건이) 6년 정도 됐는데, 이왕 내가 이 신에 참여하기로 한 거 쿨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수많은 예능과 드라마에서 이걸 패러디하지 않았나. 물론 (아버지에게) 죄송하지만 난 나름대로 종지부를 찍고 싶었던 것 같다.

배우 고윤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연기 데뷔 10년이 됐다. 이번 '가문의 영광: 리턴즈'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올해 만 10주년이다. 이제야 힘이 빠지는 것 같다. 옛날엔 무조건 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더 힘을 주고 그랬는데, 탁재훈 선배님이 '조금만 덜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크게 와닿았다. 그리고 이제 한 바퀴 돌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쪽 일을 처음 시작한 시리즈('가문의 영광')에 다시 배우로 출연하게 됐다는 게 한 바퀴 돈 느낌이더라. 그동안 단역도 하고 일일, 주말, 블록버스터까지 안 해본 장르가 없고 안 해본 캐릭터가 없다. 킬러, 재벌, 양아치, 경찰까지 다 했다. 이제 한 바퀴 돌고 와서 다시 운동장에 선 느낌이라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우리 '가문의 영광' 식구들이 이젠 관객분들에게 가족 같지 않나. 미우나 고우나 명절에 가족들 보듯이, 우리 영화도 그렇게 생각해 달라. 20년 동안 지켜온 '가문의 영광'이 이번에는 살짝 미흡하더라도 가족이니까 명절에 극장에서 봐주시면 좋겠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