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안재욱 "'백마 탄 찌질이' 진홍, 답답하지만 짠했죠" [N인터뷰]①

22일 종영 드라마 '남남' 박진홍 역

안재욱 /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2일 종영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극본 민선애/연출 이민우)은 철부지 엄마 김은미(전혜진 분)와 쿨한 딸 김진희(수영 분)의 '남남' 같은 대환장 한 집 살이와 그들의 썸, 사랑을 그린다. 웃음과 공감, 그리고 신선한 충격이 깃든 새로운 모녀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덕분에 1.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5.532%(12회)까지 오르며 인기를 입증했고,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배우 안재욱은 '남남'에서 어느 날 갑자기 김은미 앞에 나타난 의문의 남자 박진홍을 연기했다. 소심하고도 순수한 성격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진홍은 FM 라이프를 추구하지만 김은미와 재회하며 인생에 '변수'가 생긴다. 과거 연인이었던 김은미와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딸 김진희의 존재를 알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은미의 절친 미정(김혜은 분)에게 응징을 당하면서 '구르는' 박진홍은 그야말로 '짠내' 난다. 그럼에도 착한 성품으로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안재욱은 소심하면서도 어리숙하고, 안쓰러우면서도 묘하게 마음이 가게 하는 캐릭터의 매력을 연기로 극대화시킨다. 찌질하지만 입지만은 않은 박진홍의 복합적인 면은 안재욱의 디테일한 연기 덕에 자연스레 '남남'에 녹아들 수 있었다. 22일 뉴스1과 만난 안재욱은 박진홍이라는 캐릭터를 즐겁게 연기했다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과 캐릭터가 있다면 비중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소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안재욱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재욱 / 사진제공=제이블엔터테인먼트

-'남남'이 호평 속에 종영했다. 시청률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5% 대를 기록해 뿌듯하겠다.

▶은미와 진희가 해외로 떠나고 나와 재원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극이 마무리되지 않았나. 참 '남남'다운 결말이다 싶었다. 현장에서 촬영을 하면서 혜진이와 수영이가 연기를 잘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니까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실 줄은 알았는데, 내 생각보다 작품을 더 좋아해 주셨다. 기대 이상이었다.

-캐릭터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는지.

▶진홍이 역할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요즘은 영화든 드라마든 (캐릭터가) 신속한 결정 속에서 빠르게 흘러가는 게 트렌드 아닌가. 그런데 진홍이는 정체돼 있는 인물이라 답답하게 느껴지더라. (출연 제안을 받고) 처음엔 진홍이 역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쓰라고 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러니까 내가 해야 한다고, 본인을 믿으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 함께하게 됐다. 혜진이와 수영이도 내 캐스팅 이야기가 오고 갈 때 기대를 많이 했다더라.

-박진홍을 연기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대외적으로 진홍이는 멀쩡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의사고, 웬만한 집에서 살고, 자기 관리도 하니까. 그런데 진홍이의 삶을 보면 본인의 의지로 한 게 있나 싶다. 은미와 한 번의 썸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파투 나고 연락도 못하고. 그런 진홍이가 결혼도 안 하고 지낸 건 책임감, 죄책감을 비롯한 복잡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거다. 그런 진홍이는 뒤늦게라도 은미를 만났으니 놓치고 싶지 않았을 거고. 방송 후 찌질하다는 말을 이렇게 많이 들어본 게 처음이다.(웃음) 찌질하냐 아니냐는 30년 만에 만난 은미를 대할 때 나온 것 같다. 피해의식 속에 살아갈 이유도 없지만 내가 책임지지 못한 은미의 삶에 대해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걸 표현해야 할 것 같았다. 그게 잘못 보이면 찌질이처럼 보이고 매력이 없는 거다. 촬영을 하면서도 감독님에게 '이게 맞냐'라고 물어보면서 했는데 항상 너무 잘한다고 해줬다.

-진홍-진희 부녀 관계가 애틋하거나 전형적이지 않게 그려지는 게 흥미로웠다.

▶보통 작품 속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나야 하지 않나. 그런데 '남남'에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쿨하더라. 실제 삶에서는 (모녀 관계가)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공감이 갔다. 진희와 부녀 관계를 연기할 때는 '친딸인데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기도 했다. 원래 대본에는 진희에게 계속 '진희씨'라는 호칭을 부르게 하더라. 초반에 그렇게 찍다가 감독님에게 '진희씨'라는 말은 안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희씨'라고 부르는 게 더 선 긋고 벽을 치는 느낌이라 말씀드렸고, 제작진도 여기에 동의를 해줬다. 그러면서 '어떻게 불렀으면 좋겠냐'고 하시길래 '그냥 안 불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통 어색할 때는 오히려 호칭 없이 '저기…' 이 정도로 말하니까. 제작진도 그게 오히려 진홍이 성격에 잘 맞겠다고 하셔서 그런 부분을 디테일하게 잡았다.

안재욱 / KT스튜디오지니

-진홍이가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했는데, 가장 답답한 부분이 있었나.

▶그냥 매 신이 답답했다.(웃음) 얘는 속도 없고 성질도 없나… 답답하더라. 그러다가 짠한 걸 느낀 게, 11회 방송에서 부모님 이야기가 등장했는데, 그걸 찍으면서 은미를 못 만난 30년 동안 이 친구도 얼마나 많은 걸 억누르며 살았을까 싶더라. 은미를 만났음에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하지만 짠했다.

-그럼에도 캐릭터의 매력은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로맨스와 관련된 부분은 캐릭터가 헌신적일 때 (시청자들이) 감동을 느끼는 것 같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인데, 진홍이는 앞뒤 재지 않고 은미에게 본인의 모든 걸 다 내어주는 사람이다.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은미와 진희에게 모든 걸 다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우선이지 않았을까. 그의 진실성이 잘 느껴졌으면 했다. 진홍이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나오면서 더 재밌다는 반응이라 다행이었다.

-박진홍 캐릭터와 실제 본인의 싱크로율은. 원작을 참고하기도 했나.

▶나는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진홍이와는 차이가 있다. 공통점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잘하는 것?(웃음) 아내도 드라마를 보고 재밌다며 좋아하더라. 원작은 보지 않았다. 수영이가 원작을 보고 드라마 진홍이와는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

-박진홍을 두고 시청자들이 '유니콘남', '등신'이라고 하더라.

▶'백마 탄 찌질이'라고 하시는 것도 봤다.(웃음) 그렇게 별명을 지어주시는 걸 보고 인물이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됐구나 싶어서 배우로서 감사했다.

<【N인터뷰】②에 계속>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