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일타 스캔들' 완성도·개연성? 아쉽지 않다" [N인터뷰]④

'일타 스캔들' 최근 인기리 종영

전도연/매니지먼트 숲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전도연은 지난 5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일타 스캔들'(극본 양희승 여은호/연출 유제원)로 또 한번 인생작을 남겼다.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마지막회인 16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까지 기록했다.

전도연은 극 중 국가대표 운동선수 출신이자 과열된 입시 교육시장에 뒤늦게 입문한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여사장 남행선 역을 연기했다. 남행선은 언니 남행자(배해선 분)가 맡기고 떠난 조카 남해이(노윤서 분)를 키워온 인물로, 뒤늦게 입문한 사교육 시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일타강사 최치열(정경호 분)과 계속 엮이게 되면서 결국에는 로맨스를 이뤄내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전도연은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대표작을 많이 남겨온 배우이다. 하지만 그 역시도 "온 가족이 다 보는 작품을 한 게 어떤 작품인지 기억도 안 날만큼 옛날이었다"고 말할 만큼, 밝고 경쾌한 작품을 선보인 것은 '일타 스캔들'이 오랜만이었다. 그는 "제 안에 그런 캐릭터가 있어서 평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기도 했다"며 "저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본 지가 참 오래됐더라"고 털어 놓았다.

전도연은 '일타 스캔들'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실감했다고도 했다. 그는 '일타 스캔들'로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청률"이라고 답하며 작품 속 남행선 만큼이나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복합 장르의 드라마인 만큼, 극 중반부터 '쇠구슬 스릴러'가 부각되면서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고백했다. '일타 스캔들'로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남긴 전도연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도연/매니지먼트 숲

<【N인터뷰】③에 이어>

-남행선과 본인의 싱크로율은.

▶행선이보다는 눈치는 있다.(웃음) 남의 일에 끼어드는 건 안 닮았지만 열심히 사는 거는 닮아있다. 부러운 건 행선이처럼 아주 긍정적인 생각은 못하는데 그런 부분은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중반부 들어서서 '쇠구슬 스릴러'로 변모한 장르와 전개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다. 또 드라마의 개연성도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저는 아쉽지는 않다. 드라마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본다. 그래서 각자 관심 있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가족, 로맨스, 스릴러 등 각자 선호하는 장르가 다른, 다양한 시청자들이 본다. 그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냈고 충분히 즐거웠고 즐겼다 했다.

-후반부 언니 행자(배해선 분)가 등장한다. 행자 때문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행선은 행자의 딸 해이를 딸로 받아들이고 키우게 됐다. 행자는 행선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행자가 재등장했을 때 행선의 반응은 크지 않았다.

▶제가 생각했을 때 행자에 대한 전사는 없긴 하지만, 행선에게 행자는 늘 그래왔던 언니 같다. 충격적인 일이거나 어마어마한 사건이 아닌 거다. 행자는 온전히 자신만을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연기한) 제가 생각했을 때 행자의 등장이 그렇게 놀랍지 않았을 것 같다. 가슴 아팠던 것은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애가 이 지경이냐' 한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서러운 말이기도 했다. 그간 해이가 잘 있다가 아파서 누워있게 된 장면이었다. 이후에 치열이 '산책할까'라고 하는 대화 중에 행선이가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행선이는 언제 어디서든 행자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 놀랍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생각한다. 그래서 행선의 반응이 덤덤했다기 보다는 행자가 행선에게는 그리 큰, 어마어마한 서프라이즈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테랑 배우에게도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나.

▶감정이 배우마다 다 다르다. 감정이 초반에 빨리 나오는 사람이 있고 회를 거듭할수록 잘 나오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게 연기를 오래 한다고 해서 계산이 되는 게 아니다. 저 역시도 '감정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은 이 작품 뿐만 아니라 매 작품 있다.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을 후배 배우들도 놀라워 할 것 같다.

▶저는 솔직히 연기를 자신감 있게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자신이 없지만 그 순간에는 스스로를 믿으려고 한다. '잘할 수 있다'고 저 스스로한테 끊임없이 얘길 하면서 한다. 편안하게 촬영하는 신도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신 같은 경우는 끊임 없이 잘할 수 있다고 얘길 해준다. 그런 부분에 대해 정경호씨도 신기해했던 것 같다. 같이 연기 해보지 않으면 제가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 모르지 않나. 결과만 보면 잘한다 할 수 있지만 정경호씨도 과정을 봤기 때문에, 저에 대해 좋게 얘기했다면 아마 그런 모습들이 보여서이지 않을까 싶다.

-과거와는 다른, 현재의 배우 전도연은 어떤가.

▶배우로서 어느 순간 이런 연기를 이만큼까지 끌어올렸으면 한는 게 있다. 예전에는 제 기준보다 남의 기준에 맞춰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그게 정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스스로가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면 굳이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젠 제가 느끼는 만큼만 하려고 한다. 제가 느껴지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게 대단한 게 아닌 것 같지만, 이젠 스스로가 그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그간 견딘 것에 대해 스스로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한다. 전에는 그게 너무 당연한 거였는데, '나 자신이라는 이유로 당연시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에게 감사할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밀양' 때 이창동 감독님께 배운 부분이다. 이전에는 남한테 많이 맞춰져 있었다. 아이 잃은 엄마 역할인데, 당시 저는 아이도 없었고 결혼도 안 했기 때문에 연기가 가짜 같더라. 아이 잃은 엄마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하지만 해외 작품들을 보면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이 다르다. 전형적인 생각이 직접적으로 들길래, 이창동 감독님께 여쭤보니 '느낀 만큼만 하라'고 하시더라.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고 그게 배우로서 더 솔직한 거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 내가 이 감정이 얼마큼인지 나한테 집중하게 되더라. 내가 그만큼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더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스스로와의 대화를 엄청 많이 했다.

-전도연이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부담이라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기특하다고 생각이 든다. 저도 뭔가가 되고 싶어서 연기를 한 게 아니라서, 지금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 집중했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하지만 의식을 안할 수는 없더라.

-전도연이 '일타 스캔들'로 얻은 것은.

▶시청률?(웃음) 밝은 작품도 밝은 작품인데 배우도 대중한테 사랑받는 작품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 작품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결과가 제가 생각하는 만큼의 사랑은 아닐 수 있다. '일타 스캔들'도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을 거라 생각을 못했다. 첫 회 시청률을 낮게 잡아 말했는데 저 혼자 맞혔다. 그런데 기분이 안 좋더라.(웃음) 어떻게 보면 시청률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막방을 같이 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시청률이 잘 나오고 많은 관심 사랑 받을 줄 몰랐다고 하더라.

-앞으로의 작품은.

▶예전보다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게 어떤 장르적인 것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한다.

-올해는 '전도연의 해'라고 할 수 있나.

▶저는 늘 저의 해였다고 생각한다.(웃음) 뭐가 잘 됐든 안됐든 전도연의 해가 아닌 적이 없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평가하고 생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남들도 인정하는) '전도연의 해'를 만들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저 스스로는 그렇게 늘 생각해왔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