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정가람 "종현에 많이 공감…잘보내서 홀가분" [N인터뷰]①

극 중 정종현 역

사진 제공=매니지먼트 숲

(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배우 정가람(30)이 자신도 미래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왔다면서 '사랑의 이해' 정종현역에 대해 많이 공감했다고 털어놨다.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연출 이현정)이 지난 9일 16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사랑의 이해'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 은행 안에서 배경의 차이로 사랑을 이해(利害)하게 된 네 명의 남녀의 현실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로 인기를 끌었다.

극 중에서 하상수(유연석 분), 안수영(문가영 분), 박미경(금새록 분), 정종현(정가람 분)은 같은 은행이지만 서로 다른 신분의 차이로 엇갈리는 사랑을 보여준다. 안수영을 좋아하지만 그녀의 배경 앞에서 망설인 하상수, 하상수의 마음을 알아채고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정종현에게 숨어버린 안수영, 모든 게 완벽하지만 사랑과 행복이 마지막 단추처럼 채워지지 않는 박미경, 그리고 부족한 상황에서도 연인에게 사랑을 갈구해야 하는 정종현까지 네 남녀는 현실 앞에서 망설이는 청춘들의 사랑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공감을 자아냈다.

정가람을 극 중에서 은행의 식구라기엔 조금 먼, 청경 정종현 역을 맡았다. 정종현은 상경해 서울에서 청경으로 일하면서 경찰 공무원 준비를 하는 고시 준비생이다. 부족한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바르고 씩씩하게 살아가지만, 그에게 현실은 가혹하기만 했다. 점차 어려워지는 집안과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그를 괴롭혔고, 결국 연인 안수영에게도 못난 모습을 보여주며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안쓰러운 인물로 등극했다. 안수영을 향한 사랑과 부족한 현실에서 오는 자격지심 등으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묘사한 정가람은 "종현에게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가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종영 소감은.

▶끝나서 홀가분한 느낌이다. 촬영은 지난 1월 초에 끝났다. 지난해 좋은 작품을 만나 행복하게 지냈다. 군대 전역하고 바로 작품을 했고 (정)종현이를 잘 보내서 홀가분한 기분이다. '사랑의 이해'를 통해 현실적인 네명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다. 정종현을 표현할 때 도전적으로 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을 낼 법한 캐릭터였다.

-어떤 의미에서 정종현 캐릭터에 욕심이 났나.

▶종현의 상황 속에 있는 감정들이 리얼했다. 좌절하고 쓰러지고 망가지는 것들이 누구나 한번쯤 겪을 법한 이야기다. 종현, 상수, 수현 미경을 보며 각자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여러 가지로 미경 부모님, 상수 부모님을 보면서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고 가장 많이 체감이 됐다.

사진 제공=매니지먼트 숲

-가장 공감됐던 인물은.

▶저는 아무래도 제가 맡은 정종현이 가장 공감됐다.

-'사랑의 이해'를 하며 가장 인상깊었던 반응은.

▶드라마를 재밌게 봐주신 분들이 많았다. 종현이를 보며 '왜 이렇게 답답하냐', '수영이는 왜 그랬냐', 누구는 '미경이를 왜 밀어내는거냐', 각자 공감되는 말들을 많이 해주셨다. 드라마가 재밌다로 끝나는 게 아니고 화를 내면서 계속 보고 있더라. 수영은 왜 갑자기 사라지는거냐하는 반응이 재밌었다.

-꿈이 있지만 현실 앞에서 좌절하는 정종현을 연기하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저도 어릴 때 부터 일을 하면서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지곤 했다. 이게 맞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 큰 힘이 돼주셨다. 저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부모님이 있었다. 나도 꼭 부모님에게 잘 해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지내줬으면 좋겠다. 가족간의 애정이 깊다. 부모님이 '사랑의 이해'를 보시고 너무 좋아하셨다. 늦은 시간인데 매일 보신다고 하시더라. 감사한 마음이다. 부모님이 밀양에 계시는데,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지난해 4월 군대에서 만기 전역했는데, 군대를 갔다오니 어떤가. 연기적으로 더 성숙해졌나.

▶과거에는 이쪽 일하는 사람으로 한정됐다면 군대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정말 관심사가 달라서 아예 디캐프리오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대화의 시간이 많았다. 다시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구나 생각했다.

-'사랑의 이해'에서 정종현은 부족한 상황에서 사랑을 이어가며 질타를 받기도 했는데.

▶욕 먹을 것을 각오하기는 했는데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사람들이 좋은 말은 아니더라도 그런 관심들이 드라마에 몰입했다는 것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뒤로갈수록 숨이 막히고 수영과 둘 사이가 잘 표현됐다.

사진 제공=매니지먼트 숲

-'사랑의 이해'는 섬세한 감정을 담아냈는데, 연기적으로 가장 신경쓴 부분은.

▶감정에 솔직하자고 생각했다. 꾸며내는 것 보다는 느끼는 그대로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감정 신들이 많아서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감정이 상대에게 확실했으니까. 시청자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시청자들이 판단하는 거였다. 둘만의 관계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했는데.

▶감독님과도 대화를 나눴다. 꿈이 경찰인데 폭행도 하고 용납이 안 되기도 하다. 하하. 드라마 설정상 가져가야하는 큰 사건이었다. 원작에서는 수영의 뺨을 때린다. 한국 정서상 안 맞으니까 소경필(문태유 분)로 바꿨다. 그렇다 해도 경찰이 꿈인 아이가 폭력을 쓰는 게 맞지 않다. 어떤 댓글에서는 저런 사람 조심해야 한다고 하더라. 하하. 1차원적으로 생각해보자고 했다.

-사랑 이야기였지만 은행을 배경으로 했다. 어떻게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나.

▶직장생활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조단역부터 하면서 알게 모르게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았고,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접목시켰다. 직장생활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그런 일들이) 실제로 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현실이 그렇다. 현실은 글처럼 밝지는 않다.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도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다.

-촬영하면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나.

▶저는 청경이니까 은행 촬영 장면이 있으면 서있거나 청소하거는 등 혼자 멀리 떨어져서 앉아있었다. 은행원끼리는 서로 친해졌는데 저는 알게 모르게 끼지 못하게 됐다. 또 한번은 청경 자리에 있는데 어떤 분이 오시더니 '은행에 걸려서 매일 나오니까 좋으시겠어요'라고 저에게 운이 좋다고 하더라. 제가 주연으로 나온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하하.

사진 제공=매니지먼트 숲

-'사랑의 이해'가 현실적인 작품인 만큼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종현에게 많이 공감했다. 주변에 고시공부를 하면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다. 저희 누나도 공무원 준비를 했다. 결국 붙었는데 여러 친구들을 보면서 저도 어릴 때부터 승승장구한 편이 아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청년어서 종현에게 좀더 몰입되는 부분도 있었다. 감독님이 터미널 집 가는 편을 밀양으로 해주셨다. 종현은 시골에서 올라와서 열심히 하려고 하는 사람이고 이런 모습이 누구나에게 다 있는 것 같다.

<【N인터뷰】②에 계속>

ahneunjae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