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헌 "빌런=사패 공식 경계…시청자들 분노에 쾌감 느꼈다" [N인터뷰]②

MBC '빅마우스' 빌런 최도하 역

김주헌/솔트 엔터테인먼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김주헌은 요즘 40대 남자 배우들 사이 단연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극본 김하람/연출 오충환 배현진)에서 최대 빌런으로 시청자들에게 또 한번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빅마우스'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1회 6.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해 마지막회 13.7%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빅마우스'에서 김주헌이 맡은 역할은 구천 대학병원 병원장인 현주희(옥자연 분)의 남편이자 스타검사 출신의 구천 시장 최도하였다. 최도하는 준수한 외모와 세련된 말투, 젠틀한 매너를 갖춘 인물로 정치적 야망과 함께 반전을 드러내며 '빅마우스' 최대 빌런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김주헌은 이 같은 최도하 캐릭터를 위해 극 초반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다 점차 감춰뒀던 내면을 드러내며 극을 장악했다. 이에 김주헌은 "많은 분들에 최도하에 대해 분노했을 때 쾌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극 초반 그는 "이렇게까지 정적으로 담아내도 되나 의심이 들었다"고 했을 만큼, 고민이 많았던 연기 과정이었다.

김주헌은 지난 2007년 데뷔 이후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오다 지난 2018년 드라마 '남자친구' 출연을 시작으로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60일, 지정생존자' '사이코지만 괜찮아'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며 대세 행보를 이어왔다. '빅마우스' 이후에도 새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와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로 쉼 없는 활동을 이어간다. 그는 "아직 매체 쪽 경험이 많이 없으니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며 "여전히 매일 연기하고 싶다"는 열정을 드러냈다. '빅마우스' 종영 이후 또 다시 열일 행보를 이어가는 김주헌과 만나 작품과 캐릭터, 그리고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주헌/솔트 엔터테인먼트

<【N인터뷰】①에 이어>

-최도하는 빌런이라는 가장 큰 반전이 있던 인물 중 하나이기도 했다.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갔나.

▶저는 연기할 때 자연물에서 많은 걸 갖고 온다. 고양이나 벌을 생각하기도 하고 이런 것에서 몸 동작이나 말의 속도를 조절한다. 도하에게 딱 떠올랐던 이미지는 잔잔한 수면 위 짙게 깔린 물안개였다. 은근하게 불쾌한 느낌이 올라오는 느낌을 생각했다. 그게 최도하가 갖고 있는 성격의 결이 아닐까 했다. 최도하는 실제로 외부의 자극에 반응이 그렇게 크지 않다. 그는 외부의 반응을 흡수해서 쌓는 느낌의 사람이었다.

-빌런으로서 절제된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걸 참는 순간이 힘들었다. '내가 이만큼 맞았으니까 돌려줘야지'가 아니니까. 그래서 연기하며 이렇게까지 정적으로 담아도 되나 의심이 들더라. 정말 드러내지 않는 연기가 힘들었다. 그 신에 맞는 정도를 알고 있으면 편할 텐데 모르니까 힘들더라. 다만 양경원씨가 너무 연기를 잘 하니까 그로부터 액션을 받은 만큼 몸이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말려들지 않으려 노력하니 힘들더라. 후반부에서도 '질주하지 말자' 했다. 그 부분이 가능했던 것도 그간 참아왔던 시간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디테일하게 해석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연기에 몰입한 뒤 감정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

▶악인을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악역을 하면서 '나는 악한 사람을 연기해야 한다'가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그 악함이 어디서 나오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됐는가 생각해야지, '나는 악해져야해'가 가장 위험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경계했던 단어가 '사이코패스'다. 사이코패스 설정을 가져감으로 인해 연기가 쉬워진다. 선택 자체가 쉽게 가는 거다. 그건 제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방법이다. 어느 순간부터 공식이 '악함=사이코패스'가 됐더라. 하지만 제가 해석한 모습의 최도하를 생각하며 '찜찜함'을 마음에 계속 갖고 있었던 게 도움이 됐다. 겉으로는 멀끔한 척 하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은 거다. 내면의 동요가 계속 있었는데, 그래도 일상생활엔 지장이 없었다.

김주헌/솔트 엔터테인먼트

-최도하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을 때 느낀 쾌감도 있었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최도하에 대해 분노했을 때 쾌감을 느꼈다. 저는 그래서 드라마를 웃으면서 봤다. 너무 재밌는 거다. 너무 통쾌하고 유쾌한 거다.(웃음)

-극 중 아내 현주희와의 관계는 어떻게 보이길 바랐나.

▶최도하가 하는 행동이 '어쩌면 현주희를 사랑해서 이런 걸지도 몰라'로 보이길 바랐다. 그런데 저는 생각을 다르게 했다. 현주희가 다쳐서 우는 게 아니고 '얘는 내 건데 내가 사용할 수 았는 도구인데 누가 건드렸지?'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옥자연 배우에게는 이 얘길 안 하고 최도하가 현주희를 진짜 사랑하는 것 같다고 했었다. 그거까지 얘기하면 그 배우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니까 생각과 다르게 말했다. 최도하는 늘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파워게임에서 우위를 점령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는 생각하는 구조가 평범한 사람과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현주희를 그렇게 봐야 했다.

-주연배우인 임윤아(고미호 역)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했다.

▶그 부분을 기사를 통해 봤는데 아마 모든 배우가 그럴 거다. 저도 연기를 할 때 액션 리액션에 대해 그렇게 배웠다. 상대가 더 할 수 있게 끌어주는 게 맞다. 그래서 좋았고 윤아씨도 잘했다. 윤아씨와는 연기를 하면서 '집중력이 좋구나' '단단한 사람이구나' 느꼈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고 거기서 나오는 단단함이 윤아씨와 정말 어울리더라. 배우들끼리는 친해서 호흡이 좋은 게 아니다. 친한 건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가 좋은 것이고 연기 호흡은 또 다르다. 상대를 믿었을 때 연기가 잘 나오면 그걸 호흡이라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친해지세요' 하지 않아도 친해진다.

-이종석(박창호 분)과는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갔다.

▶이종석 배우의 변화를 보고 놀랐다. 교도소 장면 이후에 배우가 달라져 있더라. '진짜 연기 잘한다' 했다. 변화된 모습이 정말 보이더라. 심지어 키가 큰데 더 큰 적으로 보이더라. 그래서 '우리 배우들 진짜 연기 못하는 사람 없다' 했다. 교도소 신이 정말 궁금해서 봤었는데 에너지 자체가 다르더라. 야생의 느낌이 나서 '와 나도 분발해야겠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연말 연기대상 수상 기대도 높아졌다.

▶받으면 좋을 것 같다. '낭만닥터 김사부' 때도 그렇고 상이라는 게 받으면 기분이 좋다. 저는 어릴 때도 상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어떤 상이라도 받으면 기분이 좋다. 받으면 좋을 것 같은데 제가 만약에 받지 않더라도 우리 팀에서 많은 분들이 받으셨으면 좋겠다. 올해 마무리 하는 데 있어서 좋은 선물이 아닐까 한다.

-쉴 틈 없이 '열일'을 해오고 있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연기는 여기부터 시작이야'라고 생각하며 출발했던 게 2009년 말이었다. 저는 대학로에 있을 때부터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1년치 스케줄이 다 있었다. 대학로에서 여기를 5~6년 하다가 잠시 자의로 연기를 떠난 기간이 3~4년이었었다. 그 기간엔 다른 작품을 결정하지 않고 쉬었다. 이후에 만난 작품이 '남자친구'였다. 쉬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지만 저는 욕심이 많다. '빅마우스'를 찍고 있을 때도 괜찮은 연극 대본이 들어와서 했다. 몸이 힘들다는 걸 잘 못 느끼는 것 같다.(웃음) 하지만 여유에 대한 걸 찾는 건 또 다른 숙제인 것 같다. 휴식 때도 미친 듯이 연기하고 싶더라. 안 쉬고 연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순간이 있는데 '남자친구' 출연 이후 4~5년차가 됐는데 아직 매체 쪽 경험이 많이 없으니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여전히 매일 연기하고 싶다.

-'빅마우스'로 작품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채워졌나.

▶아직도 부족하다. 아직도 뭔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많은 배우들이 자기 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배우는 정답이 없는 일이고 수많은 정답이 있는데 아직 그 정답을 못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빅마우스'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1호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사실 '낭만닥터 김사부'도 빌런이지만 더 재밌게 시도를 해봤고, 다른 결의 성과가 있지 않나 싶다. 모두 정말 소중한 작품이다. 정말 감사한 것은 필모그래피에서 똑같은 결의 캐릭터가 없다는 게 감사하더라. 앞으로 더 다른 결을 찾아내는 게 힘들어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즐겁고 재밌는 작업 과정이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