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박은빈 "촬영 내내 시험 보는 기분…마음의 짐 가득했다" [N인터뷰]①

신드롬급 인기 속 종영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타이틀롤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 18일 종영한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숨기지 않고 변호사로 사회에 발을 내디딘 우영우와 의뢰인, 주변인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 따뜻한 울림을 줬고, 덕분에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7.534%(8월18일 방송,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는 등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배우 박은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이자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의 소유자로, 비상한 두뇌로 맡은 사건들을 해결해나가 주변인들의 인정을 받는다. 부족한 공감 능력과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때로는 좌절하지만, 이를 조금씩 극복하면서 스스로 성장해나간다. 흰고래 무리 속 외뿔고래인 우영우가 본인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박은빈은 연기하기 어려울 수 있는 우영우 캐릭터를 실감나게 소화해 호평받았다. 하지만 수차례 출연을 고사했다고. 그는 "'이런 좋은 작품을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라며 "우영우를 맞닥뜨렸을 때 어떤 소리와 행동을 보여줄지 감이 안 잡혀서 두려웠다"라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작가와 감독의 믿음 덕에 용기를 냈고, 열심히 공부를 하며 캐릭터를 분석해 훌륭히 우영우를 연기했다. 덕분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까지 이끌어 냈다.

물론 쉬웠던 작업은 아니다. '우영우'에서는 유독 주인공의 대사량이 많았고, 덕분에 박은빈은 7개월 내내 '마음의 짐'을 안고 작업을 했다. 그럼에도 열심히 노력한 만큼 후회는 없다며 많은 사랑을 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인생작'을 탄생시킨 박은빈과 최근 만났다.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우영우'가 종영했다. 이런 '신드롬급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좋은 작품이 되겠다 싶었지만, 배우로서 해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많은 것이 어려웠는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이 정도의 인기는) 예상하지 못해서 얼떨떨한 상태다. 들뜨지도, 신나지도 않고 관찰자로 관망하고 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작품을 제안받은 뒤 수차례 고사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내가 잘나서 거절한 게 아니라 '이런 좋은 작품을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우영우를 맞닥뜨렸을 때 어떤 소리와 행동을 보여줄지 감이 안 잡혀서 두려웠다. 그런데 작가님과 감독님이 (영우로) 나를 생각해주시고 믿어주신 게 커서,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 믿음에 보답하고, 배우로서 스스로도 도전해보고 싶은 모험 섞인 마음이 있었다.

-우영우가 장애인으로 등장하지만, 비현실적으로 그려진다는 반응도 있다.

▶영우의 장애를 어느 정도로 표현할지 심사숙고했다. 장애라는 증상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면, 스스로 방어적으로 연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 오히려 인물이 갖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간과하게 될까 봐, 이 세계관 안에서는 영우가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도록 다채롭게 연기해보자 싶었다. 물론 어려운 작업이었다. 초반에는 '우영우가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걸 보여주려 했다. 이상하면서도 일은 이상하지 않게 잘하는,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로 표현할까를 신경 썼다. 회를 거듭해 시청자들에게 영우가 익숙해진 뒤에는 극 안에서 캐릭터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시선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어려운 과제였다.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감독, 작가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게 있나.

▶나는 배우로서 글을 보고 그 속에서 메시지를 파악하는 편이다. 의문점이 생기면 작가님께 전화를 드렸겠지만, 글 속에서 영우가 세밀하게 표현이 돼서 따로 연락을 드리고 대화를 많이 나누진 않았다. 가끔 작가님께서 감상평을 보내주셨는데 '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사랑한다'라고 해주셔서 그건 잘 간직하고 있다.(웃음)

-매번 작품을 할 때 캐릭터 설정이나 작품에 대한 생각을 담는 노트가 있다고 들었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을 써 내려갔는지.

▶초반에는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나를 왜 우영우로 생각하는지, 캐릭터와 작품에 대해 물어본 내용과 우영우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증상 정도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있다. 또 '연기를 하는 게 괜찮을지 모르겠다'라는 내용도 적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고, 희화화라고 느낄 수도 있는 문제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다는 사견을 적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았나.

▶영우를 연기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캐릭터의 진심을 전달하려고 했다. '진정성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심사숙고하면서 가볍지 않게 접근했다. 그러면 장애인 분들이나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극 중 우영우의 대사량이 만만찮아 고생도 했겠다.

▶7개월 동안 매일 시험 보는 기분으로 살았다.(미소) 대사를 못 외우는 편은 아닌데 정말 매일 같이 대사가 많았다. 그냥 외워서 차분하게 얘기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속사포로 내뱉어야 하고 발음도 너무 어눌하면 전달이 안 되지 않나. 내가 영우처럼 '천재 두뇌'는 아니어서 대사를 하다가 뒷줄이 끊긴 적이 많다. 점점 대사량에 익숙해지긴 했는데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 법정 용어도 한 번에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고시 공부를 한다는 마음으로 A4용지에 원하는 구절을 적으면서 통으로 외웠다. 미리 대사를 외울 수도 없었던 게 내일도, 모레도 항상 대사량이 많으니까.(웃음) 쉬는 날에도 마음의 짐이 가득했던 7개월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최종회에 나온 '길 잃은 외뿔고래가 흰고래 무리에 속해 함께 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외뿔고래와 같습니다. 낯선 바다에서 낯선 흰고래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모두가 저와 다르니까 적응하기 쉽지 않고 저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제 삶이니까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는 대사다. 대본을 보는 순간,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우가 16부 동안 성장을 해야 했구나, 영우는 '흰고래 무리에 속한 외뿔고래'라는 걸 인정하면서 성장한 사람이 됐구나가 느껴졌다. 마지막회에서 영우가 태수미를 설득하겠다고 나서는 모습도 의미가 있었다. 용기를 내는 그런 모습들 자체가 영우가 걸어온 길이자, 인간 박은빈이 배우고 싶은 모습이기도 했다.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드라마 속 우영우의 착장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대본에 자문교수님의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아는데, 까끌거리거나 옥죄지 않고 라벨이 없는, 편리성에 초점을 맞춘 의상을 입으려 했다. 타이트한 것보다는 펑퍼짐한 옷이 좋을 것 같아서 바지보다 긴치마를 많이 입고…영우에게 편한 옷이 뭘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재판마다 변론기일도 많고 하다 보니 영우가 꽤 옷을 많이 갈아입더라. 이번에 100벌 정도를 입은 것 같다. 헤어스타일 같은 경우는 나와 작가님, 감독님의 의견을 수렴해 단발로 결정했다. 촬영을 시작하고 한두 달 정도가 우영우의 과도기였던 것 같다. 꼭 맞는 옷을 입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영우 캐릭터를 연기하며 만족한 점, 아쉬웠던 점은.

▶이번 작품에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은 사실이다. 종영 소감을 말할 때도 눈물을 쏟게 되더라. 좋은 작품을 함께해 성취감을 얻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담이 컸던 작업이기도 했다. 피로가 많이 쌓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잘 해내기 위해 악전고투했다. 다시 돌아가라면 안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웃음) 최선을 다한 만큼 불만족스럽게 여기고 싶진 않다. 열심히 했다. 연기할 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답에 가까운 건 시청자들의 반응이 아닐까. 우영우도 신중을 기해 연기하고 하면서도 어려웠지만, '정답이 무엇일까' 생각하면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 역시 필연적인 일인 것 같다. 그저 이 답이 가장 최선의 정답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N인터뷰】②에 계속>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