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욱 "많은 걸 배운 '마인'…어려운 놀이터 같았죠" [N인터뷰]②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이현욱은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마인'(극본 백미경/연출 이나정)에서 악인 한지용 역을 맡아 원없이 욕을 먹었다.

재벌가 효원그룹의 유능한 후계자이자, 아름다운 아내 서희수(이보영 분)와 사랑스러운 아들을 둔 자상한 가장인 한지용.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들의 친모를 사망한 것으로 위장한 것도 모자라, 다시 가정교사로 집에 들이는 파렴치한에 폭행과 살인을 사주하는 잔혹한 모습이 있었다. 전쟁터같은 재벌가에서 의지할 혈육 하나 없이 결핍된 채 성장한 한지용은 생존방식으로 악을 터득한 괴물이었다.

한지용을 연기한 이현욱은 '마인'이 '어려운 놀이터'와 같았다고 했다. 극단을 오가는 감정을 표현하는 점은 배우로서 짜릿한 경험이었으나, 그만큼 더욱 더 노력해야 할 것들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지난 2010년 영화 '가시심장'으로 데뷔한 이현욱은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모범형사' '써치'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를 거치며 성장했다. 이어 '마인'에서 연기 호평을 받음과 동시에 배우로서 존재감을 보여주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그리고 있다.

'마인'을 마친 이현욱을 만났다.

<【인터뷰】①】에 이어>

-'마인'은 이보영, 김서형 등 인기 배우 캐스팅에 백미경 작가의 작품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주연이 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TV에서만 보던 배우들이랑 내가 너무 가까운 역할인 거다. 내가 생각해도 이 그림이 어색한데, 보시는 분들도 어색하지 않을까? 이 밸런스가 맞는 걸까? 싶었다. 연기는 내가 책임지고 내 몫을 해야 하는 문제인데, 보시는 분들이이 어색해 하면 어떡하나 생각했다. 나는 신경이 안 쓰인다고 해도 작품에는 영향을 미칠 수가 있으니까.

-다수의 여성 캐릭터들이 주목받는 이야기인데, 이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고민되지는 않았나.

▶오히려 좋았다. 나만 잘 하면 되지 않나. 다른 선배들은 이미 너무 대단한 배우들이다. 만약에 내가 신인, 후배들을 끌고 가는 역할이었다면 부담이 됐을텐데, '마인'에서는 내가 따라가는 역할이라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연기할 때 선배들과 호흡이 너무 좋았다. 매순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정서현(김서형 분)을 아웃팅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한진호가 한지용에게) '너 아버지 친아들 아니지?'라고 했을 때 한지용은 바닥을 다 드러내면서 경고를 하는 장면이 기억이 난다. 김서형 누나와 만날 때는 누나가 텐션을 잡아줬다. 또 그 장면이 촬영 초반이기도 하고, 중요한 장면이어서 스태프들도 숨죽이고 봤다. 드라마 촬영인데 오랜만에 연극을 하는 느낌으로 연기를 해서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이번 '마인'에서는 악인을 맡아 욕도 많이 먹었다고.

▶전작 '립스틱'(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에서는 '재수없다' 정도로 욕을 먹었는데 '마인'에서는 SNS 쪽지로도 욕이 왔다. (웃음) 욕의 최고 정점을 찍은 것은 (옥자연과의) 키스신 이후였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길게 나와서 내가 보면서도 너무 못돼 보이더라. 주변 사람들까지도 놀리고 욕했다. (웃음)

-'마인' 이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악역이기는 했지만 배우로서 많이 주목을 받은 작품인데.

▶어머니도 나처럼 감정을 막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시다.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티를 많이 내시지는 않는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부끄러워하는 성격이라는 걸 알아서 더 그러신 것 같다. 그렇게 배려해주시는 점이 감사하다.

-'마인'이 이현욱의 출세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남다른 의미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모습, 여러가지 감정을 마음껏 연기해볼 수 있었다. 그 점이 나에게는 하루하루 숙제이자 동시에 (연기적인 갈증의) 해소이기도 했다. 어려운 놀이터같은 현장이었다. 나의 부족함도 느꼈지만, 내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어떤 점인지도 느꼈다.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