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과 유재석, 배우와 예능인의 차이서 비롯된 '불편함' [기자의 눈]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배우 전도연이 지난 5일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 관련 홍보차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발언으로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 인터뷰에서 취재진이 '핑계고'와 또 다른 유튜브 콘텐츠 '요정재형' 등에 출연한 후일담을 요청하자 "세상 불편했다"고 털어놓은 것이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빈축을 산 것이다.
같은 날 뉴스1이 참석한 라운드 인터뷰에서도 전도연은 "서울예대 동기 유재석과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이 재밌더라"는 말에 "선을 긋는 게 아니고 그 사람하고 저하고 뭐가 없다"라며 "학교 동기지만 갑자기 만나 '내 절친 도연이' 이러는데 이 사람과 내가 뭐가 있었느냐고 했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자주 만나 이제 더 친해져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에 "두 번 만났다, 나는 사람을 좀 알아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유재석 씨도 바쁜데 고생하셨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의 성격이 제 각각이듯 연기자의 성향도 각양각색이다. 영화 담당 기자로서 인터뷰라는 정해진 형식 속에서 다양한 인터뷰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예상했던 모습과는 다를 때가 많다. 물론 인터뷰 역시 '홍보'를 위해 기획된 공식 행사이기에 인간으로서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대화를 통한 소통이 이뤄지는 만큼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로 포장된, 혹은 미디어 안에서 부풀려지거나 축소됐던 인터뷰이들의 보이지 않았던 진면목의 일부를 보게 되기도 한다.
이날 보게 된 전도연의 진면목은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그는 오승욱 감독의 시나리오 속 자신의 캐릭터를 두고 "앵무새처럼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게 힘들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다른 남자 배우들처럼) 젊은 감독들에게 술 한잔을 해요, 다가갔다가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있다"며 '어려운 배우'라고 여겨지는 이미지에 대해 인정했다. 캐릭터에 대해 아쉬웠던 점은 쏙 빼고 매력적이었던 포인트만 설명할 수 있었지만 굳이 "앵무새처럼"이라고 자신이 가졌던 느낌을 표현했고, 톱 여배우임에도 젊은 감독들과의 갭을 줄여보고 싶다며 현재의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유재석과 관련한 발언도 마찬가지였다. "유재석과 그리 친하진 않아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좋은 게 좋은' 방식으로 둥글게 표현할 수 있었지만 '친하지 않은데 친한 것처럼 (미디어에) 비쳐져 불편하다'는 취지로 앞서 언급한 발언들을 했다.
이는 배우와 토크쇼 진행자 혹은 예능인의 직업적 본질 차이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배우라는 직업의 본질이 극 안에서 한 인물을 진실하게 표현해 내 공감과 감동을 주는 것이라면, 토크쇼를 진행하는 예능인의 직업적 본질은 다양한 출연자들을 아우르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것이다. 배우로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본질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직하게 인지하고 표현하는 것이 본질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다만, 그런 전도연의 발언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대중에게 전도연과 유재석은 배우와 예능인일 뿐 아니라 '연예인'이라는 상위 개념으로 한 데 묶이는 이들이다. 대중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대중의 비평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참여한 작품의 형식에 따라 성격 같은 개인적인 부분들 역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자신을 연예인으로 받아들일지, 배우로 받아들일지는 오롯이 전도연 개인의 선택이며, 그에 따른 결과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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