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내려놓은 '가황' 나훈아의 라스트…"정말 고마웠습니다" [N리뷰]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27일 인천 콘서트
"은퇴라는 말 싫어…마이크 내려놓는다"

나훈아(예아라 제공)

"전 아직 할 수 있지만, 마이크를 내려놓겠습니다."

(인천=뉴스1) 고승아 기자 = 은퇴를 발표했던 나훈아가 라스트 콘서트로 "고마웠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입담으로 공연을 꽉 채운 나훈아는 마지막까지 '가황'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나훈아는 지난 27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2024 나훈아 콘서트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인천 공연을 열었다. 총 2시간 25분간 관객들과 호흡하며 왜 '가황'인지 다시금 보여주는 완벽한 마지막 공연을 완성했다.

지난 2월 나훈아는 편지로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따르겠다며 "세월의 숫자만큼이나 가슴에 쌓인 많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기에 '고마웠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말에 저의 진심과 사랑 그리고 감사함을 모두 담았습니다"라고 가수 데뷔 56년 만의 은퇴를 시사한 바 있다.

◇ 70대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145분, 21곡 열창

나훈아는 이날 '고향역'을 시작으로 무대에 올라, '체인지' '고향으로 가는 배' '남자의 인생' '물레방아 도는데' '18세 순이' 등 6곡을 연이어 불렀다. 초반부터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여준 나훈아는 "오늘 저는 무조건 잘하겠다, 오늘 공연을 잘해야 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만 우선 인천공연은 이번 공연으로 마지막"이라며 "그런데 오늘 공연은 앞으로 한 10년은 더할 거처럼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가시버시' '홍시' '아름다운 이별' '영영' '인생은 미완성' '황성옛터' '무시로' '마이 웨이' 등을 부르며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2020년 발표해 젊은 층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테스형'과 '삶', '공'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테스형'으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소화한 나훈아는 '공'을 부르다 '띠리'라는 가사를 쓴 이유에 대해 밝히며 웃음을 더하기도 했다.

무대를 마친 뒤, 다시 올라온 나훈아는 '청춘을 돌려다오' '고장난 벽시계' '기장갈매기' '사내'까지 불렀다. 그는 무대를 내려가며 "끝까지 자리를 지켜서 (나를) 보내주길 바란다"며, 마이크를 드론을 통해 날려 보내고 '고마웠습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나훈아(예아라 제공)

◇ 가수 인생 56년 돌아본 '라스트 콘서트'

나훈아는 지난 1968년 '내 사랑'으로 데뷔한 뒤 '사랑', '울긴 왜 울어', '잡초', '무시로', '고향역' 등의 곡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2020년에는 '테스형'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 그는 현역 가수로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왔다. 가창력은 물론, 남다른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하고, 1200곡 이상 만들며 '가황'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나훈아는 이날 "그동안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았다, 공연하고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그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일을 생각해 봤다"며 1997년 '나훈아 그리고 소록도의 봄', 1996년 일본 오사카에서 '독도는 우리 땅'을 외쳤던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만든 곡이 1200곡 정도 된다고 말해 감탄을 자아냈다.

이 자리에서 은퇴에 대해 직접 말하기도 했다. 나훈아는 "내가 그만두는 게 섭섭하나"라고 물었다. 관객들이 "섭섭하다"고 외치자, "그래서 그만둔다"라며 "'갈 때 됐다 가라'고 하는 것과 여러분이 서운해할 때 그만두는 것 중에서, 제가 돌아서는 모습에 (여러분이) 서운해 안 했으면 (내가) 얼마나 슬프겠나"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한 자신은 건강하다고 밝히며, 유튜브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 "믿지 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훈아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그만둔다고 밝히며, "이제 피아노 앞에 앉지 않을 거다, 기타 만지지도 않을 거다, 책은 봐도 글은 쓰지 않을 거다"라며 "48권의 일기장이 있는데, 이제 일기도 안 쓸 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고마웠습니다 진짜"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여러분들, 오늘 자리를 끝까지 지켜서 저를 보내주길 바란다"며 "은퇴라는 말을 왜 안 하느냐고 하는데, 전 그 말이 싫다, 밀려가는 느낌"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나는 아직 할 수 있는데 마이크를 내려놓는 것"이라며 연예계에 기웃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진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제 노래를 못 부른다"며 마지막을 장식해 뭉클함을 더했다.

나훈아는 27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2024 나훈아 콘서트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인천 공연을 열었다. ⓒ 뉴스1 고승아 기자

◇ 관객들에 진심 어린 인사…역대급 팬서비스

나훈아는 이날 독보적인 팬서비스로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오프닝 무대에 선 나훈아는 무대에 불투명 가림막을 설치한 채 옷을 갈아입어 환호를 자아냈다. "6곡 부르면서 6벌 갈아입었는데, 혹시 본전 생각날까 봐 그랬다"며 "오늘 옷을 15번 갈아입을 텐데 한번 봐달라, 갈아입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슈트부터 민소매, 찢어진 청바지, 시스루 니트, 한복 의상 등 다채로운 옷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나훈아의 입담도 돋보였다. 공연 중간, 관객들을 향해 "이제 말을 서로 놓자"며 "내가 '맞제'라고 하면 '응!'이라고 해라, 길게 할 필요 없고 말 놓는다고 손해 보는 사람도 몇 안 될 거다, 나한테 대답할 때 '응'이라고 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관객들은 나훈아의 물음에 반말로 대답하며 케미를 보여주기도.

나훈아는 '앙코르' 대신에 우리말인 '또'라고 외쳐달라고 당부했는데, 관객들은 네 번의 '또'를 외쳤고, 나훈아는 본 무대는 물론, 무대 아래까지 내려와 공연장 끝 객석을 찾아가 눈을 맞췄다. 팬들은 환호를 지르며 "가지 마"라고 외쳤고, 공연 말미에는 끝내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목격됐다.

나훈아는 이번 27일, 28일 인천 공연을 시작으로, 5월 11일 청주, 18일 울산, 6월 1일 창원, 15일 천안, 22일 원주, 7월 6일 전주에서 전국투어 콘서트를 진행한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