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병산서원에 못질해 드라마 소품 설치…KBS "머리 숙여 사과"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 제작진 논란
방송사 "서원 측과 복구 절차 협의 중"

서현(왼쪽), 옥택연 ⓒ 뉴스1 DB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KBS가 드라마 촬영 중 발생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병산서원 훼손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2일 KBS는 공식입장을 내고 "해당 사건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제작진은 "지난 연말 안동병산서원에서 사전 촬영 허가를 받고, 소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현장 관람객으로부터 문화재에 어떻게 못질을 하고 소품을 달수 있느냐는 내용의 항의를 받았다"라며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KBS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에 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이라며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드라마 촬영과 관련한 이 모든 사태에 대해 KBS는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병산서원은 경북 안동시를 대표하는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중요 사적 중 하나다. 2일 민서홍 건축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현, 옥택연 주연의 KBS 2TV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스태프들이 촬영을 위해 경북 안동시에 위치한 병산서원을 훼손하고 있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을 게시했다.

글에서 민 건축가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경 병산서원에 들렀다"라며 "그런데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 서원 내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둘러보니 이미 만대루의 기둥에는 꽤 많은 등이 매달려 있었다"라며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의 신사분이 스태프들에게 항의하고 있었고,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며 거들었다"라고 말했다.

민 건축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며 '궁금하시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을 해야 하는 거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그러면서 민 건축가는 "이건 아니다 싶어 안동시청 문화유산과에 연락했고, 담당 공무원은 촬영 허가를 내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라며 "나는 드라마 스태프들이 나무 기둥에다 못을 박고 있는데, 이 사실은 알고 있느냐? 문화재를 훼손해도 좋다고 허가했느냐고 따져 물었고, 그제야 당황한 공무원은 당장 철거지시 하겠다 대답했다"라고 말했다.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