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커밍아웃 선언 때 충청도서 택시로 온 아버지 '농약 먹고 죽자'"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방송인 홍석천이 커밍아웃한 걸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밝혔다.
17일 방송된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는 홍석천, 배우 최진혁, 가수 허각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커밍아웃 1호 연예인 홍석천은 가장 잘나가고 있을 때 커밍아웃을 한 것에 대해 "서른 살 때였다. 2000년도. '남자셋 여자셋'으로 완전 정점 찍을 때였다. 너무 바쁘고 돈도 벌고 이러는데 '도대체 나의 행복은 뭔가' 이런 생각을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때 마침 사귀던 남자 친구가 다른 남자랑 바람이 나서 헤어졌는데 그 후에 내 사람을 지키려면 나부터 누군지를 알려야겠다는 생각과 속이지 말자는 생각 때문에 커밍아웃했다"라고 밝혔다.
후회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 "방송을 3년 반 쉬었다. 3년이 넘어가니까 조금 불안하더라. 그래서 식당도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절친 배우 이의정과 커밍아웃 인터뷰를 진행했던 그는 "어린 조카가 셋이나 있는데 조카들이 나중에 삼촌을 기억해 줄 때 정말 솔직하고 참 용감한 삼촌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홍석천은 당시 인터뷰에서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얘기는 예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변한 게 없다는 거다. 제가 여러분과 조금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만약에 여러분들께서 저를 보는 것을 싫어하신다면 더 많은 것을 공부할 거고 나중에 여러분들께서 받아주신다면 그때는 정말 여러분에게 거짓된 웃음이 아니라 제 가슴속에서 나오는 웃음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15년 만에 영상을 봤다는 그는 "저 영상을 못 보겠더라. 저 때 제일 친했던 의정이가 질문하고 제가 답하는 형식으로 1시간 반짜리를 30분으로 편집해서 각 방송, 언론사에 뿌렸다. 마지막 우는 것만 나오더라"고 했다.
이어 "사람들은 제가 되게 큰 잘못을 하고 후회하고 우는 모습만 생각하니까 커밍아웃을 누구한테 들켜서 했나? 안 좋게 보더라. 전 굉장히 즐겁게 인터뷰했다. 커밍아웃을 후회하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사실 저는 되게 준비도 많이 했고 후련했고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홍석천은 부모님이 끝까지 인터뷰를 막으려고 했다고 밝히며 "부모님이 충청도 시골분인데 야밤에 택시 타고 서울로 오셨다. 다음 날 변호사 오고 이 인터뷰를 못 나가게 하려고"라고 말했다.
이어 "커밍아웃 인터뷰를 월간지에서 했다. 15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지 않나. '농약 먹고 같이 죽자' '창피해서 고향에서 못 산다' 별의별 얘기로 저를 설득하려 했는데 완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굳이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왜 하려 하냐'는 물음에 '제가 사실 서른 살이 됐는데 이때까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 아빠한테 이 아들이 어떤 아들인지 얘기 못 한 것이 얼마나 불행할지 생각해 봐요'라고 했다. 아빠가 가만히 듣고 있더니 '네가 책임질 수 있으면 해라'라고 했다"라고 말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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