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남주됐다"…유연석·주지훈, 여기가 혐관 로맨스 맛집 [N초점]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주말 안방 시청자들이 '혐관(혐오 관계) 로맨스'에 빠졌다.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과 tvN 토일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가 순항 중이다. 남보다 못한 철천지원수가 서로에게 점차 스며드는 '혐관'은 로맨틱 코미디의 흔한 클리셰이지만, 배우들의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과 케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 소설 찢고 나온 유연석…'지금 거신 전화는'
유연석은 금, 토요일 방송 중인 '지금 거신 전화는'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협박 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릴러 드라마로,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다. 11월 22일 1회 5.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해 3회는 6%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유연석이 연기하고 있는 백사언은 '사기캐'다. 백사언은 집안과 외모는 물론 인질 협상전문가, 공영방송 간판 앵커 등 화려한 스펙까지 갖춘 최연소 대통령실 대변인이다. 또한 철저한 이미지 관리로 신뢰를 쌓아온 데다 뛰어난 언변을 지닌 만큼, 여론을 휘어잡을 줄도 아는 젊은 정치 엘리트로 대중들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유연석은 웹소설 속 백사언과 높은 싱크로율로 캐릭터의 매력을 생생하게 살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캐릭터의 날카롭고 예리한 성향을 보여주는, 빈틈없이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슈트 패션부터 철저하고 냉철한 대변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웃음기 없는 차가운 인상의 비주얼까지 외형부터 배우의 섬세한 연기 분석이 녹아있다는 평이다.
유연석의 연기는 상대역인 홍희주 역의 채수빈과의 케미에서 더욱 돋보인다. 홍희주는 백사언의 아내로, 어릴 적 불의의 사고로 함묵증을 앓고 있는 수어 통역사이기도 하다. 백사언과 홍희주는 쇼윈도 부부 관계로, 백사언에게희주를 납치했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 오면서 관계에 변화가 찾아왔다. 홍희주는 납치됐다는 협박 전화에도 백사언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자 분노가 폭발했고, 협박폰을 우연히 습득한 후 이를 이용해 남편을 흔들기 시작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홍희주가 협박폰을 쥐게 되면서, 백사언에게어나는 변화를 지켜보는 게 관전 포인트다. 유연석은 홍희주와 이혼하라고 도발 당하는 백사언의 초조하면서도 불안한 심리를 표정으로는 절제하면서도, 점차 흐트러지는 빈틈을 디테일하게 연기했다. 아내를 걱정하는 진심이 내포돼 있지만, 결국 홍희주의 분노를 유발하는 인간미 없는 화법 또한 매력적으로 표현해냈고이는 이후 찾아온 다정한 변화와 자연스럽게 대비됐다.
현실 '집착광공'(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 캐릭터를 살린 유연석의 호연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인생 남주 바뀌었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자칫 작위적일 수 있는 대사 톤도 캐릭터에 걸맞게 소화하는 배우의 연기력이 원작보다 입체적이라는 호평도 다수다. 홍희주의 대학 선배이자 의사인 지상우(허남준 분)의 등장으로 백사언의 질투가 폭발하면서 더욱 흥미진진한 관계가 형성됐다. 점차 아내를 향한 숨길 수 없는 진심이 더욱 드러나기 시작한 백사언이 안길 설렘이 더욱 기대된다.
◇ 하찮미, 이걸 살리는 주지훈…'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원수의 집안에서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태어난 남자 석지원(주지훈 분)과 여자 윤지원(정유미 분). 열여덟의 여름 아픈 이별 후, 18년 만에 재회한 철천지원수들의 전쟁 같은 로맨스 드라마다. 11월 23일 1회 3.5%로 출발, 2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6.%로 급등했다.
주지훈이 소화화고 있는 석지원은 석반 건설 전무이자 독목고 이사장으로, 첫사랑인 윤지원과는 3대째 지독한 악연으로 얽혀있다. 석지원과 윤지원은 학창 시절 비밀 연애를 했던 사이였으나, 석지원을 짝사랑하던 차지혜(김예원 분)의 질투심으로 벌어진 휴대전화 수신 차단으로 오해가 불거져 3개월 간의 연애에 마침표를 찍은 후 서로를 향한 남모를 애증을 품어왔다.
석지원이 윤지원이 교사로 있는 독목고의 이사장으로 오면서 두 사람은 18년 만에 재회했다. 석지원은 아버지 석경태(이병준 분)가 집안 대대로 원수인 윤지원의 할아버지로부터 재단을 빼앗았다는 소식에 복수심이 유치하다고 생각했지만, 동창회에서 윤지원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분노 버튼이 눌려 이사장직을 수락했다. 이후 재회한 교무실에서 윤지원으로부터 볼이 꼬집혔지만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흡족해하는, 사소한 것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으로 캐릭터의 '하찮은' 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지훈은 윤지원을 긁고 도발하고 자극하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석지원을 매력적으로 표현, 설렘 포인트를 살리고 있다.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유치한 티격태격 신경전을 보는 듯하지만, 윤지원이 심화 학습반과 취임식 준비 등으로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츤데레처럼 지켜보거나 신경 쓰는 속깊은 면모로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또한 윤지원이 자신에게 냉정하게 선을 긋자 학창 시절 기말고사 성적 내기를 했던 순간처럼 "나랑 연애합시다, 라일락 꽃피면"이라는, 본심을 제대로 드러난 직진 대사로 엔딩을 장식, 2회 만에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주지훈은 윤지원 주변의 남성들을 모두 질투, 경계하는 쿨하지 못한 면모로 웃음을 안겼다. 체육교생 공문수(이시우 분)와 보건교사 홍태오(김재철 분)를 향한 질투심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석지원과 대대비되는 하찮미로음을 더했다. 특히 윤지원이 홍태오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우연히 지켜보다 자리를 피하는 과정에서 엉덩이가 드럼통에 빠져 허우적대며 망신을 당하는 모습부터 윤지원이 치고 지나가자 종이 인형처럼 나부낀 모습까지, 찰나의 디테일을 살리는 코미디로도 호평을 끌어냈다. 1회 초반 보여줬던 카리스마와는 반대인 코믹한 매력을 오가는 낙차가 큰 인물이지만, 이를 능청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연기 내공이 더욱 돋보였다.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조로 두 인물을 보여준다. '아는 맛'이지만 설레고, 앞으로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주지훈이 그간 구축해 온 필모그래피에서 기인한다. 그가 출연한 대부분의 작품은 장르물로, MBC 드라마 '궁' 이후 18년 만에 선택한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활약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철저히 갑의 위치에 있음에도 첫사랑 앞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윤지원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타격감 좋은 순정남 석지원은 주지훈을 만나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됐다. 석지원의 사택 입성과 함께 이들의 한집살이가 시작되는 만큼, '투지원'의 혐관 서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정성을 다해 물을 줬던 라일락 꽃을 피워낼 수 있을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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