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학대로 20년 강박장애…망상·결벽증에 정신병동 입원, 굿판까지" 20대녀 호소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갈무리)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로 20년간 강박장애를 앓아온 20대 여성의 사연에 안타까움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한 의뢰인은 '강박 장애로 잃어버린 제 인생을 찾고 싶다'라는 주제로 고민을 토로했다.

서장훈은 "잘 왔다. 그쪽은 나랑 얘기하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할 거다. 모르는 사람한테 가봐야 본인이 안 그랬으니 잘 모른다. 나처럼 그게 있는 사람한테 와야 이야기가 잘 통한다"라고 했다.

의뢰인은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잃어버린 세월이 길다"라고 말했다. 그는 "(강박이) 좀 다양하게 있는데 확인 강박도 심하다. 어디 나설 때나 가스나 문 잠갔는지. 어떨 때는 문이 부서질 정도로 걱정스러워 당길 때가 있다. 화장실을 밖에서 잘 못 간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중에 제일 심한 게 제 생활권 안에 있는 특정한 사람을 오염 물질로 인식한다"라고 했다.

의뢰인은 "아버지가 강박도 있고 진짜 폭력적이고 강압적이다. 망상 편집증과 결벽증을 가지고 있었다. 언어, 신체적인 폭력, 통제가 심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아빠의 강박 성향을 많이 영향받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저는 아빠보다 더 심해졌다. 부모님이 그런 거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했다. 제가 힘들다고 표현해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제가 방황하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라며 속상함을 드러냈다.

이수근이 "아빠도 그런 게 있었다면서 내 딸이 힘들어하는 게 보였을 텐데 해결해 주려고 하지도 않았냐"라고 묻자 의뢰인은 "중학교 1, 2학년 때 정신과에서 진료를 봤었다. 그때 제 목표는 제가 싫어하는 사람이나 학교에 가는 걸 피하는 것이었다. 사실 학교에 안 가려고 조금 거짓말을 보탰다. 환시도 보이는 것 같고 환청도 들리는 거 같다고 하니까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저를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내리셨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고, 출석 일수가 모자라니까 중학교 2학년 때 퇴학당했다. 16세 때 집에서만 지내다가 정신병동에 강제 입원도 했었다"라고 털어놨다.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갈무리)

그는 "엄마 아빠가 합의 하에 저를 정신병동에 입원시켰다. 너무 많이 씻고 손에도 습진 다 올라오면서 아토피도 생겼다. 아파트에 살 때 경비 아저씨가 저희 집에 올라오시더니 집에 누수가 심한 거 같다더라. 엄마 아빠가 참다못해 저를 정신병동에 입원시킨 것"이라고 했다.

이후로 부모님은 딸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속신앙의 힘을 빌렸다. 의뢰인은 "제가 빙의가 됐다고 봤다. 친할머니댁에서 굿판을 벌이셨다. 가까운 친척들까지 불러서 귀신을 떼어내는 굿도 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게 너무 수치스러웠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힘든 거뿐이지 저도 제가 이상하고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걸 인지하고 있다. 이렇게 멀쩡하게 다 아는데 가족들의 그런 모습을 보다 보니까 지금도 그 기억들이 수치스럽고 부끄럽고 지우고 싶다"라고 고백했다.

이에 서장훈은 "지금 직장 다니는 건 괜찮냐"라고 물었고 의뢰인은 "사실 제가 재작년부터 심리 상담이랑 약물 치료, 행동 인지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사실 큰 고민이 강박이란 게 완치도 없고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한다고 하는데 치료 이후에 많이 괜찮아졌다"라고 했다.

이어 "강박 행동과 사고가 적어졌다. 오히려 정신을 차리고 나니까 제일 두려운 게 현실을 살아가는 거다. 처음 증상이 호전됐을 때는 너무 행복하구나. 삶을 피곤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는데 현실은 아무것도 못 이뤄낸 상태에서 나이는 30세가 넘었고 이렇다 할 학력, 경력도 없고 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싶다"라며 막막해했다.

rong@news1.kr